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선균이 작정하고 코미디를 한다면

손정빈 기자 2023. 4. 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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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영화 '킬링 로맨스' 조나단 나 역 맡아
B급 코미디 영화…이선균 첫 코믹 연기
"촬영 현장 워낙 편해 부담은 없었다"
빗어 넘긴 긴 머리에 콧수염까지 변신
"10~20대가 가장 좋아할 영화로 생각"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축구로 치면 수비는 신경 쓰지 말고 슛만 쏘라는 느낌이었어요. 더 자유롭게 연기했어요."

아마도 영화 '킬링 로맨스'는 배우 이선균(48)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의외의 선택, 가장 특이한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연기한 인물 '조나단 나' 줄여서 '존 나'는 이선균이 연기한 가장 독특한 캐릭터로 기억될 것 같다. 이선균은 '킬링 로맨스'에서 작정하고 웃긴다. 웃기는 정도가 아니라 미친 것 같다. 길게 빗어 넘긴 헤어스타일에 우스꽝스러운 콧수염을 붙이고 말 끝마다 "잇츠굿(It's good)"을 외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우리가 아는 그 이선균이 맞나 싶다. 영화 '기생충'의 '동익'이나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동훈으로 보여준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재밌을 것 같았어요. 촬영 현장이 워낙 편해서 웃겨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느끼지도 않았죠."

'킬링 로맨스'는 톱스타 배우 황여래(이하늬)와 정체불명의 사업가 조나단 나의 이야기를 그린다. 연예계 생활에 염증을 느낀 황여래가 꽐라섬이라는 곳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그곳에서 조나단 나를 운명처럼 만나 결혼하게 된다. 하지만 7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여래는 자신을 이용해 사업을 확장하려는 조나단 나를 보면서 지금껏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건 모두 가스라이팅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조나단 나를 죽이기로 한다.


"출연했던 작품 대부분에서 제가 이야기를 끌고 가야 하는 역할을 했어요. '킬링 로맨스'는 황여래가 이끌어가는 영화이고 저는 제 캐릭터에만 집중해서 연기하면 됐죠. 게다가 이 작품은 뭘 해도 상관 없는 영화이니까, 연기 하기 참 좋더라고요. 해방감 같은 것도 느껴졌어요."

이선균이 '킬링 로맨스' 시나리오를 받은 건 3년 전이다. 이원석 감독의 데뷔작 '남자사용설명서'(2013)를 워낙 재밌게 봤던 터라 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얘기를 듣고 단번에 읽어나갔다. 일단 깔깔 대며 보긴 했는데, 자신한테 왜 이 역할을 맡겼는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보다는 캐릭터가 강한 배우가 맡는 게 나을 것 같아 보였거든요." 일단 이 감독을 만나보기로 했다. 이선균에 따르면, 이 감독은 '이선균이라면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립서비스를 계속해서 날렸다고 한다. 그리고나서 이선균은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 갔다. 거기서 또 다른 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라 있는 배우 이하늬를 만났다. "서로 정말 할 거냐고 확인을 했어요.(웃음) 하늬가 한다고 하길래 저도 한다고 했죠."

"왜 '킬링 로맨스'냐, 왜 코미디냐, 라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한 가지는 아니에요. 코미디에 도전해보고 싶다라는 것도 딱히 아니었습니다. 캐릭터도 봐야 하고요, 이전에 했던 캐릭터와 겹치지는 않는지 봐야 하고요. 당연히 투자 여부도 보고요, 감독의 전작도 보죠. 복합적인 고민의 결과죠. 어쨌든 '킬링 로맨스'는 운명처럼 온 것 같아요."

일단 하기로 한 뒤에 이선균은 이 감독과 함께 조나단 나를 하나씩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특별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이 감독에게 주저 없이 연락해 소통할 정도로 공을 들였다. 조나단 나의 외모를 완성하는 데도 꽤 긴 시간이 걸렸다. 후보에 올라 있는 각종 헤어스타일을 모두 직접 핏팅 해보면서 가장 그럴싸한 것을 찾았고, 조나단 나 특유의 짙은 아이라인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했다. 온갖 형태 콧수염을 붙여보며 가장 조나단 나스러운 걸 골랐다. "긴 머리는 촬영 한 달 전부터 미리 붙이고 다녔어요. 가족들이 부끄러워 하더라고요.(웃음) 촬영 내내 아이라인을 그리고 있었는데, 촬영 끝나고 지우게 되니까 허전했어요."


'킬링 로맨스'에는 이전에 한국영화에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장면들이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이선균 몫이다. 공개되고 나면 '이선균이 이런 연기까지 하냐'는 말이 나올 그런 것들이다. "못 하겠다 싶은 장면이 딱 하나 있었어요. 그것 빼고는 다 했습니다. 꽐라섬 해변에서 삼각팬티만 입고 청국장 끓이면서 '행복'을 부르는 장면인데 정말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그러고 있을 생각하니까 너무 더러워서….(웃음)"

'킬링 로맨스'의 작정한 B급 코미디는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야유를 받을 수도 있다. 그만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다만 이선균은 이 영화가 최근 젊은 관객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과 잘 어울린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영상을 주로 보는 10~20대가 '킬링 로맨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갖고 놀며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으로 소비했으면 한다는 얘기였다. "코로나 때문에 배급 시기가 많이 늦춰졌어요. 그런데 전 이 영화에는 그게 더 좋다고 봐요. 요즘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모습을 보면 '킬링 로맨스'가 통할 것 같아요. 10~20대 관객이 많이 봐주시면 좋겠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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