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살림에 구독부터 취소”…美서 OTT등 해지 봇물

[로이터]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온라인 동영상(OTT)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 등까지 다양한 분야의 구독 서비스가 인기를 잃어 가고 있다. 구독 서비스를 이용해도 막상 잘 이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고, 물가 상승으로 재정이 어려워지면서 개인들이 가장 먼저 구독 서비스에 대한 지출부터 줄이고 있는 것이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인 금융 애플리케이션 로켓 머니 조사를 인용해 최근 2분기 연속으로 OTT를 비롯한 디지털 서비스 멤버십, 정기 음식 배달 등 서비스 구독을 취소한 건수가 신규 구독 건수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또한 미국의 구독 서비스 분석업체 안테나는 지난해 넷플릭스와 훌루, HBO 맥스 등 OTT 구독 취소가 전년 대비 49％ 증가한 것으로 집계했다. 글로벌 밀키트 배달 전문 업체 헬로프레시도 최근 실적 발표에서 활성 이용자가 지난해 3분기 800만명에서 4분기 710만명으로 감소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구독 서비스 붐이 꺾인 데는 물가 상승 등 경제적 요인이 크다. WSJ는 생필품 가격이 오르고 살림살이가 빡빡해지자 사람들이 구독해놓고 이용도 잘 하지 않고 있던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먼저 줄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핀테크 업체 크레딧 카르마의 지난해 12월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분의 1은 잘 사용하지도 않는 구독 등 서비스에 정기적으로 돈을 지불했던 경험을 가장 큰 재정적 실수로 꼽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시장조사 기관 C+R 리서치 조사 결과 미국인들이 매달 구독 서비스에 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금액은 86달러(약 11만원)였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133달러(약 17만원)를 더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실제 오하이오주에 사는 은퇴자 존 리칭거 씨는 결제 뒤엔 막상 손이 잘 가지 않는 구독 서비스를 취소해 음식 등 생필품을 위한 돈을 넉넉히 확보할 생각이라면서, 최근 자동차 위성 라디오 서비스와 잡지 구독, 해충 방제 서비스 등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그간 구독 서비스 확장에 나섰던 기업들도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다.

강아지 용품 정기 배달을 앞세웠던 반려동물 물품업체인 바크는 노선을 틀어 비(非)구독 제품에 더 공을 들이기로 최근 결정했다.

2020년부터 매달 이달의 고기를 선정해 구독자 집으로 보내줬던 일리노이주 레스토랑 소울 앤 스모크도 수요가 급락한 이 서비스를 중단하기로 했다. 대신 레스토랑은 손님이 직접 식당에 나와 음식을 먹는 공간을 확충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꾸리는 등 오프라인 사업에 집중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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