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 정반대 두 명이 금융권 대표 아트페어를 키운 사연

강한빛 기자 2023. 4. 1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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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신한카드 사내벤처 아트플러스 문유선 대표, 배은주 부대표
신한카드 사내벤처 아트플러스 문유선 대표(왼쪽)와 배은주 부대표/사진=장동규 기자
IT업무 25년차, 심장 뛰는 일이 필요했다. 휴가차 떠난 오스트리아 미술관에서 제대로 덕통사고(어떤 일을 계기로 특정 대상에 빠진다는 의미의 신조어)를 당했다. "아 운명이다" 싶었다.

그렇게 퇴근 후 미술사와 아트컬렉팅을 팠다. 좋아하는 걸 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사내벤처 제도가 눈에 띄었다. 마음이 맞는 동료 한 명을 끌어들였다. 작당모의 끝에 '미술과 금융의 결합'을 주제로 사내벤처에 도전했다. 그렇게 2020년 정식 사내벤처로 선발됐다. 하루아침 배은주 신한카드 차장에서 배은주 '아트플러스' 부대표가 됐다. 꿈같은 순간이었다.

배 부대표는 최근 머니S와의 인터뷰에서 "건강한 미술시장 구축에 힘쓰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문화계에 대한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며 "온·오프라인 콘텐츠를 지속 강화해 신진 갤러리, 신진 작가와 고객들을 연결하는 구심점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조화의 조화… 금융과 예술의 찰떡궁합


2022년 더프리뷰 성수 현장./사진=신한카드
신한카드는 2016년부터 사내벤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문유선 대표와 배은주 부대표가 이끌고 있는 '아트플러스'도 그중 하나다. 중점 사업은 아트페어 '더프리뷰'와 미술 장터 플랫폼 '마이아트플렉스'다. 오는 4월20일~23일엔 '더프리뷰 성수'가 열린다.

올해로 3회째 아트페어를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 '더프리뷰'는 이들의 계획에 없었다. 신한카드와 스폰서십을 맺은 한남동 블루스퀘어와 협업해 '마이아트플렉스'를 중심으로 비대면 미술품거래 사업을 확대하는 게 이들의 구상이었다. 그러던 중 당시 부사장으로 사내벤처팀을 관리한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의 한 마디에 제대로 판을 벌이게 됐다. "오프라인까지 넓히자"

그렇게 3개월의 준비 끝에 2021년 제1회 '더프리뷰 한남'이 시장에 나오게 됐다. 번갯불에 콩 볶듯 시작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더프리뷰는 금융권이 주최하는 첫 아트페어인 데다 신한금융그룹의 미술시장 진출이라는 의미까지 담겨 금융권과 미술계의 이목이 쏠렸다.

전시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데다 갤러리 최초 참가비를 없애고 작품이 판매될 경우 판매금액의 일부를 후불로 지불하게 한 점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2022년 더프리뷰 성수 현장./사진=신한카드
물론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전문적인 기성 페어는 수년간의 노하우를 거쳐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있지만 신진 작가들이 중심인 신생 페어는 마니아층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갤러리, 작가, 관객들의 요구를 모두 충족하기가 쉽지 않아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다행인 건 고객 마케팅, 브랜딩 파워, 인프라 등 신한카드가 업계 1위로써 구축한 노하우가 있기에 이 같은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배 부대표는 "금융과 아트페어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막상 진출해보니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영역이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 배 부대표의 호흡도 '아트플러스' 순항에 한몫했다. 문 대표는 ESFP(외향·감각·감정·인식), 배 부대표는 INTJ(내향·직관·사고·판단)로 MBTI(성격유형검사) 특성이 하나도 겹치지 않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서로 반대되는 보색도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처럼 이들의 조합도 시너지라는 이름으로 완성됐다.

여기에 '아트부산' 출신의 페어 전문가 두 명을 영입해 전문성도 갖추게 됐다. 사업성과 문화예술계와의 상생 의지를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아트페어 육성지원 공모사업에 2년 연속 선정되는 명예까지 얻었다.

배 부대표는 "더프리뷰는 이제 신한카드 직원들보다 문화 예술인들이 더 알아 준다"며 웃어 보였다.


대중문화로 큰 '아트페어'… 성수 찍고 뉴욕간다


2023년 더프리뷰 홍보 포스터./사진=신한카드
문유선 대표와 배은주 부대표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향후 아트소비의 중심 축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전에는 아트페어에 방문해 가격이 오를만한 작품을 골라 투자를 목적으로 작품을 소장하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발견하고 작가의 미래에 투자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올해 아트페어 개최 장소를 지난해에 이어 서울시 성수동으로 낙점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젊은층에게 친숙한 핫플레이스(인기있는 장소)에 침투해 예술도 하나의 놀이가 됐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문 대표와 배 부대표는 더프리뷰를 시작으로 연내 신한카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닫혔던 하늘길이 열린 만큼 해외아트페어, 박물관을 관광하는 예술여행상품을 기획하거나 문화예술에 집중한 카드 출시 등이 대표적이다.

아직은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금융과 예술의 시너지로 신한카드의 지향점인 '라이프&파이낸스 플랫폼'으로의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는 포부다. '마이아트플렉스' 앱 고도화, 신한카드 본사를 갤러리로 꾸며 지역 랜드마크로 키우는 '로비 프로젝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문유선 대표, 배은주 부대표가 가장 뿌듯한 때는 더프리뷰에 참가한 작가들이 이후 유수의 해외 아트페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때다. 페어에 참석한 작가들이 친목을 쌓고 서로를 끌어주는 것도 이들의 보람 중 하나다.

문 대표는 "문화예술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 발전시킨다면 더프리뷰가 머지않아 '국내 최고의 미술계 진출 등용문'과 같은 별명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더프리뷰 한남, 더프리뷰 성수에 이어 더프리뷰 뉴욕이 가능한 글로벌 아트페어로 우뚝 설 날도 멀지 않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강한빛 기자 onelight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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