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회 칸, 오늘 초청작 발표…송강호→이병헌 레드카펫 밟나 [스타in 포커스]
지난해 K무비 활약 돋보였지만…올해는 글쎄
'거미집'·'콘크리아 유토피아' 등 거론…전망 밝진 않아
한국 영화 위기 속 한숨…"칸 초청으로 분위기 반전되길"
제76회 칸 국제영화제는 오늘(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 기준 오후 5시에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 및 리스 크노블로흐 조직위원장의 진행으로 공식 초청작 명단을 발표한다. 이날 발표는 칸 영화제 공식 유튜브 및 SNS를 통해 생중계 될 예정이다. 올해 칸 영화제는 오는 5월 16일부터 27일까지 12일에 걸쳐 프랑스의 남부지방 휴양지 칸에서 개최한다.
앞서 칸 영화제는 일찍이 두 작품을 공식 초청작으로 확정했다.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신작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과 ‘인디아나 존스’의 다섯 번 째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운명의 다이얼’ 두 작품을 초청할 것이라고 미리 공개했다.
앞서 한국 영화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경쟁 및 비경쟁 부문에서 꾸준히 칸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특히 지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한국 역사상 최초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가 정점을 찍었다. 이후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한국 작품 ‘브로커’가 나란히 경쟁에 진출해 수상까지 꿰찼다. ‘헤어질 결심’이 감독상을 수상했고, ‘브로커’의 주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받는 등 K무비를 향한 칸의 남다른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경쟁 부문에는 배우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가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돼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비평가주간 폐막작에 ‘다음 소희’가 한국 작품 최초로 선정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다. 애니메이션 ‘각질’은 단편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한국 작품 및 배우들이 칸 영화제의 흥행을 이끈 든든한 공신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거미집’은 1970년대를 배경으로, 촬영이 모두 완료된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작품이 더 좋아질 것이란 강박에 휩싸인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과 함께 악조건 아래 촬영을 감행하며 벌어지는 처절한 이야기를 다룬 블랙코미디다. ‘반칙왕’,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 ‘악마를 보았다’ 등으로 미쟝센의 대가라 불려온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신작이다. 송강호와는 5번째 호흡이다. ‘거미집’이 칸의 초청을 받는다면,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2005년), ‘놈놈놈’(2008) 이후 15년 만에 칸 레드카펫을 밟을 전망이다. 송강호는 통산 무려 8번째 칸의 러브콜을 받는 기록을 세울 예정이다. 이는 한국 배우 기준 최다 기록이다. 전관 예우가 깍듯한 영화제의 성격을 고려했을 때, 송강호가 지난해 ‘브로커’로 남우주연상까지 받은 만큼 ‘거미집’이 어떤 형태로든 칸의 부름을 받지 않겠냐는 반응들이다. 또 한국 영화사에 큰 업적을 남긴 고 김수영 감독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라는 점이 알려져 업계 및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도도 높다. 송강호가 ‘기생충’으로 모든 활동을 마친 뒤 선택한 작품으로도 알려졌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주연의 재난스릴러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향한 기대도 크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으로 폐허가 돼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2014년 연재됐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각색을 거쳤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K재난물의 신드롬을 견인했던 ‘부산행’과 이정재의 첩보물 ‘헌트’에 이어 올해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칸에서 이미 인지도가 높은 이병헌과 최근 ‘더 마블스’로 MCU에 합류해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박서준이 주연인 만큼 칸에서도 이 작품을 주목할 것이란 관측이다.
하정우 주연의 범죄 액션 ‘피랍’도 칸 러브콜을 받지 않을까 기대를 모으는 작품이다. ‘피랍’은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외교관이 납치된 후 이를 해결하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실화가 모티브다. 하정우 역시 수차례 칸 레드카펫을 밟았다. ‘피랍’이 초청된다면, 하정우는 ‘용서받지 못한 자’, ‘숨’, ‘황해’, ‘아가씨’ 이후 6번 칸 영화제 진출 기록을 쓸 전망이다.
이제훈과 구교환의 첫 호흡으로 관심을 얻고 있는 액션 영화 ‘탈주’도 언급된다. ‘탈주’는 철책 반대편의,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와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의 목숨을 건 탈주오 추격전을 그리니 영화다.
다만 작년처럼 올해도 한국 영화가 칸에서 활약을 펼칠지는 미지수라는 게 업계 대부분의 관측이다. 지난해를 비롯한 예년에는 영화제 개최 전 최소 두 달, 혹은 그보다 훨씬 이전에 칸에 진출할 한국 작품들의 윤곽이 명확히 드러났다. 반면 올해는 칸 진출이 기정사실화된 작품이 뚜렷하게 없다. ‘기생충’, ‘헤어질 결심’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라는 반응이다. 그나마 ‘거미집’과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진출이 유력시되고 있지만, 다른 국가 작품들이 워낙 쟁쟁해 아예 한 작품도 칸의 부름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올해는 경쟁 한 작품, 비경쟁 한 작품만 진출해도 엄청난 성과가 될 것”이라며 “한국 영화가 극장에서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위기라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다.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아 K무비의 자부심을 되찾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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