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주말 밤을 '순삭'할 첩보 액션 '나이트 에이전트'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나이트 에이전트', 사진제공=넷플릭스

냉전이 사라진 시대, 미국 FBI 소속 최고의 비밀요원들은 어떤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나이트 에이전트(The Night Agent)'는 전통적인 스파이물에 미스터리, 음모론을 결합한 액션 오락물이다. 스릴과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구축 역시 속편을 기대케 하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총 10화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나이트 에이전트'는 FBI 소속의 젊은 요원 '피터 서덜런드 주니어'(가브리엘 배소)을 주인공으로 한다. 어느날 지하철에서 폭탄 테러를 감지하고 재빠른 대응으로 승객들을 구한 피터는 대통령 비서실장 다이앤 파(홍 차우 )의 부름을 받고 FBI 비밀 요원들의 긴급 연락책 '나이트 액션'의 담당자가 된다. 야간에 빈 사무실에서 서류만 뒤적이던 날들이 반복되던 중 나이트 액션 전화가 걸려온다. 보안 전문 스타트업 대표인 로즈 라킨(로시앤 뷰캐넌)은 숙모와 숙부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목격하고 그들의 유언에 따라 암호를 대고 구조전화를 건 것. 피터는 로즈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그녀를 지키는 보호 임무를 맡게 되고 거대한 음모 속으로 걸어들어간다. 

'나이트 에이전트'는 FBI 비밀 요원들의 지원 전화 '나이트 액션' 담당자인 피터가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백악관과 증인 로즈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을 그린다. 역시 FBI 요원이었던 아버지가 변절자라는 낙인이 찍힌 후 사망하고 피터는 FBI가 돼 아버지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풀고자 한다. 아버지와 같은 이름을 가진 덕에 FBI요원들 누구나 이름만 들으면 '변절자의 아들'임을 알아채지만, 피터는 싸늘한 시선 속에서도 아버지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는다. 로즈 역시 친부모같은 숙부 부부의 인생이 모두 거짓이었고 비밀요원으로 첩보 업무를 수행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혼란에 빠지지만, 굳은 의지와 강단으로 음모를 파헤쳐나간다. 

'나이트 에이전트', 사진제공=넷플릭스

'나이트 에이전트'는 10화의 에피소드를 이어가며 긴장과 흥미를 놓지 않도록 적절한 반전과 액션을 곳곳에 가미했다. 동료들의 정보를 팔아넘긴 배신자 아버지라는 콤플렉스를 지녔으나 강직하고 올곧은 젊은 요원과 지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 콤비를 이뤄 미스터리를 파헤쳐나가는 설정은 그동안 많은 첩보물을 통해 익숙하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리즈물 특유의 다양한 이야깃거리와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포진해있어 진부하거나 식상함에 매몰되지 않는다. 

스파이물에 걸맞게 촘촘한 베일에 쌓인 음모와 배신은 충분한 스릴을 선사하고 자동차 추격신, 권총 액션, 격투 장면 등 다양한 액션도 볼 만하다. 여기에 보안 업체 대표답게 여주인공은 능숙한 해킹 실력으로 정통 첩보물보다 한결 트렌디한 정보전의 느낌도 더해준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인 만큼 표현 수위는 높은 편이다. 

'나이트 에이전트', 사진제공=넷플릭스

남녀 주인공 외에도 그들의 뒤를 쫓는 전문 킬러 커플의 이야기와 대통령을 위해 헌신하는 비서실장, 부통령의 딸을 경호하는 여성 경호원과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퇴물 취급을 받는 늙은 경호원 등 다양한 인물들의 사연과 성격이 삭막한 첩보물에 감성적인 재미도 더했다. 

맷 쿼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나이트 에이전트'는 스파이 액션을 기다려온 관객과 음모론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작품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긴장감 속에 10편의 에피소드로 시간을 '순삭'하기에 부족함 없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