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시장 대신 클럽 활성…독일, 기호용 대마초 합법화 한다

연내 부분적 합법화…하루 최대 25g 구입 가능,
허가 상점에서 상업판매 시범 프로젝트도 계획

지난 1월 태국 방콕 앰버농장의 비닐하우스 안에서 대마초 싹이 보인다. /로이터=뉴스1

독일에서 오락 목적의 대마초 사용이 연내 합법화될 전망이다. 이로써 독일에선 하루에 최대 25g, 한 달에 최대 50g의 기호용 대마초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독일의 셈 오즈데미르 농업부 장관과 칼 라우터바흐는 보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대마초의 오락적 사용이 연내 독일에서 합법화될 수 있도록 단계를 밟고 있다"며 부분적 합법화 계획을 발표했다. 비영리단체를 통한 개인 재배 및 유통은 허용하되, 상점에서의 광범위한 판매는 허용하지 않는 법안이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0월 당초 허가된 상점에서 대마초를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내용을 포함한 합법화 법안을 추진했으나 EU 집행부와의 회담 이후 허용 수위를 낮췄다. 대신, 몰타의 제도를 모방해 레크리에이션 목적으로 대마초를 재배하고 회원들이 직접 소비하고 판매할 수 있는 비영리 '대마초 클럽'의 설립을 허용할 방침이다.

각 클럽은 18세 이상의 회원을 500명 이하로 보유할 수 있고 클럽은 회원에게 하루에 최대 25g, 한 달에 최대 50g의 대마초를 판매할 수 있다. 한 달에 최대 7개의 대마초 씨앗 또는 5개의 대마초를 절단할 수 있고, 최대 3그루의 대마초를 개인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21세 미만의 회원은 클럽에서 한 달에 30g만 받을 수 있다.

학교나 유치원 근처 공공장소에서 대마초를 소비하는 것은 금지되며, 오후 8시까지 마을의 보행자 구역에서 대마초를 소비하는 것도 금한다. 법안은 또 정부의 통제 하에 5년간 시범 프로젝트로 소수의 전문 상점을 운영하는 구상도 담았다. 상업적인 대마초 공급망이 아동보호, 건강 시스템 및 암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불법 재배되다 적발된 대마초 전경.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대마를 대규모로 재배해 불법 유통한 일당과 흡연자 등 총 17명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대마초 약 29.3Kg(시가 29억 원 상당)과 재배 중인 대마 691주를 압수했다./사진=뉴스1

라우터바흐 장관은 대마초를 범죄화하는 독일의 정책은 "실패했다"며 "형법을 강화하는 것만으론 앞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문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두 장관은 법안이 통과되면 과거 대마초 사용으로 범죄자가 된 이들을 사면한다는 입장이나, 정확히 어느 선까지 사면할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마초를 합법화하려는 다른 EU 국가들과 협력해 27개 회원국 전체에 걸친 공통 정책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EU 국가들은 최근 몇 년 간 범죄조직의 수익을 줄이기 위해 대마초 규제를 완화해왔다. 몰타는 2021년 대마초 소유 및 재배를 합법화한 최초의 EU 국가다. 18세 이상의 성인은 최대 7g의 대마초를 소지할 수 있으며 개인 용도로 최대 4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다.

네덜란드는 수십 년 동안 개인 소지를 용인해왔고 허가받은 전문 커피숍에서 상업적 판매도 허용한다. 룩셈부르크는 최근 대마초 씨앗을 구입하고 가정에서 4그루의 식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법을 완화했다. 이탈리아, 스페인, 체코를 포함한 다른 국가에서는 개인이 대마초를 소량 소지하는 것은 허용하지만 마약 거래에 대한 처벌은 강하다.

마르코 부쉬만 독일 법무부 장관은 "대마초 금지는 수많은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고, 범죄 조직으로 내몰며, 법 집행 기관의 막대한 자원을 묶어두고 있다"며 "더 많은 개인적 책임을 허용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