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 셀렉스, 베트남의 테슬라는 오토바이 시장에서 나온다

조윤민 소풍벤처스 글로벌투자담당 파트너 2023. 4.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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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을 처음 간 것은 2010년이다. 13년이 지난 2023년과 비교해봐도 인상적으로 남는 베트남의 키워드는 ‘오토바이’다. 농담으로 유일하게 변한 것은 오토바이 위의 사람 수라고 이야기한다. 2010년에는 오토바이 한 대 당 3명~4명이 탄 모습을 흔하게 봤다면, 지금은 오토바이 한 대 당 1명이 대부분이고, 많아야 2명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베트남오토바이제조협회(VAMM) 회원사가 조사한 현지 2022년 베트남 시장의 오토바이 판매량은 전년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1분 당 5.7대가 팔리고, 약 1억명에 가까운 베트남 인구 중 절반 이 넘는 5천 5백만명이 오토바이를 이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이용하는데, 이로 인한 교통 체증과 내연 기관 오토바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으로 인한 환경 오염 문제는 얼마나 심각할까?’ 생각했다.

작년 7월, 우리는 ‘Selex Motors(이하 셀렉스)’라는 베트남의 전기 오토바이 스타트업을 소개받았다. ‘베트남?’ 오토바이? 게다가 전기 오토바이를 만든다고?’ 흥미로웠다. 베트남의 기후 문제, 특히 대기 오염의 주된 원인에는 바로 이 ‘오토바이’가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오토바이로 인한 매연이 심해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흔했다. IPCC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Net-Zero)을 달성해야 함을 권고했다. 이에 전세계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기 시작했으며, 관련 법안을 제정하는 등 각 국가적 차원에서의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움직임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움직임이 있다. 2040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운송 수단의 제조, 조립, 수입을 점진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하고, 2050년 이전까지 최종 중단하기로 했다. 이는 베트남 운송 수단의 80%이상을 차지하는 오토바이 시장에의 변화가 필요함을 예고함과 동시에 전기 오토바이로의 전환은 반드시 올 미래라는 이야기다.

지난 3월, 소풍벤처스 한상엽 대표(맨 왼쪽부터)와 조윤민 파트너가 베트남 셀렉스 사무실을 방문했다. /셀렉스 제공

◇전기 오토바이, 이미 경쟁이 치열하지 않아? 그랩(Grab), 라자다(Lazada), B2B 시장을 중심으로

셀렉스가 제작한 친환경 오토바이. /셀렉스 제공

역시 내가 좋다고 생각하면 다른 사람도 좋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셀렉스에 투자하기 위해 시장과 현지 조사를 해보니 오토바이 시장은 규모가 크고, 미래에 반드시 올 시장인 만큼 경쟁이 시작되고 있다.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대기업 ‘빈그룹(Vingroup)’도 빈페스타라는 자회사를 통해 진출해있었다. 빈그룹(Vingroup)만이 아니었다. 해외 브랜드들도 들어오기 시작했고, 베트남 현지에서도 ‘닷바이크(Dat Bike)’라는 스타트업도 진출해 있었다. 이러한 경쟁 시장에서 셀렉스는 어떤 차별성이 있을까? 물량과 가격 면에서 경쟁이 될까? 어떻게 시장을 장악해 나갈까? 생각했다.

셀렉스는 B2C를 중심으로 시작해서 시장을 확장해가고 있는 경쟁사와는 달리, 배달과 배송 시장부터 접근해 B2B 시장을 노리는 전략적인 접근으로 시작했다. 베트남의 물류에는 특히 모든 물류의 마지막 구간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에는 오토바이가 반드시 있다. 이 시장부터 침투해서 사업을 확장해간다면 셀렉스에게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스타트업에게 있어 아예 없는 영역을 개척해서 처음부터 시장을 만들어내는 비즈니스보다는 이미 있는 시장에 우리만의 니치 시장을 찾아 날카롭고 뾰족하게 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성공 요소다. 셀렉스는 B2B 시장을 영리하게 전략적으로 선택했다. 현재 시장점유율 1위 배달앱인 그랩(Grab), 커머스 시장 선두 주자인 라자다(Lazada) 등의 기업에 셀렉스의 전기 오토바이를 공급하고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사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셀렉스가 B2B 시장 진출을 배송 시장부터 접근하는 이유는 베트남이 오토바이가 주요 운송 수단인 만큼 모바일 앱을 기반으로 배달 문화가 잘 형성되어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에서는 원하는 물건이 가능한 것은 당연하고 얼마나 빨리 배달되는지가 핵심 경쟁력일 정도다. 그 중 대표적인 앱 서비스 ‘그랩(Grab)’를 쓰면 먹고 싶은 음식을 주문하면 30분 내 도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말할 필요도 없다. 청소 도우미 앱을 켜서 청소 도우미를 구해도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오는 것이 베트남이다. 한국의 쿠팡도 아직 못한 배송에 까다롭기로 알려진 신선 식품도 1시간 내에 배송이 가능해지고 있다.

베트남 대표 배달 앱 서비스 그랩(Grab) 라이더들과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셀렉스 제공

◇우리의 목표, 베트남의 테슬라

셀렉스의 공동창업자들. /셀렉스 제공

셀렉스는 미시간 대학교 박사 출신의 팀으로 미국에서 전기 자동차의 충전 시스템을 연구하던 팀이 베트남으로 돌아와 배터리 스왑 기술을 개발하면서 창업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전기 오토바이와 전기 오토바이 전체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셀렉스의 배터리 스왑 기술은 1분 만에 충전된 배터리로 교체 가능하게 만들었다. 셀렉스 오토바이 사용자는 오토바이를 운전하다가 배터리가 부족하면 손쉽게 근처의 배터리 스왑 스테이션을 방문해서 본인이 사용하던 배터리를 충전이 완료된 배터리로 1분 만에 손쉽게 교체할 수 있다. 셀렉스 배터리 스왑 기술은 셀렉스 자사의 오토바이만이 아닌 타사 전기 오토바이 배터리와도 호환성을 가져서 사업 확장을 보다 용이하게 해준다.

셀렉스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자체적으로 제조한 전기 오토바이 판매하는 것과 배터리 네트워크를 통한 비즈니스이다.

첫째, 셀렉스는 자체 오토바이 제조 기술로 전기 오토바이를 생산하여 B2B와 B2C로 판매한다. 우선적으로는 B2B 판매에 집중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B2C로 일반 유저들에게도 판매될 예정이다. 셀렉스 오토바이를 사용해 본 현지 라이더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셀렉스 전기 오토바이가 성능도 좋을 뿐 아니라, 기존 내연 기관 대비 25%의 연료비가 절감되고, 적재 공간도 원하는 형태로 변형가능하며, 화물 적재 공간을 최대 50%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되고 있다.

둘째, 배터리 네트워크 비즈니스는 배터리 구독 모델로 이루어진다. 핸드폰 구독 모델과 비슷하게 고객이 원하는 배터리 교환 서비스를 선택하는 정기 구독 모델로 월별 최대 이용 거리수, 교환 가능 횟수 등이 다르게 적용된다. B2B 고객의 경우, 운영하는 오토바이들의 배터리 사용 현황에 대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이 가능한 셀렉스가 제공하는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도 이용 가능하다.

셀렉스는 B2C 시장에 적합한 오토바이 모델 개발 뿐 아니라, 하드웨어를 넘어서 라이더가 사용 가능한 OS 등 전기 오토바이 관련 소프트웨어를 통해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 생태계의 혁신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테슬라가 베트남에서 시작되었다면, 오토바이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는 베트남의 테슬라가 될 셀렉스를 선택했고, 앞으로 셀렉스가 만들어갈 베트남의 미래 이동 수단과 운송 시장의 혁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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