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홍준표 당 상임고문 해촉···윤 대통령 비판 영향?

정대연·이두리·조미덥 기자 2023. 4. 13. 1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당대표 비판 선 넘었다 판단
“정치력 없는 대통령” 발언도
홍준표 “엉뚱한 데 화풀이”
“전광훈에 약점 잡혔나” 비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3일 홍준표 대구시장을 당 상임고문직에서 해촉했다. 김 대표는 홍 시장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관련 당 지도부 비판이 선을 넘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홍 대표가 최근 TV토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한 게 김 대표가 결단을 내린 배경이란 분석도 나온다.

홍 시장은 즉각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고 반발했다. 당내 비윤석열계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 해촉 조치를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정 목회자가 국민의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당 지도부가 그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라며 “최근 우리 당 지도부를 두고 당 안팎에서 벌이는 일부 인사들의 과도한 설전이 도를 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목회자는 전 목사, 과도한 설전을 벌이는 인사는 홍 시장을 가리킨다. 김 대표는 이어 비공개 회의에서 “상임고문의 경우 현직 정치인이나 지방자치단체장으로 활동하는 분은 안 계셨던 게 관례”라며 홍 시장 해촉을 결정했다. 그는 해촉은 “정상화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시장은 지난해 10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전직 대표 자격으로 상임고문에 위촉됐다.

홍 시장은 지난달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 목사 관련 실언들이 터진 후 연일 김 대표를 비판해왔다.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당 대표가 카리스마가 없고 미지근하다”고 하더니, 이달 3일 김 대표가 “지방자치 행정에 전념하면 좋겠다”고 하자 “난 대표를 두 번 지낸 상임고문으로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과 책무가 있다”고 맞대응했다. “총선을 앞두고 비대위 체제로 가지 않는다는 보장 있냐”는 말을 썼다가 지우기도 했다. 김 대표는 홍 시장의 ‘비대위 전환’ 발언에 분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전 목사에 약점이 잡혔나” 등 연일 전 목사와의 단절, 김 최고위원 징계를 주장하며 김 대표를 비난했다.

김 대표는 전날 SNS에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체의 언행에 대해 당대표로서 엄중히 경고한다”고 홍 시장에게 공개 경고장을 날린 후 이날 상임고문직 박탈로 칼을 뽑아들었다. ‘중앙정치에 관여할 권한’을 뺏은 것이다. 이날 최고위 공개발언에서 홍 시장을 겨냥한 듯 “수차례 자중을 촉구했음에도 당 내외에서 이를 증폭시키는 듯한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김 대표가 실질적 효과도 없으면서 당내 분란만 키울 상임고문 해촉 카드를 꺼낸 데는 ‘윤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 시장이 지난 9일 MBC <100분 토론 1000회 특집>에서 윤 대통령의 정치력을 비판한 것 등이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홍 시장은 당시 “노련한 정치력이 있는 사람을 다 제치고 정치력 없는 대통령을 뽑았다. 그렇게 뽑아놓고 왜 탓을 하나”라며 “정치력 없고 초보인 대통령을 뽑아놓고 3김(김영삼·김대중·김종필) 정치와 같은 대화와 타협을 해달라는 건 난센스”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SNS에 “이참에 욕설 목사(전 목사)를 상임고문으로 위촉하라”며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한다. 문제 당사자(김 최고위원) 징계는 안 하고 나를 징계한다? 어이없는 당이 돼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 팀이 아니라 어차피 내년에 살아남는 사람들과 함께 나머지 정치를 할 사람”이라며 내년 총선을 전후해 김기현 체제가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될 것이란 암시도 했다.

비윤계에서도 김 대표 조치를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SNS에 “이준석, 나경원, 유승민, 안철수, 이제는 홍준표 지지자까지 밀어내면 우리 당 지지율이 어떻게 남아나느냐”며 “김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연대포기탕’이냐. 이러니까 자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차출설, 심지어 비대위 얘기까지 나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정당에서 당내 구성원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이 있으면 윤리위원회로 몽둥이 찜질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상임고문 면직(해촉)까지 나온다”고 지적했다. 김웅 의원은 SNS에 “막말(김 최고위원)은 괜찮지만 쓴소리(홍 시장)는 못 참느냐. 차라리 막말을 하라는 건가”라고 썼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