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따라가다가...토종 OTT, 1000억대 적자

2023. 4. 13.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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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를 앞세운 '서울체크인', '술꾼 도시 여자들2', '환승연애2'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던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들이 실제로는 엄청난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OTT업체들마다 대규모 적자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용 절감 등 긴축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국내 OTT업체들의 적자 행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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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에 대규모 투자
유료 구독자 기대만큼 못늘려
티빙·웨이브 각각 역대급 손실
긴축경영 불가피...고사위기도

“1000억원씩 적자가 계속 나면 버틸수가 없다.”(업계 관계자)

이효리를 앞세운 ‘서울체크인’, ‘술꾼 도시 여자들2’, ‘환승연애2’ 등 수많은 히트작을 내놓았던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들이 실제로는 엄청난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마다 1000억원이 넘는 역대급 적자를 내 초비상이다. 업계에선 “이대로는 버티지 못한다”는 말이 나온다. 제작 투자비 축소 등 긴축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티빙은 지난해 영업적자가 1191억원으로 2021년보다 적자 규모가 무려 56%나 늘어났다. 웨이브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217억 원으로 2021년 558억 원 대비 2배가 넘는 적자 폭이 발생했다.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것이 화근이 됐다. 웨이브와 티빙 모두 유료 구독자 확보를 목표로 공격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만큼 유료 구독자는 늘어나지 않았고, 판권 수출 등 실적 역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티빙은 지난해 많은 히트작을 내놨다. 이효리와 김태호PD가 손을 잡은 ‘서울체크인’, ‘환승연애2’ 등 예능 콘텐츠와 ‘유미의 세포들 시즌2’, ‘술꾼 도시 여자들2’ 등의 드라마를 만들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럼에도 늘어난 투자비를 감당하지 못했다.

콘텐츠 제작·수급에 쓴 비용을 보면 티빙은 2021년 707억원에서 2022년 1169억원으로, 웨이브는 같은 기간 1452억원에서 2111억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누누티비 같은 불법 스트리밍 업체의 등장도 손실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방송사와 OTT업체들이 결성한 영상저작권보호협의체는 누누티비로 인한 피해액이 조단위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OTT업체들마다 대규모 적자 사태가 발생하면서 비용 절감 등 긴축 경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따라잡기 위해 업체들 간 콘텐츠 제작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투자 대비 가입자 확보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넷플릭스 시장 장악력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고 말했다.

국내 OTT 시장은 넷플릭스 천하다. 넷플릭스가 38%(지난해 기준, 공정위)의 점유율로 부동의 1위다. 시즌과 합병한 티빙(18%), 웨이브 (14%), 쿠팡플레이 (11%), 디즈니플러스(5%), 왓챠 순이다. 왓챠의 점유율은 미미하다. 왓챠는 계속되는 적자에 자금 수혈 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다. 매각과 투자 유치를 동시에 추진 중이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업체들도 딜레마에 빠졌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서는 제작 투자비를 줄여야 하지만, 줄일 경우 유료 가입자 확보가 더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OTT의 경쟁력은 곧 콘텐츠의 경쟁력인 만큼 넷플릭스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투자를 줄이기도 힘든 상황이다.

티빙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4000억원, 웨이브는 2025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지만,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적자폭을 감당하면서까지 투자에 나서기는 힘들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에도 국내 OTT업체들의 적자 행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적자폭을 얼마나 줄일지가 관건이다.

무엇보다 해외 진출 성공 여부가 국내 OTT의 생사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의 경우 서비스하고 있는 나라만 190여개국, 유료 이용자 2억만명이 넘는다. 넷플릭스는 전 세계 막강한 가입자를 기반으로 OTT 시장의 정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박영훈 기자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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