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적자, 구조적 요인에 추세적 악화… 기업경쟁력 강화 급선무[Deep Read]

2023. 4. 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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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수의 Deep Read - 구조변화와 적자경제
수입원자재價 상승 + 中 경제봉쇄로 무역적자 늘고… 기업활동 위축에 따른 세수감소로 재정적자 커져
현 상황 계속 땐 자금시장 경색·환율정책 제약 불가피… 경쟁력 탄탄한 기업 나올 경제 환경 만들어야

최근 재정적자와 무역적자가 동시에 발생해 경제에 큰 압박이 되고 있다. 통합재정수지는 2019년에 적자로 돌아서서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며 적자 폭이 깊어졌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적자비율이 2.4%,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4.5%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분기별 상품수지 또한 2022년 3분기부터 적자로 돌아서서 현재까지 계속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경제가 쌍둥이 적자를 경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이 추세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된다. 쌍둥이 적자는 대외 신인도 하락, 금융시장 및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재정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더 많은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진다면 금리상승 압력과 자금시장 경색을 초래할 수도 있다. 국가채무비율 상승과 무역적자의 지속은 환율 불안 요소로 작용해 통화정책에도 심각한 제약을 줄 수 있다.

◇쌍둥이 적자 왜

재정적자는 지난 정부의 복지 지출 확대 기조에서 비롯됐으며 코로나 사태 대응 과정에서 점차 확대됐다. 세수 측면에서 보면 지난해 말 이후 글로벌 경기가 급속히 둔화하면서 기업의 성과 부진이 이어져 세수 감소가 예상되므로 재정적자는 지속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재정적자가 개선되기 어려운 구조적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한번 확대된 복지 지출은 줄이기 어렵다. 둘째, 생산가능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정점을 지나 감소하고 있고 향후 고령자 비중이 늘어 의무 지출 증가가 예정돼 있다. 셋째, 세수 측면에서 보면 구조적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면서 기업 성과가 저하돼 세수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국세 구성 측면에서 법인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10년간 평균 23%나 돼, 타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법인세는 일반적으로 변동성이 높은 이윤에 기초하므로 저성장 국면에서는 세수에 상대적으로 더 큰 충격을 주게 된다. 현재 글로벌 비용 충격으로 대외환경이 불리하기도 하지만 대내적으로도 지난 몇 년간 기업 관련 규제가 강화됐고 기업 활동이 위축돼 세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무역적자는 대부분 비정상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경제 봉쇄로 설명된다. 수입 원자재는 총수입의 약 50%를 차지하는데 지난해에 크게 증가한 수입 증가분의 4분의 3이 수입 원자재의 가격 상승에서 비롯됐다. 여기에 중국 봉쇄로 대중국 수출은 급감한 반면 수입은 계속 증가해 수지 적자가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추세적 악화

우려스러운 건 우리나라 국제수지가 추세적으로 악화 국면에 있다는 점이다. 원자재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두 기간을 놓고 비교할 때 상품수지는 2015∼2017년에 비해 2018∼2021년에 더 나빠졌다.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 두 기간 사이에 급격히 둔화하면서 대중국 수지 흑자 폭이 절반으로 줄어 전체 상품수지 악화를 이끌었다.

주력산업의 성과가 지난 10년간 눈에 띄게 나빠져 향후 수출을 다시 견인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그동안 반도체 경기 호황에 감춰져 있었던 나머지 주력산업의 부진한 성과가 반도체 경기 급랭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반도체를 제외한 주력산업 부가가치 증가율이 2002∼2007년에는 비주력산업 증가율의 두 배에 달했지만 최근 2017∼2021년 기간에는 오히려 밑돈다.

수출이 해외생산으로 대체되는 징후도 보인다.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 적자를 만회하고 있는 것은 본원소득수지 흑자다. 본원소득수지는 주로 해외직접투자에서 얻는 배당소득인데, 수출이 둔화하고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점차 커진다는 것은 잠재적 수출이 해외생산으로 점차 대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상수지에서 본원소득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30년간 증가해 현재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일본의 경험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수출과 해외생산 모두 국가 경제에 이바지하지만, 수출은 부가가치 창출이 크고 고용이 수반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는 반면 해외생산의 이득은 대부분 자본소득에 국한되므로 기여가 제한적이다. 현재 국내 생산을 활성화하기 위한 각종 리쇼어링 정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높은 인건비를 비롯한 고비용 구조와 각종 규제 부담을 뛰어넘을 실효성 있는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구조적인 문제

장기 무역의 패턴을 살펴보면 수지 개선이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 무역은 주로 자본재, 원자재, 소비재 등을 수입하고 중화학 공업품을 수출하는 구조다. 최근 들어 우려되는 부분은 자본재 수입이 공업품 수출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해 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2014∼2022년 기간 동안 정밀기기, 전기전자기기 등 자본재 수입이 53% 늘어난 반면 우리 주력 수출인 중화학 공업품은 20%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추세적 수지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본재 수입 대체가 절실하다. 하지만 자본재 생산에 특화된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 우리 기업의 경쟁력 수준으로는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상황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다수 영세기업들로 구성된 우리나라 기업 분포로는 현 국제분업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

역으로 국제분업 패턴이 우리 기업 분포에 영향을 주었다고도 볼 수 있다. 과거 우리 대기업들은 경쟁력 있는 제품 생산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자본재들을 당장 해외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나머지 기업들은 저부가가치 부품 생산에 치중하게 된 면이 있다.

무역 패턴의 고착화와 수십 년 동안 지속돼 온 중소기업 보호 정책은 이러한 가치사슬체계를 오히려 심화시켰다고 판단된다. 현 국제분업 구조가 그대로 유지되고 향후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해 우리나라 수출에 대한 새로운 수요처를 찾지 못한다면 수지 개선에 대한 전망은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기업 경쟁력 강화

구조적인 관점에서 쌍둥이 적자를 동시에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다.

경쟁력이 탄탄한 중소 규모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는 경제 환경이 돼야 비로소 현재의 국제분업 체계에 변화가 일어날 것이고 이를 통해 무역수지 개선과 세수 기반 확대를 기할 수 있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우리나라의 산업 정책과 기업 정책의 틀로 과연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전 한국응용경제학회장

■ 용어설명

‘쌍둥이 적자’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나타내는 현상. 경상수지 적자는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것이고, 재정수지 적자는 세금 수입(세입)보다 재정 지출(세출)이 더 많은 것.

‘본원소득수지’는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이전소득수지와 함께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 주로 우리나라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인 소득의 차액.

■ 세줄 요약

쌍둥이 적자 왜 : 우리는 법인세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글로벌 경기 급속 둔화에 따른 기업 성과 부진이 세수 감소와 재정적자로 이어져. 비정상적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중국 경제 봉쇄는 무역적자를 키움.

추세적 악화 : 주력산업이 수출을 다시 견인해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 수출이 둔화하고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커지는 건 잠재적 수출이 해외생산으로 대체되는 걸 의미. 한국의 국제수지는 추세적으로 악화 국면임.

구조적인 문제 : 최근 자본재 수입이 공업품 수출보다 크게 늘어나 수지 악화에 기여. 저부가가치 부품 생산에 치중해온 국제분업 패턴도 구조적 문제를 야기. 쌍둥이 적자 해소를 위한 기업 경쟁력 강화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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