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말이 필요 없는 액션'을 입증한 169분 '존 윅 4'
※ 스포일러 주의
다시 돌아온 존 윅의 네 번째 이야기는 한 줄로 정리할 수 있다. '말이 필요 없는 액션'이 무엇인지 입증한 영화다. '존 윅 4'는 시리즈의 모든 액션과 스타일이 농축해 169분의 러닝타임에 꾹꾹 눌러 담았다. 더 이상의 말은 불필요하다. 극장으로 달려와서 확인하는 것이 최선이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존 윅(키아누 리브스)은 '최고 회의'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낸다. 비로소 완전한 자유의 희망을 보지만, 새로운 빌런 그라몽 후작(빌 스카스가드)과 전 세계의 최강 연합은 존 윅의 오랜 친구 케인(견자단)까지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결국 새로운 위기에 놓인 존 윅은 최후의 반격을 준비한다.
월드와이드 흥행 수익 5억 8천만 달러(한화 약 7613억 원)를 기록한 '존 윅'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 '존 윅 4'는 자유를 위해 모든 것을 건 반격을 준비하는 존 윅이 최고 회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거대한 전쟁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스턴트맨 출신답게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존 윅'을 시작으로 '존 윅-리로드' '존 윅 3: 파라벨룸'까지 극한의 액션, 최고의 액션을 선보였다. 그렇기에 '존 윅 4' 역시 어떤 액션을 보여줄지 기대가 컸고, 감독은 이에 완벽하게 화답했다. 극한에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시리즈를 거듭하며 더해진 노하우와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담아내 시리즈 최고의 액션을 완성했다.
'존 윅 4'를 보면 감독도, 타이틀롤을 연기한 키아누 리브스 모두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이 적확할 정도로 우리가 볼 수 있는 액션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 특히 시리즈 내내 과묵했던 존 윅은 이번 영화에서는 더욱더 과묵해진 모습을 보인다. 169분의 러닝타임 동안 단 380개 단어만을 말했는데, 이는 오히려 영화의 설정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최고 회의를 주축으로 전 세계 킬러들을 적으로 돌린 존 윅은 매 순간이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건 영화 속 시마즈(사나다 히로유키) 대사처럼 '최대한 많이' 죽이는 것뿐이다. 죽일 시간도 부족한데 말할 틈은 더더욱 없다. 정말 이렇게 죽이기만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죽이고 또 죽인다.
존 윅은 총, 칼 등 각종 무기는 물론이고 연필 한 자루만으로도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능력자다. 이번에도 칼과 활, 총, 쌍절곤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해 수많은 적을 해치운다. 특히 '존 윅 4'는 전작의 아쉬움을 만회하려는 듯 '존 윅' 시리즈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존 윅의 총기 액션을 원 없이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총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해 상대에게 총알을 날리는 존 윅 등 '존 윅'다운 액션이 한가득하다.
특히 베를린 클럽 신, 어지러이 펼쳐진 12개 도로가 만나는 파리 개선문의 로터리에서 차량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벌어지는 초대형 액션 신, 차마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222계단 신은 '존 윅 4'에서도 손꼽히는 장면이다. 또한 이번 영화는 드론을 이용한 샷이 많은데, 보다 역동적이면서도 게임 화면을 보는 듯한 재미를 선사한다.
의외로 '존 윅'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는 '사랑'이다. 존 윅이 사랑하는 아내가 안겨준 반려견의 복수를 위해 나서고 전 세계를 적으로 돌렸다. 이제는 묘비명까지도 사랑꾼의 면모를 보여준다. 애초에 시리즈의 시작을 연 것도 '사랑'이었고 그 끝 역시 '사랑'이었다.
그리고 '존 윅' 시리즈를 관통하는 중요한 교훈은 '개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정말이지 죽을 각오가 아닌 이상 함부로 개를 건드려선 안 된다. 반려인의 반려견 사랑은 상상을 초월하며, 반려견을 위협하는 순간 존 윅의 총구는 그 상대를 향했다. 반려견의 적은 나의 적이며, 적의 반려견도 소중히 해야 한다는 게 존 윅의 철칙이다. 반려견 앞에 4천만 달러 (한화 약 525억 원)의 현상금도 무용지물이 되는 모습은 전 세계 반려인이 본받아야 할 정도다.
'존 윅' 시리즈의 말도 안 될 정도로 황당무계한 세계관이 가능했던 건 애초에 만화적인 설정이었고, 또 개연성 등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오롯이 '액션'에 집중했던 전략이 있다. 킬러들의 세계와 그들만의 룰이 존재한다는 세계관은 이후 많은 영화에 영감을 줬다.
이러한 상상을 초월한 세계관 속 최강자인 전설적인 킬러, 연필 한 자루로도 사람을 죽이는 '부기맨'(특별한 형태가 없는 공포의 존재) 존 윅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이는지가 중요하다. 만화적인 요소와 현실 액션의 스타일을 동시에 구현하는 존 윅의 액션은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크다. 여기에 사운드 편집을 통해 총격과 타격감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처럼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목표를 명확하게 가져가는 게 '존 윅'의 힘이고, '액션'이야말로 '존 윅' 시리즈의 존재 이유이자 시리즈를 보는 이유다. '존 윅 4'는 그 존재 의미를 최대치로 증명한 영화다. 정말 영혼을 갈아 넣었다고 해도 될 정도로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실제로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은 "존 윅의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찍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존 윅의 오랜 친구이자 적으로 만나게 되는 암살자 케인 역을 '엽 사부' 견자단이 맡았다는 점 역시 '존 윅 4'의 액션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지점이다. '액션'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견자단은 맹인으로 등장한다. 견자단 특유의 절도 있는 액션은 물론 핸디캡을 보완하기 위해 동원하는 아이디어에서 나오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이번 영화는 액션과 음악이 어우러지며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영화의 강렬함만큼이나 노래 역시 강렬하다. 쇼팽의 녹턴 20번(Nocturne No. 20 in C-Sharp Minor, Op. Posth.), 인 디스 모먼트의 '아이 우드 다이 포 유'(I would die for you), 리나 사와야마의 '아이 포 언 아이'(Eye for an Eye), 게사펠슈타인의 '헤이트 오어 글로리'(Hate or Glory) 등 클래식, 록, EDM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실험적으로 쓰이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169분 상영, 4월 12일 개봉, 쿠키 1개 있음,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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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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