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적자' 한전, 4100억 회사채 또···자금 블랙홀 될까 [시그널]

김남균 기자 2023. 4. 13.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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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만 30조 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015760)이 4100억 원 규모 회사채 추가 발행에 나섰다.

반면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적자 부담과 한전채 발행이 재차 늘어날 점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은행 차입, 달러채 발행, 단기자금 조달 등 조달 창구를 다각화하고 발행 스케줄을 평탄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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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0억 모집에 1.2조 원 매수 주문
지난해 5%였던 금리는 3%후반 하락
한전발 자금경색론 '기우' 의견도
[서울경제]

지난해에만 30조 원 넘는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015760)이 4100억 원 규모 회사채 추가 발행에 나섰다. 올 들어 발행한 한전채는 9조 원이 넘는다. 다만 한전발 유동성 경색 위기론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렸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이날 4100억 원의 채권 발행을 위한 입찰을 진행해 1조 24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물에 9000억 원, 3년물에 3400억 원의 자금이 몰려 각각 2400억 원, 1700억 원씩 발행을 확정했다.

발행금리는 2년물 3.91%, 3년물 3.95%로 결정됐다. 전날 같은 만기의 민평 금리(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기업의 고유 금리)와 비교하면 2년물은 18.1bp(1bp는 0.01%), 3년물은 15bp 높았다. 연초 한전채 발행량이 많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물량 부담이 느낀 탓이다. 발행금리는 자체는 3년물 기준 3월 초 4.3%까지 올랐다가 3월 중순부터 내려 3.9~4%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회사채를 8조 100억 원 찍어냈다. 지난해 3월 말 발행(6조 8700억 원)을 넘어선 규모다. 4월에는 이날까지 총 세 차례 발행했는데 이를 모두 합치면 9조 3500억 원에 달한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5배까지 늘릴 수 있게 하는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한전은 2022년 재무제표 기준 최대 122조 5000억 원까지 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데, 현재 발행잔액이 81조 원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약 40조 원 발행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한전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한전채 발행을 지속적으로 늘릴 경우, 일반 회사채로 갈 자금까지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한 한전은 운영 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계속 발행할 수 밖에 없고 이에 따라 채권시장 전반의 조달 조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논리다. 지난해 한전의 영업 손실은 32조 6551억 원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남은 하반기에도 전기요금 인상이 쉽지 않을 경우 사채발행을 통한 추가 자금조달은 가능한 구조로 과다 공급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지난해 하반기 5%대 후반의 고금리인 한전채가 과다 공급되면서 국내 채권시장의 수요를 잠식하고 국채 및 크레딧 금리의 동반 상승을 유발했던 상황이 재현될 우려가 높다”고 우려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한전채가 회사채나 여전채 수요를 구축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크레딧 채권시장 전반의 약세와 기업들의 자금 조달 활동을 위축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전의 적자 부담과 한전채 발행이 재차 늘어날 점에 대해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면서도 “은행 차입, 달러채 발행, 단기자금 조달 등 조달 창구를 다각화하고 발행 스케줄을 평탄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채로 인한 자금경색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상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전채 발행이 많지 않았던 2020~2021년에도 공사채 발행 순증은 2022년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총발행관점에서 보면 연간 400조 원의 발행시장에서 한전채 발행은 블랙홀이라고 칭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2020년에는 은행채 순발행이 공사채 순발행규모를 능가했었지만 은행채 블랙홀 얘기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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