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살 염기훈이 K리그 꼴찌 수원 팬을 오랜만에 웃게 했다
“수원의 사나이 염기훈은 수원 위해 왼발을 쓸 거야~ 염기훈은 왼발의 지배자~”
12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수원 삼성과 안산 그리너스의 2023 FA컵 3라운드. 원정 응원을 온 수원 팬들은 쉴 새 없이 목청껏 염기훈 응원가를 불렀다.
올 시즌 K리그 정규리그엔 한 번도 나서지 않은 베테랑 미드필더 염기훈이 이날 선발 출전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마흔번째 생일을 맞은 염기훈(수원 삼성)은 현역 K리그 최고령 선수다. 전북과 울산에서 뛰다가 2010년 수원으로 이적한 뒤 10년 넘게 맹활약하며 수원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선수가 됐다.
이날 염기훈은 단순히 숫자만 채우는 선수는 아니었다. 그는 장기인 어시스트 능력을 유감 없이 뽐냈다.
염기훈은 후반 10분 안병준, 14분엔 전진우를 골을 도우며 2어시스트로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수원이 K리그에서 2무4패로 최하위로 처져 있는 만큼 공식전에서 처음으로 거둔 승리였다.
프로 17년차인 염기훈은 K리그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2011년과 2015년, 2017년 수원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고, 2015년과 2016년엔 도움왕에 올랐다.
현재 K리그 통산 77골 110도움으로, 역대 최다 어시스트 기록 보유자다. 올 시즌 플레잉코치를 맡아 그라운드에서 마지막 시즌을 보내게 됐다.
염기훈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감독님이 풀타임을 뛰어야 한다고 하셔서 이 악물고 뛰었다. 마지막 10분은 어떻게 뛰었는지도 모르겠다”며 웃은 뒤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안 좋아 분위기가 처져 있었다. 이 경기를 어떻게 해나갈지 후배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다행히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줬다. 첫 승을 올려 기쁘다”고 말했다.
염기훈은 오랜 만에 팬들의 응원가를 들어 더욱 신이 났다고 했다. 그는 “살짝 울컥했지만 참으려 노력했다”며 “팬들의 열띤 응원 덕분에 한발 더 뛸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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