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될까…'K-블록체인 개발 표준' 기대 반 의심 반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기자)국내 산업계가 블록체인 서비스 개발에 참고할 수 있는 표준안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공인하는 서비스 규격이 나옴에 따라 기업들이 서비스 개발 및 보급에 큰 걱정 없이 힘쓸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가 확산되기 위해선 더 중요한 숙제들이 많다는 회의적 반응도 공존하고 있다.
12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이런 기능을 하는 블록체인 신뢰 프레임워크 'K-BTF'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블록체인 서비스별 필요한 공통 요구사항을 프레임워크에 담아 민간 업체들이 이런 요건을 충족한 서비스들을 내놓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블록체인' 풀뿌리 내릴 토양 만든다
그 동안 정부 시범 사업 다수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참여 업체마다 자체 메인넷을 구축하는 등 중복 투자 문제가 발생해왔다. 업체마다 만들어진 서비스 간 연동도 되지 않아 이용자 불편도 따랐다.
KISA는 K-BTF를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기술적 체계나 성능, 보안 수준 등의 요건을 제시해 민간 블록체인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하고, 서비스 간 연동 가능성도 예측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K-BTF를 충족하는 경우 공공 서비스로의 활용도 가능하게 할 방침이다.
유럽, 중국에선 이미 추진 중인 사안이기도 하다. 유럽의 경우 이더리움 중심의 '유럽블록체인서비스인프라(EBSI)'를 만들어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블록체인 서비스 규격을 내놓을 방침이다. 중국도 서비스형블록체인(BaaS)에 대해 이런 내용을 준비 중이다.
K-BTF의 경우 메인넷 등 제시 요건을 특정 기술로 제한하진 않을 전망이다. 박상환 KISA 블록체인산업단장은 "공공에서 수요가 많은 서비스들에 대한 공통 요구 사항들을 도출해갈 예정"이라며 "유럽과 중국 사례의 장점을 살리면서 국내 환경에 맞춰 표준을 만드려 한다"고 설명했다.
블록체인 업계에선 특히 불성실한 서비스 운영 문제가 자주 불거지고 있다. 다만 K-BTF의 경우 기술적 요건에 한해 내용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인' 블록체인 서비스 등장에 민간 확산도 가속화 전망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업계 일각에선 블록체인 서비스가 '양지'로 취급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었다. 블록체인,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인 대중 인식을 해소하면 단순히 공공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것을 넘어 민간 시장도 점차 확대될 수 있다는 예상이다.
BaaS 공급업체 관계자는 "국내 표준에 맞게 솔루션을 개량하고 정부 인증을 획득한다면 공공, 민간에서 수요가 증가해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고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도 블록체인의 처리 성능, 저장 공간, 인프라 표준 사양 등 요구사항에 대해 표준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어 기준점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특히 분산ID(DID), 대체불가토큰(NFT) 등 현재 기술이 업체별로 상이한 서비스의 경우 표준이 마련되면 서비스 간 호환성이 향상될 것이라고 짚었다.
블록체인 기술 업계 관계자는 "공공에서 블록체인 서비스를 많이 도입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것이기도 하니, 업계가 서비스 개발을 열심히 하게 하는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BTF가 도출될 경우, 각 업체들이 규격에 맞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와 인증기관 지정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타났다.
"코인 못 쓰는 블록체인 서비스 대중화는 의미 없어"
단 이런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상당하다. KISA는 K-BTF 내용을 구체화하고, 제도로 안착시키기까지 수 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 표준을 계속 관리하고, 표준을 충족하는 서비스들을 공공 영역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관계 부처와의 협의, 관련 법제화가 필수다.
박상환 KISA 단장은 "금융위원회 등을 비롯한 관계 부처와 협의가 원만하게 진척돼야 하기 때문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같이 고민하고 있다"며 "법 차원에서도 (제정 추진 중인)블록체인산업진흥법에 내용이 반영돼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다른 기술 표준들에 나타나는 지적처럼, 시장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업계 시선도 존재했다.
기술 표준만으로는 공공 영역에서 블록체인 서비스 시장이 유의미하게 형성되긴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코로나19 백신 패스 앱 '쿠브' 사례를 고려하면, 가상자산이 활용되는 서비스를 정부기관이 수용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쿠브의 경우 공공기관이 코인을 살 필요가 없게 하겠다고 제안하면서 서비스가 채택됐지만, 이런 사업만으론 블록체인 기술 회사가 생존을 영위할 수 없다"며 "공공기관이 코인을 사서 쓰는 행태가 허용돼야 블록체인 서비스가 공공 영역에 도 의미 있게 진입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록체인 서비스의 대중화를 꾀하려면 결국 서비스 운영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다른 소프트웨어 기술과 달리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라는 속성을 띠는 만큼, 기술적 측면 외 제도적, 운영적 측면에 대한 프레임워크도 제시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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