"이어도 상공 공중전도 문제없어"... '하늘의 주유소' 시그너스와 날다

김진욱 2023. 4.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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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공중급유기 KC-330 최초 동행 취재
다목적 공중급유수송기 KC-330 시그너스가 공중급유임무 수행을 위해 이륙하기 전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공군 제공

12일 경기 평택 오산공군기지. 황사가 내려앉아 탁한 시야 사이로 주기장에서 출격을 기다리는 ‘시그너스(백조자리)’가 빛났다. 시그너스는 우리 공군 공중급유기(KC-330)의 별칭. 2019년까지 4대를 들여와 전력화한 지 4년 만에 언론에 최초 공개했다.

공중급유기는 '하늘의 주유소'라 불린다. 통상 이륙 후 한두 시간 만에 기지로 돌아와야 하는 전투기의 작전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어 현대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전력으로 꼽힌다.

KC-330은 이날 서해 상공에서 공군 전투기와 짝을 이뤄 훈련에 나섰다. 작전구역인 서해 만리포급유공역에 들어서자 주변으로 공군 주력 전투기 F-15K 2대와 KF-16 2대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4대의 전투기는 각각 KC-330 좌우로 대형을 이뤄 함께 날았다. 급유에 앞서 연료를 공급해주는 급유기와 연료를 받는 전투기의 속도가 일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작은 마찰이 불꽃을 일으켜 엄청난 불상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 군 관계자는 “공중급유를 위해 항공기들이 시속 290노트(약 530㎞)로 스피드를 맞췄다”고 귀띔했다.

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12일 후미로 진입한 F-15K 전투기에 급유 붐을 길게 내려 공중급유를 시도하고 있다. 공군 제공

KC-330의 연료주입봉인 ‘붐’은 뒤쪽에 장착돼 있다. F-15K가 접근하자 공중급유통제사는 지름 10㎝에 불과해 바늘구멍으로 보이는 전투기의 급유기에 정확하게 붐을 꽂아 넣었다. 이어 F-15K와 KF-16을 상대로도 같은 훈련이 계속됐다. 기자단이 탑승한 KC-330 4호기 조종사 엄기수 소령은 “공중급유를 위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피급유기 조종사와 교신하며 위치를 통제하고 급유 진행상황 전반을 감독한다”며 “공중급유 임무는 다른 항공기와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많이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중급유기는 우리 공군에 오랫동안 '절실했던' 무기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는 독도, 이어도 상공에서 정상적으로 작전을 펼치려면 급유기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공군 관계자는 “KC-330 전력화 이전 F-15K와 KF-16은 독도에서 각각 약 30분과 10분, 이어도에서 약 20분과 5분 작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투기가 날아갔다가 바로 찍고 돌아와야 하는 굴욕을 겪었던 셈이다. 유사시 주변국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급유기 도입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공군은 "공중급유 한 번에 각 기체의 비행시간이 1시간가량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뒤에서 든든하게 떠받치기에 전투기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

KC-330에는 약 24만5,000lbs(파운드·약 111톤)의 연료가 실린다. 한 번에 F-35A 전투기의 경우 최대 15대, F-15K 전투기는 10대, KF-16 전투기는 20대에 각각 급유할 수 있다. KC-330을 운용하고 있는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261공중급유비행대대장 조주영 중령은 “조종사들은 항상 연료에 대한 압박감을 갖고 있는데, 공중급유는 이러한 부담에서 벗어나 본인의 기량과 항공기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공군 KC-330 공중급유기가 12일, KF-16 전투기에 공중급유를 실시하고 있다. 공군 제공

역할과 책임이 막중한 만큼 중압감도 크다. KC-330의 공중급유 임무가 잡히면, 비행 전날 조종사와 공중급유통제사 총 5, 6명으로 이루어진 임무 편조가 모여 비행을 준비한다. 이들은 몇 대의 전투기에 연료를 급유하는지 확인하고 임무에 사용할 연료량을 계산해 항공기 중량과 무게 중심을 확인한다.

아울러 임무 공역과 급유를 위해 각 전투기별로 만나는 공중급유통제시간, 공역 기상 등을 확인하고 계획한다. 공중에서 두 대의 항공기가 근접 비행하며 연료를 공급하는 건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작업이다. 조종사와 공중급유통제사의 사소한 실수라도 커다란 비행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늘 긴장감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급유 훈련은 해상에서 진행된다. 공군 관계자는 “육상 상공에서 (급유) 훈련을 실시하면 유사시 낙하물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반복적인 연습에도 불구하고 혹시 모를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중급유통제사는 비행 전후로 시뮬레이터를 통한 반복 훈련을 통해 기량을 유지해야 한다. 조 대대장은 “안정적인 작전 운영과 실전적 훈련을 통해 상시 결전 태세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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