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재개발 최대어 '미아2구역', 조합장 선거 리스크 부상

정영희 기자 2023. 4. 1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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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록] 사업 지연에 조합원 분담금 증가 우려

[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4월3일 방문한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전경.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10여분을 걸으면 시작점이 나온다. 골목 끝은 우이신설선 삼양사거리역과 4호선 길음역 사이 길음동으로 이어진다./사진=정영희 기자
서울 강북구 미아동과 송천동을 아우르는 재개발사업지 '미아2재정비촉진구역'은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에서 도보 10분여 거리를 시작점으로 한다. 떡집, 철물점, 채소가게 등 작은 점포들이 밀집한 길 사이사이로 1~2층 다세대주택과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구역 시작부터 끝을 가로지르는 언덕의 경사는 꽤 높아서 최고기온이 27도를 육박한 지난 4월3일 동네를 둘러보기만 해도 땀이 났다. 겨울에 눈이라도 내리면 차는커녕 사람도 오르내릴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입지가 좋고 대단지 입주 예정인 미아2구역은 사업성이 높은 재개발로 손꼽혀 주요 건설업체의 시공 경쟁도 치열하다. 시공능력평가 2위 현대건설과 10위 HDC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해 10권 대형 건설업체 다수가 구역 인근 버스정류장과 지하철역에 재개발을 지지하는 광고를 붙여 놓은 상태였다.


조합장 자리 분쟁에 등 터진 조합원… "분담금도 걱정"


미아2구역은 미아동 403번지 일대 면적 17만9566㎡에 지하 2층~지상 35층 총 48개동 3540여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이 인접해 있어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다. 노원구 상계역과 성동구 왕십리역을 잇는 동북선 도시철도가 2025년 개통되면 강남까지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시공사들의 관심에도 미아2구역 재개발사업은 2016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후 현재까지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지 못한 채 7년이 넘도록 표류 중이다. 통상 조합설립부터 사업인가까지 3년4개월가량 소요되는 점을 미뤄볼 때 2배 이상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인근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 버스 정류장에 주요 건설업체가 설치한 옥외 광고판이 붙어 있다./사진=정영희 기자
이는 조합장 자리를 사이에 둔 내홍 탓이 크다. 초대 조합장 A씨와 집행부는 지난해 1월 사업 추진 지연 등을 이유로 투표에서 해임됐다. 현재 신임 조합장 선출을 추진하는 가운데 A 후보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위반으로 형사고발돼 아직 수사와 재판이 종결되지 않은 상태다. 해당 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을 선고받고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조합장이 될 수 없다.

A씨의 해임을 이끌어낸 신속추진위원회(비상대책위원회) 대표 B씨는 조합원들에게 빠른 시일 내 조합 정상화를 약속했으나 비대위 내부에서 다시 그가 특정 건설업체 등과 결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조합원들의 혼란이 커졌다.

이 같은 분쟁은 6개월 이상 봉합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하반기 서울북부지방법원으로부터 임시 조합장을 선임하는 판결을 받아, 현재는 대의원과 임원 선거를 마친 뒤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오는 5월2일 총회에서 신임 조합장이 결정된다. 후보는 총 네 명이다. 초대 조합장 A씨도 재출마 의사를 표했다.

이날 방문한 각 조합장 후보의 선거 사무실은 공보물 제출 마감을 앞두고 분주해 보였다. 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 속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사무실의 모습./사진=정영희 기자
취재 중 만난 한 조합원은 "재개발을 같이 시작한 옆 동네는 시공사도 확정하고 이주한 사람도 많은데 우리는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근 미아3구역은 지난해 롯데건설을, 미아4구역은 2021년 HDC현대산업개발을 각각 시공사로 선정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차라리 조합 대신 신탁사에 맡겼으면 더 낫겠다는 생각"이라며 "최근 물가상승으로 공사비가 늘어나 분담금이 얼마나 늘어날지 무섭다"고 토로했다.

반면 조합 임원들은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로 활기찼다. 한 선거관리위원은 "조합장이 뽑히면 시공사 선정에도 속도가 날 것"이라며 "서울시 조례가 개정돼 사업이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에 따르면 도시정비사업은 사업시행계획이 수립되고 나서 시공자를 선정할 수 있다. 그동안 사업 진행이 느리다는 비판이 제기돼 지난달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 오는 7월부터 사업시행계획 수립 전이라도 조합설립 인가가 나면 시공자 결정이 가능하다. 시공사가 확정되면 자금 융통도 보다 원활해질 수 있다.


미아2구역 사업성은?


영훈국제중과 영훈고, 대일외고 등이 가까워 명품 학군으로 유명한 미아2구역은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도보 거리에 있고 대형 공원인 '북서울꿈의숲'이 2㎞ 이내에 위치한다. 미아재정비촉진구역은 미아동 438번지 일대 약 37만3000㎡로 재건축과 재개발이 섞여 있다. 2006년 '뉴타운 지구'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0년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를 통과해 사업이 본격 추진됐다. 미아2구역은 미아재정비촉진구역(확장지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당초 2870가구로 예정됐던 주택공급계획은 2020년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수권소위원회를 통해 651가구가 늘었다.
미아2재정비촉진구역 골목길의 모습. 다세대와 단독주택이 언덕길을 따라 줄지어 자리해 있다./사진=정영희 기자

해당 지역 매매 시세는 재개발에 대한 기대로 높은 가격에 호가가 형성됐지만 기다림에 지쳐 가격을 낮춘 매물들도 혼재돼 있다. 부동산 가격비교사이트에 따르면 대지면적 18㎡ 다세대주택(1층 이상)의 매매 호가는 4억5000만~6억5000만원 선이다. 단독주택의 경우 대지면적 106㎡(연면적 65㎡) 지하 1층~지상 1층인 집이 10억5000만원, 대지면적 129㎡(연면적 143.8㎡)에 지상 1~2층 집이 13억5000만원에 각각 매물로 등록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단독주택은 연면적에 따라 재개발 후 분양권 2개를 받을 수 있어 문의가 더 많다"면서 "현재 분양권 2개가 나오는 단독주택 중 가장 저렴한 매물은 8억원선"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5월 조합 총회를 마치고 조합원이 정상 선출되면 사업이 원활히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아져 가격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사업의 속도가 사업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미아2구역은 미아뉴타운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역세권에 자리한 데다 서울 내 아파트라는 희소성을 갖춰 그야말로 '대박'인 지역"이라며 "다만 조합 내 분쟁으로 시간이 지연된 상황에서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다고 해도 앞으로 최소 10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번호사는 "조합원 사이에 다툼이 벌어지는 재개발 구역의 경우 사업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로 조합원들이 내야 할 분담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사업 지연 원인이 조합장 횡령이나 사기 등 고의 피해를 끼치려는 행동이 아닌 단순 분쟁이라면 조합장에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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