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떨어졌다'…美 사업 잘돼도 정의선 웃지 못하는 이유

노정동 2023. 4. 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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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오는 2032년까지 자국 내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여러 변수로 여의치 않은 데다, 현지에서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판매 비중도 생각보다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신차의 전기차 비중은 5.8%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3.9%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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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탄소 배출규제안 발표…전기차 비중 확대 '필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방문해 테슬라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오는 2032년까지 자국 내 판매되는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채우도록 하는 규제안을 발표한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여러 변수로 여의치 않은 데다, 현지에서 내연기관차 대비 전기차 판매 비중도 생각보다 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12일(현지시간) 2027년식부터 2032년식 신차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 비메탄계 유기가스(NMOG)와 질소산화물(NOx), 미세먼지 등 배출 허용량을 연 평균 13%씩 감축시키는 내용의 규칙 초안을 공개했다. EPA는 60일간 의견수렴을 거쳐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2032년식 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을 1마일당 82g으로 설정해 2026년식 대비 56% 줄이도록 하는 식이다. EPA는 규칙이 확정되면 2055년까지 90억t 이상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미국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배 규모에 달한다.

또한 2055년까지 8500억(약 1125조원)~1조6000억(약 2118조원)달러의 경제적 편익을 얻을 것으로 EPA는 추산했다. 2032년까지 제조업체는 차량 한 대당 약 1200달러의 추가 비용이 들지만 차량 소유자는 8년 동안 연료 및 유지보수, 수리 비용을 평균 9000달러 이상 절약할 수 있다고 EPA는 설명했다.

이번 배기가스 기준 초안은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설비로 75억달러(약 10조원)를 배정한 인프라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등 전기차 전환 가속화 정책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완성차 기업들 입장에서는 강화된 기준을 맞추려면 내연기관차의 기술 개선으로는 한계가 있어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 판매 비중을 크게 늘릴 수밖에 없다. EPA는 새 기준이 도입되면 전기차가 2032년식 승용차의 6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승용차 신차의 전기차 비중은 5.8%에 불과하다. 이를 10년 안에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미국 정부 목표다. 미 일간 뉴욕타임즈는 "이번 탄소배출규제안은 자동차 업체에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선 이번 규제의 직접 영향을 받는다. 미국 시장에서 아이오닉 시리즈 등 전기차 판매가 생각만큼 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에서 7만5404대를 판매해 5개월 연속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웠지만, 전기차 아이오닉5 판매량(2144대)은 전년 동기 대비 22%나 떨어졌다. 아이오닉6는 222대 팔리는데 그쳤다. 두 차량의 합산 판매량은 현대차 판매량 전체의 3.1% 수준에 불과하다.

현대차와 기아의 지난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은 3.9%였다. 2030년까지 현대차는 이를 58%, 기아는 47%로 높인다는 목표지만 이를 맞추려면 현지 생산 물량 증대와 함께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가 더 많이 판매돼야 한다.

지난 4일 서울모빌리티쇼 행사장을 직접 방문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재진과 만나 최근 미국 시장에서의 차량 판매 증가에 대한 질문에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북미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내연기관차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전기차 비중을 대폭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지 생산을 늘리는 한편 전기차 상품성을 높여 소비자들에게 선택받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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