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중앙군사위 직후 '고강도 도발'… '고체 ICBM' 가능성 주목
김정은 "전쟁 억제력 '공세적'으로…" 새 전략전술 계속 선보여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북한이 13일 중거리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개최 사흘 만에 고강도 도발을 재개하면서 한미일을 겨냥한 '공세적 핵무력 활용'을 시위한 것으로, 북한은 이번에도 새로운 탄도미사일 발사 체계를 시험하며 위협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23분쯤 북한 평양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1발을 포착했다. 군 당국은 구체적인 미사일 제원을 분석 중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군은 이날 발사된 탄도미사일에 '고체연료'가 처음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합참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이날 탄도미사일 발사에 고체연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그런 내용들도 포함될 수 있겠다"라며 "새로운 체계의 중거리탄도미사일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7일 이후 17일 만이자,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 회의를 주재한 뒤 불과 사흘 만이다.
북한은 지난 2월 김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를 지도한 뒤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인 '화성-15형'(2월)을 발사하고, 3월에는 중앙군사위 회의 후 그가 직접 '화성-17형' 발사 훈련을 지도하는 등의 고강도 발사를 단행했다.
이번에도 이같은 행보가 반복된 것인데, 북한이 당 중앙군사위를 올해 이례적으로 자주 개최하면서 지속적으로 '핵무력 강화'와 관련한 '중요 결정'을 내리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10일 당 중앙군사위 회의에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 역도들의 침략전쟁 준비 책동이 날로 우심해지고 있는 현 정세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라며 "이에 기초해 우리의 분사적 선택을 더욱 명백히 하고 강력한 실천행동으로 이행할 수 있는 준비를 엄격히 갖추는 것을 필수적 요구로 제기했다"라고 밝혔는데, 여기서 언급된 '실천행동'이 이날 단행된 새로운 체계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보인다.
구체적인 내용은 북한이 내일 공개할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의 발사 장면 등을 추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다만 한미가 그간 북한이 액체연료를 사용해 발사했던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의 발사 때와 다른 정황을 이날 확인한 것으로 전해져, 북한이 고체연료를 처음 사용한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정황이 확실시되고 있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전술적 측면에서 활용 가치가 높다. 액체연료는 주입 후 장시간이 지나면 내부에 부식 현상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대부분 한미의 정보망에 사전 탐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가 가진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미리 연료를 투입한 상태에서 야간 등을 이용해 기동하는 방식으로 은폐, 엄폐성을 높일 수 있다. 외부의 정보망에 대한 노출을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전략자산을 '사전 탐지'하기 위한 숙제가 늘어나는 셈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진행한 열병식에서 이미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추정 미사일의 모습을 공개한 바 있다.
다만 이날 발사에 이 미사일이 사용됐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ICBM이 아닌 IRBM에 엔진만 장착해 우선 작동 여부를 시험했을 가능성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열병식에 등장했던 고체형 ICBM이라면 개발에 속도를 붙인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대미 억제력의 상징인 ICBM 활용 방식이 이제 액체연료에서 고체연료로 본격 전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ICBM 기술이 고체연료 사용 수준까지 도달했는지는 북한의 추가적인 발표를 봐야한다면서도 "과장이나 사기 등 북한의 기만행위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북한이 올해 4월까지 군 정찰위성 1호 준비를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던 만큼 이와 관련한 훈련을 진행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북한은 지난달 '화성-17형' 발사훈련을 한 뒤 발사 과정에서 무중력공간에서 찍은 지구의 사진을 공개했다. 탄두부에 카메라를 장착한 다음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선명한 지구 사진을 공개함으로써 발사체의 안정적 성능 과시와 '위성 발사' 가능성을 시사한 행보로 평가됐다.
북한이 '민족 최대의 경사스러운 명절'이라고 표현하는 태양절(15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내부 결속을 노린 미사일 발사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지난 11일과 이날을 각각 김 총비서가 지난 2012년 집권 직후 '당과 국가의 최고수위'에 추대된 날로 기념하기도 한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은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라는 강박이 있다"면서 "만일 이날 발사된 미사일이 신형 미사일이라면 이를 통해 최고지도자들의 기념일에 의미를 부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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