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컷] 축구장 2천 3백개의 면적이 타버린 홍성 산불

신현종 기자 2023. 4. 1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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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산불 중 최대의 피해를 남긴 충남 홍성군 서부면 일대의 산이 검게 타들어가 있다. /신현종 기자

지난 2일 오전 11시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산불은 1,454ha(헥타르)의 면적을 태우고 53시간 만에 진화됐다. 8만 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하고 축구장 2,300개에 달하는 면적이 잿더미가 됐다.

처음 산불이 시작된 야산은 천수만 인근에 위치 해 본래도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인데다, 이 날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11m에 이르러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연출됐다. 여기에 같은 날 산불이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 진화인력마저 분산되어 피해를 더욱 키웠다.

강한 바람을 타고 급격히 확산해 가는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헬기가 연기 속을 가르며 물을 뿌리고 있다. /신현종 기자

산불이 발생하면 초기 진화에 가장 효과적인 장비는 헬기다. 그런데 진화 헬기의 실질 가동률은 그리 높지 않다. 그 이유는 기체의 노후화 때문인데, 산림청 헬기의 60% 가량이 이미 가동 년 수 20년을 훌쩍 넘긴 것들이다.

노후 기종일수록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시간은 많아져 출동에 제한을 받는데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운용중인 헬기의 중요 부품마저 수입이 되지 않고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최악의 상황에는 많은 기체가 가동 중단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올 해 산불 중 최대의 피해를 남긴 충남 홍성군 서부면 일대의 전경을 드론을 이용해 360˚ 파노라마로 촬영 한 모습. 구름 아래 보이는 거의 모든 산이 검게 타들어가 있다. /신현종 기자

처음 홍성군에 산불이 발생했을 때 많은 주민들은 “진화 헬기들은 다 어디에 가고 한두 대 밖에 보이지 않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다. 주민들의 마음도 다급했지만 소방 헬기 관계자들 역시 급박한 시간을 보냈다. 출동 가능한 기체들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여러 곳의 산불을 진화한 후 홍성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강한 바람에 번져가는 불길을 막고자 연신 물을 퍼 담아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생명을 담보로 하는 것이었다.

올 해 산불 중 최대의 피해를 남긴 충남 홍성군 서부면 일대의 산이 검게 타들어가 있다. /신현종 기자

이러한 진화 인력의 노고와는 상관없이 거센 바람에 불씨가 옮겨 붙어 집이 타들어 가자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주민들은 끝내 울음을 터트렸다.

충남 홍성군 어사리에 거주하는 김희경(70)씨가 산불로 인해 전소된 자신의 집에서 남은 가재도구들을 챙기며 가슴 아픈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신현종 기자

홍성군 어사리 야산 아래에서 소를 키우며 살던 전용철(77)씨는 이번 화재로 주거 중이던 2층 집과 비닐하우스 한 동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키우던 소 20여 마리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것이다. 그 중 3마리는 화상으로 피부가 벗겨졌다.

기후 변화의 영향 등으로 매년 산불의 규모는 커져만 간다. 봄철에 큰 산불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강수량이 적어 산이 건조한데다 봄바람이 강하게 불기 때문이다. 더욱 철저한 대비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산불의 발생원인 중 많은 숫자가 입산자의 실화나 인접지역의 소각으로 부터 발생한다는 점이다. 작은 실천과 노력이 산불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터전을 지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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