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립·분열 조장하는 ‘극단의 정치’… “내년 총선서 심판받을 것”

민병기 기자 2023. 4.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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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단독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대통령의 추가적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야당은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불통' 이미지를 심으려 하고 이에 맞서 여당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부각시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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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양곡법 이어 간호법 충돌
민주, 거부권 예상에도 강행
‘대통령 불통 이미지’ 씌우기 의도
국힘도 협상보다 일단 반대
‘거야의 폭주’ 프레임에 몰두
합의의 정치 사실상 실종
“새 정치세력 욕구 커질 것”
밀어붙이는 야당 박홍근(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양곡관리법에 이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이 단독 강행 처리를 예고하고 나선 것은 사실상 대통령의 추가적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를 염두에 두고 야당은 대통령의 거듭된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 ‘불통’ 이미지를 심으려 하고 이에 맞서 여당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를 부각시키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양보와 타협, 협치와 합의의 정치는 완전히 실종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같은 최악의 국회 행태에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심판을 받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올 정도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양곡관리법의 재의결을 요구하며 “정부·여당이 아무리 포퓰리즘이라 폄훼해도 현실적으로 정부와 농민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절차와 내용 모두 합당하게 마련된 법안들”이라며 “국회의장이 유관단체를 설득하라고 준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정부·여당은 핵심 당사자인 대한간호협회를 빼고 반쪽 뒷북 논의로 시간만 끌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은 모두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으로 아무리 법안의 필요성이 있다 해도 충분히 협의 검토해 처리하는 게 옳은 일”이라며 “야당도 정부·여당이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 마음을 열고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맞섰다. 야당이 법안 처리를 공언한 시점까지도 여야 간 논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여야 모두 합의 불발의 책임 떠넘기기에만 몰두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잇따른 법안 밀어붙이기가 윤석열 대통령이 연이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만들어 불통과 국회 무시 이미지를 덮어씌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다시 의결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야당 단독 처리가 불가능함에도 재의결을 요구하는 것은 농민 표를 의식하면서 동시에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부담을 주는 것”이라며 “여당이 수용할 수 없는 법안을 시차를 두고 본회의에 상정시키는 것 역시 정략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에서는 국민의힘이 법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나 협상 없이, 야당의 민생법안 처리를 ‘거대 야당 프레임’에 가두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야당 관계자는 “야당이 주도하는 법안 처리에는 아예 협조하지 않겠다는, 야당을 협치 대상이자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하지 않는 오만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정치권이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것으로, 내년 총선에서 여야에 대한 심판 여론이 커지고 새로운 정치세력에 대한 욕구도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용어설명 - 비토크라시(vetocracy·거부민주주의) 상대 정당의 정책과 법안은 무조건 부정하고 반대하는 행태.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교수가 2013년 미국의 양당 정치를 비판하며 쓴 용어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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