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버드나무 벌목 ‘뒷북 중재안’···시민들 뿔났다

김창효 기자 2023. 4. 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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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탄소를 감축하는 자전거 모임’ 회원들이 남천교에 버드나무 벌목을 반대하는 플래카드를 걸어놨다. 김창효 선임기자

전북 전주시가 홍수 피해 예방을 이유로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260여 그루를 벌목한 데 대해 시민 환경단체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전주천·삼천 버드나무를 지키는 시민 공동 행동’은 지난 12일 전주시청 광장에서 ‘버드나무문화제’를 열고 수변에 남은 버드나무 벌목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무차별 벌목에 대한 우범기 시장의 사과와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하천 정책을 비판했다.

단체는 성명을 내고 “전주천과 삼천의 버드나무 벌목은 생태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의 하천 기본 권리 침해”라며 “전문가 등에게 묻지도 않고 무차별적으로 벌목한 것은 공공재를 파괴하고 훼손한 것이며 조례에서 정한 시장의 책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버드나무가 잘리고 억새 군락이 파헤쳐진 자리에 인공조명과 체육시설이 들어설 것을, 한옥마을 케이블카와 민간공원 특례아파트를 짓겠다며 공원의 나무들이 잘려 나갈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라며 “시장 사과를 받고 시민들이 동의하는 자연 하천 관리 지침이 만들어질 때까지 싸움의 강도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전북 전주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일대 버드나무 260여 그루가 최근 잘려 나갔다. 사진은 전주천 일대로 벌목 전(왼쪽)과 후 모습.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시민 공동행동은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전주시청 앞에서 시민 1인 시위와 온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서명운동에는 최근까지 시민 4135명이 참여했다.

서명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곳에 있던 나무는 왜 베어져야 했나요? 이 나무가 삼천의 물흐름을 방해했나요?”, ‘쓸데없는 예산 낭비 말고 나무를 그대로 두라’ 등의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 5일 식목일에는 한옥마을 전주천의 명소인 남천교 버드나무가 잘린 곳에서 시민들의 ‘버드나무 애도식’도 열렸다 .

하천 범람과 제방 붕괴를 막는다며 전주시는 ‘전주천·삼천 재해 예방 수목 제거 및 준설작업’을 추진했다. 베어낸 버드나무는 전주천 구간 120그루, 삼천 구간 140그루가량으로 드러났다.

지역 주민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전주천버드나무지키기 시민공동행동’ 회원들이 12일 오전 전북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버드나무 시민문화제’를 개최하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제공

전주시는 시민과 환경단체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정비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시는 전문가와 공무원 등 10명이 참여한 소위원회를 꾸려 대책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단체는 “이미 베어진 나무에 대한 사과와 책임이 전제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시는 1998년부터 자연형 하천을 조성해 관리해 오고 있다. 2000년 민관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고 주민 의견 수렴을 거쳐 10여 차례 설계를 변경을 통해 2002년 12월 시민들에게 첫선을 보였다. 과거 콘크리트 제방과 주차장, 각종 생활하수 등으로 죽어가던 하천을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가는 생태하천으로 탈바꿈시켰다.

김창효 선임기자 c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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