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설전 도 넘었다” 홍준표 당상임고문서 해촉하자… 홍준표 “엉뚱한 데 화풀이”

■국힘 지도부 결정에 홍준표 반발
‘전광훈 논란’에 여당 자중지란
홍준표 “당 잘못 가만 보고있겠나
이참에 욕설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실언 김재원 징계도 시작될듯

최고위 발언하는 與대표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재옥 원내대표, 김 대표, 김병민 최고위원. 김동훈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조치는 최근 당 안팎에서 불거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을 둘러싼 설전에 대한 것으로 홍 시장은 “엉뚱한 데 화풀이”라면서 강하게 반발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김 대표는 홍 시장이 전 목사 등을 핑계로 지도부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강경한 조치로 리더십 강화에 나선 것으로도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외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며 홍 시장 등을 겨냥한 발언을 쏟아낸 뒤 비공개회의에서 홍 시장을 상임고문에서 해촉했다. 홍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못돼가는 당을 가만히 보고만 있겠냐”며 “이참에 욕설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고 즉각 반발했다.

앞서 홍 시장은 전 목사의 “정치인은 내 통제를 받으라”는 발언과 김재원 최고위원의 실언 논란 등에 “말 몇 마디로 흐지부지하지 마시고 단호한 조치를 취하시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에 김 대표는 “우리 당원도 아니고 다른 당을 창당해 실질적인 대표인 특정 목사의 발언에 대해 일일이 언급할 이유가 없다. 우리 당 정치인이 특정 단체 대표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건 궤변”이라고 받아쳤다. 또 홍 시장과 김 최고위원 등을 아울러 “터무니없는 언행으로 국민 정서를 자극하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 상임고문 면직까지 나온다”고 비꼬았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11일 “지방자치단체장 중에서 당 상임고문으로 위촉된 건 내가 처음”이라며 “상임고문을 해촉하든지, 중앙정치에 관여해 달라고 해놓고 관여하지 말라 하면 그것은 방향이 잘못된 것”이라며 충돌을 이어왔다.

국민의힘은 이날 공석인 당 중앙윤리위원장에 황정근 변호사를 임명하고, 당무감사위원장에는 19대 국회의원 출신 신의진 연세대 교수를 임명하는 등 주요 당직 인선도 의결했다. 이에 윤리위가 구성되는 대로 최근 잇단 설화로 물의를 일으킨 김 최고위원에 대한 본격적인 징계 절차가 당원 요구 등에 의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당 지도부의 설화가 내년 총선의 악재가 될 것을 우려하는 기류가 흘러나오자 김 최고위원을 정식으로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중앙연수원장으로 초선 최춘식 의원을 임명하는 등 당 상설위원회 위원장들을 임명하고, 김가람 전 한국청년회의소중앙회장을 청년 대변인에 임명했다. 한편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지도부 인선을 공개한다. 원내수석부대표로는 강원 출신의 재선 이양수 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민 기자 potat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