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주의’ 삼성에 무슨 일이… 4대 스포츠 ‘꼴찌 그랜드슬램’
“축구, 농구, 배구, 야구. 전 종목 꼴찌 그랜드슬램 달성. 삼성왕조는 무너졌다.”
12일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 팬 커뮤니티에서 나온 이야기다. 삼성은 프로스포츠 4대 종목에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최고의 지도자, 화려한 선수 구성, 완벽한 시설을 갖췄던 삼성구단은 각 종목 프로 선수들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 영광은 이제 과거가 됐다. ‘삼성왕조’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해가 지지 않는 왕국의 몰락
13일 기준 2023 KBO 리그에서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순위는 공동 9위, 꼴찌다. 6연패에 빠졌다. 지난해에도 삼성라이온즈의 실적은 좋지 못했다. 1982년 창단 이래 처음으로 13연패를 당한 후 성난 팬들은 트럭 시위까지 벌였다. 일부 팬들은 야구장에서 선수와 프런트를 공개 비판하는 ‘스케치북 시위’를 벌이기로 했고, 구단은 팬들의 스케치북까지 일일이 열어보는 사전 검열로 대응해 논란이 됐다. 결국 구단은 “팬들의 마음에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프로축구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이날까지 진행된 6경기 중 수원삼성 블루윙즈는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다. 0승 2무 4패로 현재 12위 단독 꼴찌다.
프로농구는 어떨까. 2022-2023 정규리그를 마치고 플레이오프가 진행 중인데, 서울삼성은 10위 꼴찌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해가 지지 않는 왕국’으로 불리던 삼성화재 배구단의 순위도 처참하다. 2022~2023 시즌 남자부 7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2020~2021 시즌 7위, 2021~2022 시즌 6위에 이어 다시 꼴찌로 내려앉았다.
◇과거형이 된 영광, 대체 왜?
삼성라이온즈는 2002~2014년 기간 7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특히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우승을 일궜다. 삼성화재는 실업배구 77연승, V리그 11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진출, V리그 8회 우승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보유한 팀이다. K리그 수원삼성 블루윙즈는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돼 ‘레알수원’이라고 불렸고,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전북현대와 함께 최다 우승 기록(5회)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됐다. ‘항상 일등이 되어야 한다’는 ‘일등주의’를 추구하는 이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스포츠단 운영에도 반영됐고, 데려와야 할 인재라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삼성 유니폼을 입혔다. 스포츠에 대한 이 회장의 애정도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생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맡았고,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병실에 있던 2014년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친 순간 이 회장이 눈을 크게 떴다는 일화도 있다.
체육계에서는 삼성 스포츠단의 실적 부진이 제일기획으로 관리 주체가 이관된 시점과 맞물린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제일기획으로 관리 주체가 넘어간 후 구단 예산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수원삼성 블루윙즈의 연간 운영비용은 제일기획 이관 전에는 300억 원대였지만, 이후 200억 원대로 내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라이온즈 역시 2015년까지는 팀 연봉 1위 구단이었지만 2018년에는 7위 수준까지 내려갔다. 과거에는 FA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며 우수 선수를 영입해 우승을 노리는 방향에 초점을 뒀다면, 최근엔 줄어든 살림살이에 맞춰 직접 선수를 육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실리주의’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 회장은 철저한 ‘선택과 집중’ 방식의 경영을 해왔다. 2014년 말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등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한화에 전격 매각했다. 전용기 3대와 헬기 6대도 팔았다. 유지비가 비싼 전용기가 없더라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회장 자리에 올랐을 때도 대관식은 없었다. 취임 이틀 전 사내망을 통해 직원들에게 간단한 메시지를 전한 게 전부다. 이 기간 삼성은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레슬링 후원을 끊었고, 테니스단과 럭비단을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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