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탓만 할 수 없는 ‘추락’…세계수출 한국비중 3.2%→2.8%
최근의 수출 감소세 지속에 반도체경기 사이클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반도체 품목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주력품목에서도 한국 수출에 추세적이고 구조적인 격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여러 수출지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월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전년동기대비 -44.5%)이 한국 총수출 감소(전년동기대비 -16.6%)에 미친 영향은 52.4%에 이른다. 하지만 2022년 우리나라의 중국시장 수출액 상위 50개 품목 중에 반도체를 빼도 다른 36개 품목에서 수출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한겨레>가 무역통계데이터에서 우리의 세계수출 상위품목 중에서 일반차량(지난해 2위), 플라스틱제품(5위), 철강(6위), 철강제품(11위), 각종화학공업생산품(12위)의 중국 및 미국 수출액 동향을 살펴보니 2018년 또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시장 수출은 정체 또는 감소해온 반면 미국시장 수출액은 급증하는 공통적인 현상을 보였다. 일반차량은 중국시장 수출액이 2014년을 정점(74억3500만달러)으로 급감해온 반면, 미국시장 수출은 2021년부터 크게 증가(2021년 239억달러, 2022년 303억달러)하고 있다.
최근 수출 부진은 중국·독일·일본·대만 등 글로벌 제조기반 수출국에서 공통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우리 수출의 하락폭(-9.9%)이 가장 크다. 우리 수출이 2018년 6000억달러(6057억달러)를 돌파하고 지난해(6835억달러)에도 금액에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전세계 총수출액 대비 비중은 2022년 2.8%로 2008년(2.6%) 이후 가장 낮다. 2017년에 연간 3.2%까지 올랐으나 2018년부터 이미 다시 2%대로 내려왔다. 올해 수출감소세 지속으로 20여년 전인 2002년 연간 비중(2.5%)까지 낮아질 공산도 커졌다.
품목으로 볼때 우리 주력 수출은 기존 조선·철강·석유화학 등에서 반도체 등 하이테크제품(전자·컴퓨터·통신·디스플레이·바이오·정밀화학·소재·우주항공 등)으로 이행해, 2021년 하이테크제품 수출액(2167억달러)은 우리 총수출액의 33.6%에 이른다. 세계 하이테크 수입액 비중(2020년)은 중국(18.5%)과 미국(13.5%) 시장이 32.0%를 차지한다. 그런데 중국 하이테크제품 수입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2017년 18.0%에서 2021년 15.9%로 낮아진 반면, 대만산 점유율이 이 기간에 19.8%에서 25.2%로 급증했다. 미-중 분쟁 이후 중국이 대만과 공급망 연계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에서 반도체 수입 점유율도 한국산은 2017년 23.5%에서 반도체가격 하락국면 진입 이전인 2021년에 이미 19.2%로 줄었고, 대만산은 같은 기간에 29.8%에서 34.1%로 늘었다. 미국시장에서도 한국산 하이테크제품 점유율은 2011년 4.7%에서 2021년 4.2%로 낮아졌다. 중국산 하이테크제품 비중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이 기간에 36.4%에서 29.8%로 낮아졌음에도, 그 빈 자리를 한국 대신에 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가 차지했다.
반도체장비 수출도 비슷한 모습이다. 중국시장에서 반도체장비 수입액 상위 5개국(일본·미국·싱가포르·한국·네덜란드) 중에 수입액 증가국면(2009~2021년)에서 한국산은 2019년(전년대비 10.4%)과 2021년(22.5%)에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고, 지난해 감소국면 때는 한국산 수입액 감소율(-19.4%)이 가장 컸다. 중국이 중간재 기술자립을 달성해가면서 지난 20년 동안 중간재 중심으로 중국에 수출해온 한국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향후 대안과 관련해 이제 수출 산업구조 전환에 나서야할 때가 왔다는 진단이 나온다. 중앙부처 수출담당자는 12일 “수출제품 시장을 다변화하려면 우리의 산업구조 전환이 먼저 뒷받침돼야 한다”며 “반도체 경기가 나빠지면 중국시장 수출이 다 빠지고, 베트남의 주력수출 품목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인데 우리의 베트남시장 수출 주력품목도 소부장이다. 이렇게 서로 엮여 있는 산업구조에 이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베트남이 그동안 중간재·자본재에서 자국 기술력을 이미 한층 높여 우리 제품 수입을 줄이거나 제3국에서 서로 경합하는 구도로 접어든 만큼 우리 제품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새로운 품목과 산업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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