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값 올리면 뭐하나"…반토막 난 교촌, 개미들도 '시큰둥'

진영기 2023. 4. 13.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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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 주가, 지난해 고점 대비 절반 수준
매출 1위 자리도 내줘…수익성 제고 위해 가격 인상
일평균 거래액 2억원 대 그쳐
"육계 가격 하락하고, 소비자 저항 극복하면 주가↑"
교촌치킨 반반오리지날. / 사진=교촌치킨


치킨업계 2위로 밀린 교촌에프앤비의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회사는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 인상 카드까지 꺼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교촌에프앤비의 주가는 9000원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4월 27일 기록했던 52주 최고가(1만7950원)의 절반 수준이다.

부진한 실적도 나왔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연결 기준)은 2021년에 비해 78.2% 줄어든 89억원을 기록했다. 치킨업계 경쟁이 심화하며 광고비 등 판관비가 증가한 영향이다.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83.2% 줄어든 50억원이었다.

교촌에프앤비은 치킨업계 '매출 1위' 자리도 내줬다. bhc치킨은 지난해 5074억원(개별 기준)의 매출을 거둬 10년간 매출 1위를 지켰던 교촌에프앤비(4988억원)를 제쳤다. bhc의 영업이익률은 30%에 달해 한 자릿수에 그친 교촌에프앤비의 영업이익률을 크게 앞섰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악재가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고 판단했다. 김준영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침체하며 소비여력이 줄었는데, 육계가격은 올라 교촌에프앤비의 이익이 줄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한국육계협회에 따르면 최근 육계 생계 가격(운반비포함)은 1㎏당 3000원 안팎을 넘나들면서 1987년 이후 36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교촌, 치킨 가격까지 올렸지만투자자 관심서 멀어져

상황이 악화하자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3일부터 치킨 메뉴의 소비자 권장 가격을 3000원씩 올렸다. 수익성을 제고하겠단 이유에서다. 교촌치킨 가격이 오르는 건 2021년 11월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었다. 교촌에프앤비 측은 "임차료, 인건비, 각종 수수료 등 운영비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해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특히 치킨 조각이 경쟁사에 비해 작고, 조각 하나하나를 일일이 붓칠해 소스를 바르는 등 조리 과정이 까다로워 인건비가 더 든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사진=뉴스1


하지만 가격 인상도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주식시장에서 이번 달 교촌에프앤비의 일평균 거래액은 약 2억3000만원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33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친다. 지난달 8조9348억원이었던 유가증권 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이 이달 10조원을 넘어선 것과 대조적이다.

때문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각종 비용이 나가는 일을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표적인 게 골프 대회 후원이다. 교촌에프앤비는 다음달 '제9회 교촌1991 레이디스 오픈' 대회를 연다. 교촌에프앤비는 대회를 관람하는 갤러리에게 치킨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회사 측은 "골프대회 지원 규모를 대폭 절감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부적으로 경비 절감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 저항 극복·육계 가격 안정화하면 주가 오를 수 있어"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가격 인상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해야하지만, 현재로서는 요원한 상태다. 앞서 2021년 11월 가격을 인상한 뒤 한달 간 교촌에프앤비의 주가는 9.4% 하락했다. 

김준영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저항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레드', '허니' 시리즈 등 치킨 브랜드에 대한 높은 고객 충성도를 기반으로 이 상황을 극복하면 향후 육계가격이 안정화하는 시점에 주가가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교촌에프앤비는 반마리 세트 메뉴 등 가성비 메뉴들을 출시해 소비자 가격 선택권을 넓힐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신사업 및 해외시장에서의 성과가 주가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교촌에프앤비는 해외 점포를 늘리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수제맥주 등 신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전체 매출에서 해외사업과 신사업의 비중은 6.1%에 불과해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김 연구원은 설명했다.

교촌에프앤비는 주가부양책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 관계자는 "올해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배당정책을 유지했다"며 "이익잉여금의 추가 여유에 따라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교촌에프앤비의 이익잉여금은 약 1164억원으로 2021년 말(약 1175억원)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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