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비행기 환승 기다리며 SUV로 사막 사파리… 돌풍 일으킨 카타르 항공 ‘스톱오버’
고급 쇼핑단지부터 전통시장까지 ‘시티투어’
카타르 항공, 스톱오버 프로그램 20여개 운영
도하 시내 4성급 호텔 숙박료 2만원...지난해 2만2000명 이용
“스톱오버 프로그램으로 카타르 경험… 다시 찾을 것”
포장도로를 달리던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광활한 사막으로 들어선다. 하얀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모래밭을 달리더니 요란한 엔진음을 내며 가파른 사구(沙丘)를 오르기도 한다. 바퀴가 빠져 휘청이면서도 모래를 헤쳐나가기도 하고, 급경사의 모래 언덕을 쏜살같이 달려 내려가기도 한다.
위험하기로 유명한 오프로드 경기인 ‘다카르 랠리(Dakar Rally)’의 한 장면 같지만, 카타르 국영 항공사인 ‘카타르 항공’의 관광 프로그램의 하나다.
카타르항공은 세계적인 허브공항인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월드컵을 계기로 카타르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만들기 위해 여행 상품인 ‘스톱오버(stopove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최종 목적지인 키프로스로 향하는 길에 환승지인 카타르에서 카타르 항공의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인천 공항에서 10시간 50분 밤하늘을 헤치며 날아온 비행기가 도하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5시 15분(현지 시각). 키프로스로 향하는 환승 비행기의 이륙까지는 약 26시간이 남은 상황.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통해 저렴하게 예약한 숙소로 향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도하 시내의 4성급 이상 호텔을 1박에 최소 14달러(약 2만원)로 저렴하게 예약할 수 있다. 스톱오버 프로그램은 카타르 항공뿐 아니라 카타르 관광 당국과 관광 업계가 함께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자 곧 ‘사파리 투어’를 위한 SUV가 숙소 앞에 도착했다.
◇ 도심서 45분 달리자 모래밭… 모래 언덕서 오르락내리락 ‘곡예 주행’
차를 타고 도하 도심을 빠져나가 30분가량 남쪽으로 달리자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과 수목이 점차 모습을 감추더니 이내 자갈과 모래가 뒤섞인 평야가 펼쳐졌다. 도로에서 멀찌감치 공장처럼 보이는 구조물들과 불꽃이 솟아오르고 있는 기둥들도 보였다.
사막 투어를 맡은 카타르인 운전자는 불꽃 기둥을 가리키며 “메이킹 오일(Making Oil)”이라고 짤막하게 말했다. 도로 곳곳에는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는 표지판도 볼 수 있었다.
15분쯤 더 도로를 달리자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타이어 공기를 빼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사막 투어에 앞서 바퀴의 마찰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채비를 마치고 모래밭 다시 차에 탑승하자 이내 도로가 보이지 않는 사막 한복판이었다.
사막에 들어서자 기사는 곡예를 시작했다. 차 안이 크게 요동칠 정도로 모래밭을 달리기 시작하더니, 3~4층 건물 높이는 되어 보이는 모래 언덕을 올랐다가, 경사면을 달리기도 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비탈길을 질러 내려가기도 했다.
40분가량을 모래와 씨름하던 차가 잠시 멈춘 곳은 사막 위의 한 작은 호수. 모래밭 위에 얕은 물이 깔려있어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호수를 둘러싼 모래 언덕 위에 사막 사파리를 위한 차들이 멈춰 섰고, 많은 관광객이 저마다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시 차를 타고 10분여를 남쪽으로 더 달리자 사막 끝에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를 세운 기사는 바다 건너편에 보이는 땅을 가리키더니 “사우디아라비아”라고 했다. 페르시아만에 있는 카타르와 사우디라아라바이가 끼고 있는 내해였다.
차가 멈춰선 해변에서 사우디아라비아까지는 내해를 건너 약 3.3㎞ 떨어져 있어 육안으로도 손에 닿을 듯 가까워 보였지만, 기사는 “바다를 건너 사우디아라비아에 들어갈 수 없어 육로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 카타르 국립박물관부터 ‘민속촌’에 전통시장까지… “스톱오버로 카타르 경험”
약 4시간의 사막 사파리를 마치자 뒤이어 ‘시티 투어’가 이어졌다. 카타르 항공의 전문 가이드와 함께 프랑스 출신의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한 ‘카타르 국립박물관’부터 ‘수크 와키프(Souq Waqif)’의 전통시장, 도하 시내의 고급 쇼핑 단지와 문화 마을이 있는 ‘카타르 플라자’ 등 도하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카타르 국립박물관은 2019년 개관한 곳으로 중동 사막에서 발생하는 모래 덩어리인 ‘사막의 장미(Rose of Desert)’를 본떠 설계한 건물이다. 한국의 현대건설이 시공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고(故) 셰이크 압둘 빈 자심 알타니 전 카타르 국왕이 사용하던 옛 왕궁을 복원하고, 그 주위를 크기가 다른 원형 판으로 얽히게 만든 구조로 되어 있어 세계적인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후 가이드와 함께 버스를 타고 웨스트 베이와 포르투 아라비아 등 고층 건물이 밀집한 도하 도심 지역에 대한 설명 들으며 카타라 문화마을로 향했다.
가이드는 “포르투 아라비아와 웨스트 베이에는 금융센터, 석유 회사 등을 비롯한 업무 단지와 고급 호텔들이 모여있는데 모두 사람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지역”이라고 했다.
카타라 문화마을은 18세기 이전 카타르를 부르는 ‘카타라(Katara)’에서 이름을 따 만들어진 곳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민속촌’과 같은 곳이다.
이곳에는 흙으로 만들어진 황토색 건축물들이 늘어져 있었다. 비둘기의 배설물과 알 등을 활용하던 이슬람 문화권에서 볼 수 있는 ‘비둘기 집’이나 카타르의 독특한 이슬람 사원 등도 보였다.
또 야외 원형 극장과 ‘카타라 플라자’라는 대규모 상업시설도 인접해 있어 전통 양식의 건물과 유럽풍의 호화스러운 건물들을 함께 볼 수 있었고, 상업시설에 마련된 분수대에서 정각마다 펼쳐지는 ‘분수 쇼’를 관람할 수도 있었다.
카타르의 옛 시가지인 ‘수크 와키프’의 전통시장에는 사냥을 위한 매를 사고파는 ‘매 시장’과 다치거나 병든 매를 위한 ‘매 전문 병원’이 자리해 있었다.
또 지난해 월드컵에서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이 리오넬 메시에게 선물한 카타르 전통 의상 ‘비시트(Bisht)’를 만드는 가게 등 카타르의 전통 물품을 사고파는 가게를 둘러볼 수 있었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에도 수백여명의 사람들이 시장 거리에 몰려있었는데, 가이드는 “수크 와키프는 오래된 지역이지만, 관광객은 물론 아직도 도하 사람들이 생필품을 사거나 모임 등을 즐기는 곳”이라면서 “향신료, 수공예품은 물론 전통 음식점들이 몰려있어 유동인구가 많다”고 했다.
카타르 항공은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도하의 관광자원을 알려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12월 월드컵 기간에 스톱오버 예약을 중단하고 프로그램을 재정비했다.
지금은 카타르 항공을 통해 입국한 여행객 중 환승에 필요한 시간이 12시간 이상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사막 사파리,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체험을 비롯해 ‘카이트 서핑’, ‘골프’, ‘패들 보트’, ‘워터파크’ 등 20여개의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카르멘 보 가남(Karmen Bou Ghannam) 카타르 항공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다른 목적지로 가기 전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통해 관광객들이 카타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카타르를 조금이라도 경험한다면 다시 카타르에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카타르 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체험한 환승객은 약 2만2000여명으로, 카타르 항공은 올해 코로나19 영향이 미미해짐에 따라 더 많은 환승객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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