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좌승사자’ 찾기···고비 만난, 키움 불펜의 ‘세로 야구’
키움은 지난해부터 보편적인 패턴과는 다른 불펜 운용을 했다. 불펜 투수에게 가급적 1이닝을 통째로 맡기는 ‘1이닝 책임제’로 정규시즌을 보낸 뒤 포스트시즌에는 상대 좌타라인에 사이드암 투수들을 갖다 붙이는 ‘역발상’ 야구를 하기도 했다.
좌타자 잡는 카드로 좌투수를 내는 경우가 적었던 것은 상대적으로 좌완 불펜요원이 부족한 탓이기도 했다. 키움은 좌타자 먼 쪽으로 도망가는 횡의 변화로 승부할 좌투수가 마땅치 않을 때는, 사이드암 투수를 통한 종의 변화로 이겨냈다. 일종의 타자의 시야 위·아래를 이용하는 ‘세로 야구’로 보편적 패턴은 아니었다.
이 또한 ‘흑묘백묘론’이다. 좌완이든 우완이든, 옆으로 던지든 위로 던지든 상대 타자만 잘 잡으면 된다. 키움은 지난해 개막 이후 이 같은 차별화된 투수 운용으로 성공적인 봄과 여름, 가을을 보냈다. 그런데 올해 봄은 아직 어렵다.
키움 불펜에는 올해도 좌완이 모자라다. 확실한 좌완 카드이던 김재웅이 지난해 후반기 이후로 마무리로 보직 이동하며 8회까지 쓸 만한 좌완투수가 없다.
이승호와 이영준 등이 우선 떠오르는 이름이지만, 이들은 아직 2군에서 몸을 만드는 중으로 실전 등판을 하지 못했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지난 12일 “두 투수는 아직 만들어가는 단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홍 감독은 이에 덧붙여 “좌완이 아니더라도 좌타자를 잡을 투수들이 있다”고 했지만, 실상은 아쉬움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 불펜에는 김재웅을 제외하면 좌완투수가 1명도 없다. 양현과 김동현 등 사이드암 투수를 제외하고 문성현 김태훈 하영민 임창민 김성진 등 우완 오버핸드 투수들이 줄을 잇는다.
키움 불펜투수들의 올해 좌타자 상대 성적은 저조한 편이다. 지난 12일 현재 키움 불펜투수들이 좌타자 상대로 기록한 피안타율은 0.348로 리그 평균치(0.266)보다 훨씬 나쁘다. 피출루율(0.418), 피OPS(0.969)도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대팀 입장에서는 경기 후반 대타 카드 등을 준비시키는 과정에서 복잡할 일이 줄어든다. 이번 주중 잠실에서 키움과 3연전을 벌인 두산 이승엽 감독도 특정선수의 후반 교체 투입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키움 불펜의 구성을 살짝 거론하며 답변을 이어가기도 했다.
모든 좌타자들이 좌투수에 약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좌투수를 까다로워하는 좌타자가 우타자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이왕이면 확실한 ‘좌승사자’ 한명쯤은 찾고 싶은 게 키움 벤치의 속내일 것으로 보인다. 1군행을 준비하는 내부 좌완 자원들을 찾아보게 되는 키움의 ‘봄날’이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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