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승아양법'

김재근 선임기자

일본은 2000년대 음주운전 교통사고 사망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2000년 1,296명이 2021년에는 152명으로 급감했다. 2021년 우리나라는 206명이었다. 일본의 인구가 우리나라보다 2.4배나 되는 점을 감안하면 일본이 훨씬 적은 셈이다.

일본은 두 개의 사건이 기폭제가 됐다. 1999년 고속도로에서 음주운전자의 트럭이 승용차를 들이받았는데, 운전하던 엄마는 빠져나왔지만 어린 자매가 불에 타 숨졌다. 운전자는 고작 4년형을 선고받았다. 2000년 가나가와현에서 음주운전 차량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인도로 돌진, 대학생 2명이 즉사했다. 무면허 음주 운전자는 징역 5년 6개월을 살았다.

이 두 사건을 계기로 법이 개정돼 음주운전으로 사상자가 발생하면 최고 징역 15년까지 처하도록 했다. 이를 기점으로 음주운전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지난 8일 대전에서 끔찍하고 가슴 아픈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대낮에 만취한 운전자의 차량이 어린이보호구역의 인도를 덮쳐 9살의 배승아양이 숨졌다. 엄마에게 용돈을 받아 친구들과 함께 생활용품점을 다녀오던 길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교통사고를 엄벌하기 위한 '윤창호법'과 '민식이법'이 있지만 효과를 못거두고 있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 사건의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형을 내리도록 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가해자 가중처벌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사망사고도 피해자와 합의하면 집행유예로 나오기도 하고, 8년 이상~무기징역형은 거의 없다. 대법원의 느슨한 양형기준이 솜방망이 처벌을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교통사고특례법이 적용되면 형량이 훨씬 낮아진다고 한다. 중국은 음주운전으로 중상이나 사망에 이르게 하면 최고 사형까지 처한다.

'승아양법'이란 이름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면 좋겠다. 음주나 마약 운전으로 사람을 죽게 한 자는 무조건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법을 고치든지 양형기준을 없앴으면 한다.

음주운전은 의식불명의 인간이 폭탄을 갖고 활보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차 하는 사이에 자신은 물론 애꿎은 타인을 상해와 죽음으로 몰고 간다. 철저하게 무자비와 무관용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