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0회 성폭력"…日 '아이돌 대부', 소년 성착취 파문 계속
기사내용 요약
쟈니즈 출신 가수 가우안 오카모토 외신 상대 기자회견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이팝(J-POP)을 개척한 일본 굴지의 연예기획사 '쟈니즈 사무소'의 창립자인 쟈니 기타가와(ジャニー喜多川·1931~2019)의 만행에 대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AP통신과 닛칸겐다이(日刊ゲンダイ) 등 일부 일본 언론에 따르면, 쟈니즈 출신 가수 가우안 오카모토는 전날 도쿄 외신기자클럽에서 연 일본 내 특파원 대상 기자회견에서 쟈니즈에 소속됐던 2012∼2016년 기타가와 전 사장으로부터 15∼20회가량 성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오카모토는 쟈니즈의 자회사인 '쟈니 & 어소시에이트'에서 탤런트로도 활약하는 백업 보이 그룹 '쟈니즈 주니어' 멤버였다. 그는 기타가와가 숙소 침대에 누워 있는 자신을 성추행하고, 엘리베이터 안처럼 아무도 보지 않은 곳에서 같은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 다음날엔 자신에게 1만엔짜리 지폐를 건네줬다고 증언했다.
오카모토는 "많은 피해자들이 (증언에) 나서주기를 바란다"면서도 "법적 조치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쟈니 전 사장에게 다른 많은 빚을 졌기 때문"이다. "성공하기를 바라는 많은 젊은 가수들이 도쿄 시부야구에 있는 그의 펜트하우스에 초대받기를 원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것들(성추행은)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부인하는 대신에 많은 이들이 이런 피해를 겪은 저희를 존중하고 지지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기타가와는 '쟈니즈', '스마프(SMAP,)', '아라시', '킨키키즈' 일본 유명 보이그룹을 대거 제작해 '일본 아이돌 문화의 아버지'로 통하는 인물이다. 현지 아이돌 업계에선 신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그가 사망했을 당시 영웅으로 대접받았다.
그런데 영국 BBC가 지난달 7일 공개한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에 기타가와가 남성 아이돌을 성착취한 정황 등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해당 다큐 리뷰에서 기타가와에 대해 수십년 동안 수많은 소년들을 학대한 소아성애자(paedophile)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그가 일본 언론과 사회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그물의 중심에서 거미처럼 소년들을 학대한 건 분명해보인다고 했다.
기타가와에 대한 관련 소문은 일찌감치 나돌았다. 1999년 일본 주간 슈칸분슌(週刊文春)이 보도한 기사엔 소년 시절에 기타가와에게 학대를 당한 남성들의 증언이 실렸다. 대부분의 성학대는 기숙사에서 일어났다. 기타가와가 연습생들을 인형처럼 대하며 그들의 온몸을 씻겼고, 구강성교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기타가와의 성적 제안을 거절하면, 데뷔를 못하거나 데뷔를 해도 입지가 좁아진다는 설이 연습생들 사이에서 나돌았다.
자니스는 이듬해 슈칸분슌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오랜 재판 끝에 도쿄 고등재판소는 슈칸분슌이 폭로한 성적 학대 사실을 대부분 인정해 슈칸분슌 기사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럼에도 일본 사회는 침묵했다. 자니스의 광고 등을 받은 대다수의 언론 역시 관망했다. 기타가와는 사망할 때까지 기소되지 않았고 사장직도 유지했다.
슈칸분슌에 몸 담았을 당시 자니스 보도를 담당했던 나카무라 류타로는 BBC에 "20여년간 계속 절망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BBC는 "자니스는 일본 연예계에서 너무나 위압감이 있는 존재라 기타가와를 비판하는 건 불가능했다"면서 "일본은 50년 이상 기타가와의 어두운 비밀을 지켜왔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기자회견도 일본 주요 언론에선 크게 다루지 않았다. 오카모토는 이날 "BBC가 보도한 것처럼 외신이라면 거론해 주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외신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쟈니즈는 이날 오카모토의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으로 BBC에 전달했던 내용을 되풀이했다. 같은 날 오후 성명을 내 "새로운 시대와 환경에 입각해 경영진·직원들 성역 없이 법규를 준수하고 있다. 중립적인 전문가의 협력을 얻어 거버넌스(투명하게 의사 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제반 장치) 체제의 강화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카모토 등이 주장한 내용들에 대해선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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