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th 칸 영화제 갈 韓 영화는?[스경X초점]
전세계 영화축제 제76회 칸국제영화제가 다음 달 개최된다. 지난해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에게 감독상을,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기며 ‘K-무비’의 위상을 알렸던 것처럼, 올해도 한국 영화들이 현지를 들썩이게 할 수 있을까.
제76회 칸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16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남부지방 칸에서 열린다. 프랑스 왕 루이 15세와 그의 연인 잔 뒤 바리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잔 뒤 바리’(감독 마이웬)로 개막을 알리는 이 영화제는, 현지시각 13일 오전 10시, 한국 시각 기준 오후 5시쯤 공식 초청작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 영화 중 초청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쳐지는 건 김지운 감독의 신작 ‘거미집’이다. 1970년대, 촬영이 모두 완료된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작품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송강호)이 검열 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들과 함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며 벌어지는 처절한 블랙코미디로,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배우 송강호가 주연을 맡았다.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이후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다섯번째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거미집’이 칸의 초청을 받는다면, 김지운 감독은 ‘달콤한 인생’(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15년 만의 초청이며, 송강호는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브로커’(2022) 등에 이어 통산 8번째 칸에 가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가려진 시간’ 엄태화 감독의 차기작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칸 초청을 기다리고 있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어 버린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아파트로 생존자들이 모여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숭늉 작가의 인기 웹툰 ‘유쾌한 왕따’ 2부 ‘유쾌한 이웃’을 원작으로 각색했다. 또한 이병헌, 박서준 등 세계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배우들이 합세해 칸 초청 최종 호명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피랍’(감독 김성훈)도 기대해볼 만하다. 1986년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외교관이 납치된 후 이를 해결하려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하정우와 주지훈이 투톱으로 나서 영화 전반을 전두지휘한다. 이뿐만 아니라 이제훈, 구교환이 나선 ‘탈주’(감독 이종필)도 칸의 부름을 고대하고 있다. ‘탈주’는 철책 반대편 내일이 있는 삶을 꿈꾸는 북한군 병사 규남과 그를 막아야 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의 목숨을 건 탈주와 추격전을 그리는 작품이다.
다만 영화계는 한국 작품들이 지난해만큼 활약을 보이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스포츠경향’에 “칸 영화제가 감독의 경력이나 필모그래피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올해 경쟁부문 진출에 대해선 기대치가 높지 않다”면서도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이 많이 커졌기 때문에 몇몇 작품에서 좋은 결실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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