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급락은 기본, 직원들도 물렸다…유상증자로 우리사주 받았는데 며칠 후 거래정지
셀바스AI·KEC·대성창투 등은 증자 결정 후 주가 급락
전문가들 “증자 참여는 신중해야”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 유상증자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증시가 조금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자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겠다며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데 이런 결정 이후 대부분의 기업 주가는 급락했다. 유상증자를 한다는 것은 기존 주주나 제3의 투자자, 또는 일반 투자자에게 자금을 수혈받고 대신 신주를 발행하겠다는 의미인데 결국 기업이 돈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신주 발행으로 기존 1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효과가 동시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은 기존 주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증자 결정 후 일주일도 안 돼 대표이사가 횡령‧배임 혐의로 피소되며 주식이 거래정지 상태가 됐다.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의 상장폐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증자에서 가장 많은 신주를 받기로 한 곳은 우리사주조합으로 참여한 이 회사의 직원들이다.
13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전날까지 유상증자를 발표한 기업은 모두 19개사(종속회사 제외)다. 이 중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14곳이며 나머지는 일반 공모 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로 증자한다.
유증 발표 후 대부분의 기업 주가는 내렸다. 가장 크게 주가가 하락한 곳은 의료기기 기업 셀바스헬스케어다. 지난 7일 장 마감 후 유상증자를 공시했는데 지난 12일까지 3거래일 동안 주가가 36.2% 하락했다. 7일 종가는 1만1670원이었지만 12일에는 7440원이 됐다. 운영자금과 채무상환 자금으로 400만주를 발행해 341억2000만원(1주당 발행 예정가 8530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는 일반 공모하는 방식이며 일반 공모에서도 실권주가 발생하면 대표 주관사인 KB증권이 인수한다.
발행되는 신주는 현재 총 발행 주식의 18.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셀바스헬스케어의 모회사(최대주주)인 셀바스AI도 같은 날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12일까지 주가가 15.8%(4200원) 하락했다. 셀바스AI는 최근 인공지능(AI) 관련주로 주목받으며 주가가 급등했던 곳이다. 셀바스헬스케어의 최대주주인 셀바스AI(지분율 52.05%·2022년 말 기준)는 셀바스헬스케어 유상증자에 지분율대로 모두 참여할 계획이다. 다만 셀바스AI의 자체 유상증자에는 최대주주인 곽민철 대표(지분율 11.82%‧2022년 말 기준)가 지분율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최대주주는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7일 유증을 발표한 대성창투도 증자 발표 후 주가가 급락한 기업이다. 12일까지 주가가 10.7% 하락했다. 11일 유증을 발표한 KEC도 다음 날인 12일에만 주가가 12.78% 급락했다. KEC는 반도체 칩에서 전류 증폭 등의 기능을 하는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만드는 기업인데 최근 전기차 관련주로 언급되며 주가가 올랐던 곳이다.
양근모 오르비스투자자문 대표는 “보통 주가가 급등하면 같은 금액을 증자하더라도 1주당 발행가격은 높아진 대신 발행 주식 수는 줄어들어 지분율 희석이 작아진다”라면서 “최대주주 입장에서는 유상증자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금처럼 시장이 다소 회복되는 상황에서는 주가가 오른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상증자 발표 후 며칠이 지나 대표이사가 횡령‧배임 혐의로 고소되며 거래정지가 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부산주공은 지난 5일 보통주 585만4000주(29억2700만원)를 제3자 배정방식으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주금 납입일은 13일이며 신주 상장일은 오는 27일이다. 뉴월드쉬핑, 서도상선, 삼진전화 등이 증자에 참여했고, 우리사주조합은 가장 많은 145만4000주를 배정받았다.
그러나 신주 주금납입도 이뤄지기 전인 지난 11일 대표이사와 감사위원이 횡령‧배임 혐의로 피소되며 주식은 주가 486원에 거래정지 상태가 됐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여부를 가릴 상장적격성실질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주 발행은 상장폐지 심사와는 별개의 일이기 때문에 증자는 정상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다만 증자에 참여했던 내부자들도 피소 사실을 미리 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주공은 상법상 액면 가액 이하로 할인해 신주를 발행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현재 주가보다 높은 500원을 신주 발행가액으로 정해 할증 발행했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일반공모나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발행되는 신주 청약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섣불리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손실을 볼 가능성도 있어서다.
김기주 KPI투자자문 대표는 “기업이 유상증자를 발표하는 시점이 주가의 단기 고점이라고 봐도 된다”라며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기업이 판단하면 증자 시점을 늦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최근의 유상증자 기업들의 상황을 보면 주주배정이나 일반 공모로 신주를 배정받기보다는 주식을 매도한 후 증자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나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양근모 대표도 “기존투자자들은 유상증자의 자금조달 목적은 뚜렷한지, 최대주주가 실권하지는 않는지,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이 있는지, 할인율은 충분한지 잘 따져보고 증자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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