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용병기업, 나토회원국 튀르키예서 무기 구매 시도"
군수뇌부와 알력다툼 탓 탄약 등 보급 차질빚던 시점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온 러시아 용병기업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로부터 무기와 군사장비를 구매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1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최근 소셜미디어에 유출된 미 국방부 기밀문건에는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전력 강화 시도와 관련한 문서가 포함돼 있었다.
도·감청 등 민감한 신호정보(시긴트·SIGINT)로 획득한 정보로 작성됐다는 이 문서에는 올해 2월 초 와그너그룹 측 인사가 튀르키예 측 무기와 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튀르키예 연락책'과 만났다는 내용이 담겼다.
'말리, 러시아, 튀르키예 : 앙카라에서 무기 구하는 와그너'란 제목의 이 문서는 와그너그룹이 튀르키예에서 무기와 군사장비를 구매해 아프리카 말리에서 사용한다는 계획과 관련해 상황을 살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와그너그룹이 접촉한 튀르키예 연락책의 신원은 적시되지 않았고, 튀르키예 정부가 이러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아울러 튀르키예가 와그너그룹에 대한 무기 판매를 추진해 왔다고 볼 증거도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주도 군사동맹인 나토에 속한 동맹국이 러시아 용병에 무기를 판매할 가능성이 언급됐다는 것 자체가 튀르키예와 여타 나토 회원국 간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CNN은 지적했다.
CNN은 해당 문건의 진위를 직접적으로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는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이 온라인상에 유포된 기밀을 살피고 있다면서 "여기에 담긴 특정한 정보에 관해 확인하거나 언급할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튀르키예는 미국의 전통적 군사 동맹국이다. 튀르키예에는 미군기지가 있고 미국의 핵무기도 배치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해 왔다.
하지만, 양국 관계는 러시아의 전신인 소비에트연방(소련)의 붕괴로 안보협력 필요성이 감소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고, 지난 20년간 장기집권하며 권위주의적 통치를 펼쳐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그런 까닭에 튀르키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중단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길을 다시 여는 흑해 곡물 협정을 성사시키는 등 러시아와 서방 간 중재자 역할을 자임해 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1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고 휴전을 제안하기도 했다.
와그너그룹과 튀르키예 연락책의 접선은 해당 통화로부터 약 한 달 뒤에 이뤄졌다고 CNN은 전했다.
유출 문건에는 튀르키예 기업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협력해 온 벨라루스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도록 돕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별개의 보도에서 러시아군 지휘부와 와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간에 벌어진 권력다툼이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유출된 미 기밀문건에는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이 우크라이나 바흐무트 전선에서 격전이 벌어지던 와중인 2월 12일 와그너그룹에 대한 탄약 보급을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프리고진은 와그너그룹에 공적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러시아군이 탄약을 주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방해공작을 펼쳤다고 말해왔는데, 이런 주장이 사실이었을 가능성이 큰 셈이다.
WSJ은 무기와 장비부족에 직면한 와그너그룹이 같은 달 튀르키예에서 무기 구매를 시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알력 속에 결국 푸틴 대통령이 나서 프리고진과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갈등을 중재해야 했다는 와그너그룹 관련자의 발언을 담은 별개의 유출 문서도 존재한다고 WSJ은 소개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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