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30명 감축” 여당 대표 주장 진심이면 당론 확정부터 해야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3. 4. 1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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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배지에 목숨 건 정치인들
당내 반발 분란 없다는 건
진정성 인정 못 받는다는 방증
당론 추진하고 구체안 내놓아야
국민은 김 대표 진심 믿을 것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의원 수 30명을 줄이자고 했을 때 솔직히 말해 신뢰가 가지 않았다. 정치인들은 국회의원 배지에 목숨 건 사람들이다. 국회의원 후보자를 공천하거나 지역구를 조정할 때면 온갖 잡음이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국회의원들은 항상 의원 수를 늘리자고 한다. 그래야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갑자기 의원 정수를 30명이나 줄이자고 했으니 진심이라고 믿기가 어려웠다. 지난 5일 보궐선거에서 텃밭이라고 하는 울산에서도 패배하는 등 선거에서 나쁜 성적표를 받자 위기 탈출 목적으로 의원 수를 줄이자고 한 게 아닐까 싶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19일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매경 DB]
그러나 국회의원 수 결정 같은 국가 중대사를 당의 의견과 무관하게 정략적으로 던져서는 안 된다. 김기현 대표가 진정성 없이 의원 수 감축을 주장했다면 그건 여당 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더욱이 민주당이 “국면 전환용”이라고 비판하자 김 대표는 “절대 다수의 국민이 바라는 의원 정수 감축이란 개혁 과제를 뻔뻔하게 비난하는 민주당의 반개혁적 당당함은 놀라울 정도”라며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제 그가 할 일은 분명하다. 의원 수 30명 감축의 진정성을 인정받는 행동을 해야 한다.

그 첫 단계는 의원 수 감축을 당론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정우택 국회 부의장도 지난 12일 국민의힘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국회의원 수를 줄이자는 당 대표 제안을 당이 적극적인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당론으로 정해야 국민 신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 대표 혼자 개인 의견으로 국회의원 정원 감축을 외쳐 봐야 국민이 진정성을 믿지 않을 거라는 뜻이다.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하면 당내에서 반발이 틀림없이 불거져 나올 것이다. 그 반발을 돌파하고 설득하는 모습이 나와야 국민은 김 대표의 진심을 믿을 것이다. 김 대표의 의원 수 감축 주장에 대해 지금 당내에서 반발이나 분란이 없다는 건 결국 당 안에서도 김 대표의 진정성을 믿지 않고 있다는 방증일 뿐이다. ‘어차피 안될 일인데 굳이 반대 목소리를 낼 필요가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 대표가 진정성을 인정받는 또 다른 방법은 의원 수 감축의 구체안을 내놓은 것이다. 국회의원 지역구는 어떻게 어디를 줄이고, 비례 의원 수는 또 어떤 비율로 줄이자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그렇게만 하면 국민은 ‘김 대표 주장이 진심이구나’라고 생각해줄 것이다. 반면 지역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의원들은 사생결단으로 반대할 것이다. 그 사생결단에 맞서 싸울 각오가 없다면 애초부터 의원 30명 감축을 말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런 각오를 보여주지 않는 한 국민은 물론이고 당내에서도 의원 수 감축의 진심을 믿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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