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사고 한국카본·공정위 제재 세진重… 조선업 호황에 ‘찬물’

박정엽 기자 2023. 4.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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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산재’ 한국카본, 불성실공시법인 지정까지
세진重, 하도급법 위반에 공정위 제재
성광벤드는 안전·환경 문제로 과태료

한국의 주요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상장사 및 산업체로서 지는 법적 의무를 잘 지키지 않아 각종 행정기관의 제재 또는 소송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시 살아나는 조선업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위험요소라는 지적과 함께, 조선업계 공급망 전반에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더 높은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 화물창용 보냉재 제조사 한국카본은 지난 5일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됐다. 한국카본은 한국 조선업계의 핵심 먹거리이면서 최첨단 선박인 LNG 운반선의 핵심 소재인 보냉재를 동성화인텍과 양분해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소에 공급한다.

왼쪽부터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이사, 윤지원 세진중공업 부사장, 안재일 성광벤드 대표이사./ 각사·조선DB

한국카본이 불성실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이유는 ‘주주총회 소집결의’, ‘현금·현물배당결정’,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경 사실 또는 결정’ 등 상장사의 기본 의무인 공시를 정해진 날짜까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카본은 한국거래소에서 벌점 6점을 부여받았다. 거래소가 부여한 누계벌점이 15점이 되면 관리종목 지정기준에 해당되며, 매매거래 정지나 신용거래 금지 같은 규제가 가능해진다. 회사측은 “담당 직원의 퇴사 때문”이라고 공시가 늦어진 이유를 설명했다.

경남 밀양에 있는 한국카본 공장에서는 지난해 12월 한 주 간격으로 잇따라 큰 사고가 발생해 근로자들이 죽거나 다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5일 폭발 사고에서는 6명이 다쳤는데, 이중 2명은 끝내 숨졌다. 부상자들이 회복되자 고용노동부는 본격적인 중대재해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역 노동계에서는 공정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회사측은 “성실하게 조사에 임할 생각”이라며 “조사를 통해 사고원이 밝혀진 뒤, 책임이 있으면 책임을 지고 안전 조치를 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5일 경남 밀양시 한국카본 공장 폭발사고 현장. /경남소방본부

작년 12월 22일에는 한국카본의 또다른 밀양공장에서 단열재 절단기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근로자 1명이 크게 다쳤다. 역시 울타리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가 미흡해 생긴 사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에 들어가는 대형 LPG 탱크 등을 생산해 HD현대중공업 등에 납품하는 상장사 세진중공업은 하도급 계약과 관련한 잡음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세진중공업이 선박 구성부분품 제작을 하도급 업체에 맡기면서 계약서를 지연 발급하거나 부당한 특약을 설정하면서 하도급 대금도 부당하게 결정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하고, 8억7900만원의 과징금 및 법인·대표자 고발을 결정했다고 지난해 1월 밝혔다. 공정위가 공개한 이 회사의 부당특약에는 ‘물량변동에 따른 공사 대금 정산 시 3% 이내는 정산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후 검찰은 세진중공업 법인에 대해서만 약식 명령으로 벌금을 부과했고, 세진중공업은 이에 불복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세진중공업 관계자는 “서면지연발급이나 부당특약 등은 자진해서 시정한 건들이 많고, 협력사들과 합의도 이뤄진 상태”라며 “공정위 측의 무리한 판단으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울산광역시 세진중공업 생산 공장 부지 /세진중공업

LNG 운반선의 또다른 주요 부품인 관이음쇠(피팅) 제품을 공급하는 성광벤드는 2020년,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해 각각 과태료를 납부했다. 비상운전 절차 훈련이나 가스감지기 검·교정을 하지 않는 등 안전 관련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2022년에는 대기환경보전법을 세 차례 위반해 각각 과태료를 납부했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산먼지 발생을 억제하는 시설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거나, 유해물질 신고 등의 환경 관련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선박 건조 공급망 전반에서 ESG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부분 제품이 수출되는 조선산업 특성상, 수요국이 요구하는 기준에 맞지 않는 생산 과정은 한국 조선업계의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SG 관련 준비 상황을 중요하게 여기는 유럽 등 선진국의 고객들이 공급망 차원의 문제점을 지적할 경우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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