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도 없던 조연이었는데…마침내 발레하는 돈키호테

임석규 2023. 4. 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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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반테스의 소설과 달리 발레 <돈키호테> 에서 돈키호테는 조연에 그친다.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돈키호테> 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의 재안무 버전이다.

"제목이 '돈키호테'인데 돈키호테가 춤도 안 추고 마임 정도만 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최근 연습 현장에서 만난 송정빈은 "원작과 다른 시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이 뭘까 고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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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발레단 신작 ‘돈키호테’
국립발레단이 ‘햇빛 가득한 발레’란 별칭으로 사랑받아온 발레 <돈키호테>를 새롭게 안마해 선보였다. 국립발레단 제공

세르반테스의 소설과 달리 발레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는 조연에 그친다. 주인공은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 1869년 러시아의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마의 안무로 초연된 이 희극 발레가 새롭게 태어났다. 1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하는 <돈키호테>는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송정빈의 재안무 버전이다.

‘햇빛 가득한 발레’라는 별칭처럼 지금도 사랑받는 이 발레는 우아하기보다 화려하다. 루드비히 밍쿠스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스페인 투우사들이 빨간 망토 휘날리며 춤추는 장면이 강렬하다. 작품의 시그니처인 키트리의 ‘캐스네츠 솔로’ 장면에선 절로 숨이 멎고, 무용수들이 탬버린을 흔들어대면 몸을 들썩이게 된다. 재안무 버전에서 핵심 안무는 원작 그대로지만, 세부는 적잖이 바꿨다. 관객 평가는 엇갈린다. “작품의 매력인 스페인 색채가 옅어졌다”며 아쉬워하는 반응도 나온다.

<돈키호테>에서 주인공은 사랑에 빠진 청춘남녀,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이다. 국립발레단 제공

원작과 가장 큰 차이는 돈키호테의 비중이다. “제목이 ‘돈키호테’인데 돈키호테가 춤도 안 추고 마임 정도만 하는 이유가 궁금했어요.” 최근 연습 현장에서 만난 송정빈은 “원작과 다른 시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이 뭘까 고심했다”고 했다. 그가 찾은 열쇠는 돈키호테의 꿈 장면이다. “꿈에선 뭐든 가능하잖아요. 돈키호테가 젊은 시절로 돌아가 돌시네아와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를 출 겁니다.” 이번 버전에서 역할이 늘어난 돈키호테가 마침내 춤을 춘다. 다른 점은 또 있다. 원작에선 무용수 한 명이 키트리와 둘시네아를 모두 연기하는데 이번엔 각각 다른 무용수가 맡는다. 집시들이 나오는 유랑극단 장면도 밝은 분위기로 바꿨다.

그래도 주인공은 당연히 키트리와 바질이다. 특히 결혼식 장면의 ‘그랑 파드되’는 인기가 높은 이 작품의 핵심 안무다. 송정빈은 “결혼식의 그랑 파드되는 발레리노라면 누구나 해보고 싶은 장면일 것”이라며 “워낙 유명해 관객들이 좋아해 원작의 매력을 그대로 살렸다”고 했다.

요즘의 호흡에 맞춰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간결하게 했다. 전체 3막을 2막으로 축약했고, 1막에 등장하는 캐릭터 숫자도 줄였다. 송정빈은 “빠르게 돌아가는 현시대에 맞춰 다소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들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했다.

국립발레단 무용수로 활동하던 송정빈은 2020년 <‘해적>을 안무하면서 전막 발레 안무가로 데뷔했다. 이 작품은 100년 역사의 독일 비스바덴 5월 음악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는 등 국외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레퍼토리를 세계 무대에서도 이질감 없이 선보일 수 있다는 건 영광이죠. 서양 고전에 기반을 둔 작품이라도 우리가 하면 한국적 정서가 들어갈 수밖에 없어요. K-팝과 드라마처럼 K-발레도 세계에서 통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발레 <돈키호테>에서 비중이 낮은 조연이라 춤도 추지 않던 돈키호테가 국립발레단 재안무 버전에서 마침내 춤을 춘다. 국립발레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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