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좌파 대부’ 룰라 방중…중국, 유럽·중남미·중동 등 곳곳에 촉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R&D센터도 방문
미와 갈등 속 경제 고리로 세계 곳곳 침투
유럽 주요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다녀간 직후 이번에는 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불리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중국을 찾았다. 중국이 올해 국경을 재개방하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3연임을 공식화한 후 유럽과 중남미, 중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에 걸쳐 본격적으로 외교력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룰라 대통령이 지난 12일 밤 상하이에 도착해 중국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고 13일 전했다. 시 주석 초청으로 방중한 룰라 대통령은 오는 15일까지 중국에 머무르며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룰라 대통령은 이날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 신흥경제국 간 협의체인 브릭스(BRICS)가 설립한 신개발은행, 자국 펄프기업 수자노가 설립한 연구개발(R&D)센터 등을 방문하고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R&D센터도 둘러볼 예정이다. 특히 화웨이는 미·중 갈등 속에서 미국의 전방위적인 제재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중국 기업이라는 점에서 그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룰라 대통령은 이후 베이징으로 향해 14일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다.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양국 간 교역 확대 등 경제 현안이 주요하게 논의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이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룰라 대통령 방중 기간 양국이 교역 강화와 교육·과학기술 교류,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노력 등에 관한 20여건의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룰라 대통령의 방중은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간지 일주일도 안돼 이뤄졌다. 지난 5~7일 중국을 방문한 마크롱 대통령은 시 주석의 극진한 환대를 받으며 당초 방문 목적으로 내세웠던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논의보다 자국의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데 더 주력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중국 입장에서는 유럽과 중남미의 대표적 지도자들의 잇단 방중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자국의 외교적 입지를 과시하고 미·중 갈등 속에서 경제 협력을 고리로 세계 곳곳의 주요 국가들을 파고들고 있는 셈이다.
중국의 이런 전략을 방증하듯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인 독일 외무장관과 EU 외교수장도 이날 나란히 중국을 찾는다. 안나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장관은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초청으로 방중해 제6차 외교안보 전략대회를 갖고,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같은 기간 중국에서 제12차 중국·유럽 고위급 전략 대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 주석 집권 3기가 시작된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이같은 외교전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방중 직후 잇따라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미국과 일정한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앞서 시 주석의 국가주석 3연임을 확정하는 지난달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정국인민정치협상회의) 기간에 중국이 베이징에서 오랜 앙숙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외교 관계 복원을 중재하며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국제사회에서 중재자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도 외교적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또 중남미에서는 대만의 14개 수교국 중 한 곳인 온두라스가 지난달 말 대만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중국과 수교한 바 있다.
외교가에서는 서구식 현대화에 맞서는 ‘중국식 현대화’ 모델을 주장하고 있는 시 주석이 집권 3기 들어 각종 글로벌이니셔티브를 내세우며 국제사회에서 미국과의 주도권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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