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제약바이오 중심국?… "세제혜택 내놔라"

최영찬 기자 2023. 4. 13.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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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바이오도 '메이드 인 아메리카'③] 복제약도 신약인가… 실효성 의문투성이 바이오 육성책

[편집자주]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주도권 싸움이 치열하다. 중국이 바이오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의지를 밝히자 미국은 이른바 공급망 전쟁 선언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바이오 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우겠다는 육성안을 제시했다. K-제약바이오가 바이오 패권을 움켜쥐려는 양국의 틈바구니를 어떤 전략으로 헤집고 나갈 지 주목된다.

정부가 잇따라 바이오산업 육성전략을 내놓으며 내건 달성목표들이 실현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지난 3월29일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 4층 강당에서 열린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제약바이오협회
▶기사 게재 순서
①美·中 바이오 패권전, 일본까지 '꿈틀'
②바이든 손바닥에 놓인 K-제약바이오
③말로만 제약바이오 중심국?… "세제혜택 내놔라"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24일 '바이오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위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년)'을 심의·의결했다. 지난 2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6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지원전략과 중점 추진과제를 담은 것이다.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릴 수 있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을 목표로 2027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연구개발(R&D) 자금 25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 매출 3조원 이상을 올리는 글로벌 50대 제약사 3곳을 육성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의 IT기술을 활용해 신약개발에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고 제약바이오 기업의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1조원대의 메가펀드 조성 등의 청사진을 내놨다.



K-바이오 2027년 글로벌 중심 만든다는데


업계 일각에선 정부의 이 같은 계획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만 해도 바이오산업 육성에 20억달러(2조6000억원)를 투입한다고 했는데 10배 수준인 25조원을 어떻게 확보하고 이를 실제로 R&D 자금으로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연 매출 1조원 이상 블록버스터 신약을 2~3개를 개발하고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하는 기업을 3곳 이상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당장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만한 혁신 신약을 내놓더라도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4년 안에 조 단위 이상의 매출을 올릴 블록버스터 신약을 2~3개 확보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까지 범위를 확장한다면 오는 7월 이후 미국에 출시하는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와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가 연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은 있다. 2022년 미국 내 휴미라 매출은 24조원이 넘었는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는 기업 10여곳이 휴미라 매출을 균분한다고 가정하면 연 매출 1조~2조원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는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육성한다는 정책을 발표하기 이전에 개발을 마치고 출시만을 앞두고 있어 정부의 치적으로 삼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더구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라 신약으로 보기에도 아쉽다.

연 매출 3조원 돌파 기업 3곳을 육성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2022년 기준 연 매출 3조원을 돌파한 기업은 삼성바이오로직스(3조13억원)밖에 없다. 다음 후보론 셀트리온 정도만 꼽히는데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대한 위기감 속에 서정진 회장이 복귀했고 새로운 제품의 출시를 앞두고 있어 연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셀트리온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 2조2840억원을 올렸다.

2022년 매출 2조9320억원을 올린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된 영향으로 2022년 하반기부터 매출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 매출 1조원을 넘는 기존 전통 제약사가 앞으로 4년 안에 2배 이상 성장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바이오산업을 향한 세제혜택의 확대와 정부정책의 일관된 추진을 위한 컨트롤타워의 조속한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월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돈줄 마른 바이오, 세제혜택 절실


글로벌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바이오 기업은 신약개발 등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공개(IPO)와 상장을 통해 자금 유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세제혜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3월30일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며 백신업계는 시설 자산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율이 3%에서 8%로 높아지는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반도체, 2차전지, 디스플레이 분야만 조세특례 혜택이 있었는데 바이오 분야에 처음으로 조세특례 혜택이 주어진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개정안 통과 다음 날인 3월31일 "백신 등 국가전략기술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확대와 신성장·원천기술의 임시투자 세액공제를 골자로 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적극 환영한다"며 "국내 백신산업의 투자를 유인하고 백신주권 확립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는 입장문을 냈다.

다만 분야가 백신산업에 한정된 데다가 혜택 기간도 올해로 한시적이라 아쉽다는 분위기도 나오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우리가 백신분야에서 글로벌 메이저 플레이어가 아닌 데다가 백신 제조시설에만 조세특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생색내기용 인센티브가 아닌가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산업 특성에 맞게 벤처 육성 등에서부터 생태계 조성에서부터 기존 산업의 입장을 모두 담을 수 있었다면 산업계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전 정부들에서처럼 바이오산업 육성 정책이 공염불이 되지 않으려면 정부의 바이오산업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설치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27년까지 달성하겠다는 성과를 내려면 4년여밖에 남지 않아 시기가 촉박한 점도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당시 부처별 칸막이 행정을 뛰어넘기 위해 국무총리 아래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를 설치해 국내 제약바이오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기구는 아직 없다.

최영찬 기자 0chan1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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