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절 연습까지 했다" 염갈량의 '성동격서' 간파한 21년 차 베테랑 투수, 루키후배에게 받은 질문 "그냥 하신겁니까"

12일 대구 SSG전에 앞서 인터뷰 하는 우규민.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라이온즈 21년 차 베테랑 불펜 투수 우규민(38)이 LG 벤치의 기습적인 홈스틸을 막아낸 비하인드 스토리를 털어놓았다. 현란한 작전야구를 펼치는 LG 염경엽 감독의 허를 찌르는 '성동격서'. 산전수전 다 겪은 우규민이었기에 알고 있었다. 심지어 "LG 시절에는 이를 대비해 연습까지 했다"고 밝혔다.

우규민은 12일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SSG와의 2차전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날의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상황은 이랬다.

지난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삼성 전. 2-2로 팽팽하던 8회말 LG가 2사 2, 3루 찬스를 잡았다. LG 벤치는 서건창 대신 전날 오승환을 상대로 끝내기 2루타를 친 오스틴 카드를 냈다. 누가봐도 타격감 좋은 외인타자 오스틴의 한방을 기대하고 낸 승부수 처럼 보였다.

삼성은 즉시 이승현을 내리고 우규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초구는 볼.

LG 벤치의 염경엽 감독은 김민호 3루 코치에게 2루주자 김현수의 리드 폭을 더 크게 가져가라고 손짓으로 주문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

2루주자 김현수의 리드 폭을 키우라는 지시를 하는 LG 염경엽 감독. 출처=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2구째를 준비하던 우규민은 셋 포지션 자세에서 유격수 이재현 쪽으로 고개를 여러차례 까딱거리며 2루 커버를 들어가라는 사인을 노골적으로 냈다. 중계진까지 캐치할 정도였다. 결국 일부러 리드 폭을 크게 잡은 2루주자 김현수를 향한 견제가 이뤄졌다. 그 순간 3루주자 문성주가 홈을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허를 찌른 홈 스틸.

하지만 우규민은 LG벤치의 의도를 알고 있었다. 유격수가 홈 송구하기 편하게 높게 송구했고, 이재현이 곧바로 홈으로 던져 문성주를 잡아냈다. 비록 삼성은 이날도 10회 연장 끝에 끝내기 패를 당했지만 우규민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빛났던 순간이었다.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유격수 이재현에게 들어가라는 사인을 내고 있는 우규민. 출처=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2루를 거쳐 홈으로 전달된 송구에 태그 아웃되는 3루주자 문성주. 출처=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일부러 높게 던진 건 아니지만 작전을 간파한 건 맞아요. 넥센 시절에도 염경엽 감독님께서 워낙 수가 많으셔서 넥센을 만나면 이런걸 조심해야 한다 하는 게 있었거든요. 마운드 올라가서 공 하나 던졌는데 그런 상황이 나올 거 같더라고요. 실제 2루주자 현수가 리드를 많이 하라고요. 견제 사인이 안 났는데, 재현이한테 계속 들어가라고했죠. (시선을 집중시키려 대타로 냈던) 오스틴과는 상관이 없었어요. 저는 주자만 보고 더 나가라 하고 있었거든요."

2023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가 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렸다. 삼성 이호성이 역투하고 있다. 대구=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3.04.06/

이 상황을 유심히 지켜본 투수가 있었다. 루키 이호성이었다.

임무를 마친 대선배 우규민에게 다가가 "선배님, 혹시 그냥 하신겁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까마득한 후배의 갑작스런 질문에 살짝 당황한 21년 차 베테랑은 "어, 그냥 했어"라고 답했다며 웃었다.

우규민은 "무언가 느꼈으니까 물어봤을 거고, 어리지만 빠르게 성공할 선수 아닌가 싶다"라고 칭찬했다. 이호성에 대한 평가를 묻자 "마운드에서 싸울 줄 아는 투수다. (원)태인이의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다"며 "몇년 후면 태인이 처럼 성장할 투수"라고 확신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