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야구 가면 금리 더 준다던데... 롯데팬들의 선택은
2023. 4. 13. 06:01
신한 프로야구 적금, 성적과 적금 가입자 수 적중률은?…부산·광주은행 연고지팀 상품 출시
4월 1일 개막된 ‘2023 프로야구’가 개막전 입장권의 5개 전 구장 매진을 기록했다. 정규 시즌 개막전에 전 구장 매진을 기록한 것은 8개 구단 체제였던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기 탈락에 이어 쏟아진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4월만을 기다린 야구팬들의 팬심은 쉽게 식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
야구 개막과 함께 3월이면 금융권이 내놓는 상품이 있다. 야구팬들을 겨냥해 응원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수록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예·적금 상품이다. 가을 야구를 할수록, 우승에 다가갈수록 더 좋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형식이다.
성적이 좋을수록 고금리가 붙기 때문에 하위권 팀들에는 ‘금융 사기극’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응원 팀을 잘 고르기만 하면 4%대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쏠쏠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도 있다.
2018년부터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야구의 타이틀 후원을 해 온 신한은행은 2020년부터 시즌 대회 공식 명칭을 ‘신한은행 SOL KBO 리그’로 확정하고 리그 타이틀 스폰서십에도 나서고 있다.
타이틀 후원사인 만큼 신한은행은 야구와 연계한 금융 상품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3월 24일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을 맞아 야구 응원의 재미와 우대 금리 혜택을 결합한 ‘2023 신한 프로야구 적금’을 출시했다.
‘2023 신한 프로야구 적금’은 신한은행 KBO 프로야구 스폰서십의 대표 상품으로, 10개 구단 중 응원할 구단을 자유롭게 선택해 월 50만원 이하로 자유롭게 저축하는 만기 12개월 적금 상품이다. 기본 금리 연 2.5%에 최고 우대 금리 연 2.1%를 적용, 최고 연 4.6%(세전) 금리를 제공한다. 우대 금리는 △조기 가입 우대 연 0.3%(6월 30일까지 가입 시) △첫 적금 우대 연 0.3%(최근 1년간 적금 미보유 시) △응원 구단 정규 리그 1승당 연 0.01%(최고 0.8%) △쏠(SOL)의 야구 전용 플랫폼 ‘쏠야구’ 콘텐츠 참여 시 1회당 연 0.1%(최고 1.0%)가 적용된다.
신한은행 금융 상품에 가입하려는 야구팬들은 고민을 겪게 된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상품을 가입할 것이냐, 아니면 높은 성적을 거둘 구단의 상품을 택할 것이냐다. 자신의 응원 팀 성적이 좋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하위권 팀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의리’와 ‘실리’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당초 신한은행이 이 상품을 설계할 때만 해도 응원하는 팀의 상품을 가입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이전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금리를 더 받기 위해 성적이 좋은 팀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야구적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 가입 비율과 실제 성적은 얼마만큼 차이가 있었을까.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 적금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팀은 33.8%의 SSG랜더스였다. SSG랜더스는 지난해 12년 만의 정규 리그 우승과 한국 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고 통합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팬심에 보답했다.
SSG에 이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구단은 LG트윈스(15.4%)와 두산베어스(14.5%)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신한은행 프로야구 적금은 서울 연고지인 구단들이 선택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순위에서는 LG트윈스가 지난해 2위, 두산베어스는 9위를 기록했다.
광주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기아타이거즈는 지난해 프로야구 적금에서 8.5%의 가입자로 4위에 올랐다. 기아타이거즈의 지난해 최종 순위는 5위였다. 즉 신한은행 프로야구 적금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린 SSG·LG·기아가 실제 프로야구 순위에서도 5강 안에 들으며 꽤 높은 적중률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삼성라이온즈는 7.6%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5위권에 들었지만 실제 성적은 6위를 기록해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상품 가입의 문이 열린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 역시 신한은행 프로야구 적금에 대한 가입 열기는 뜨겁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한 SSG팬들의 가입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해는 키움 히어로즈 팬들의 가입 문의도 높은데, 이는 이정후 선수가 내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사해 올해가 사실상 우승의 적기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야구가 애향심을 자극하는 스포츠인 만큼 지방 은행들은 각 연고지의 야구팀과 연계한 금융 상품을 출시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야구 사랑’에 그 어느 곳보다 뒤지지 않는 부산이다. 매년 BNK부산은행이 출시하는 야구 정기 예금은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합법적인 금융 사기’라고 불리고 있다. 1992년이 마지막 우승인 롯데 자이언츠는 5년 연속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완판’될 정도로 팬심은 강하기만 하다.
BNK부산은행의 ‘BNK가을야구정기예금’은 2007년 첫 출시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판매되고 있는 부산은행의 대표적인 스포츠 연계 마케팅 상품이다. 올해는 1조원 한도로 5월 31일까지 판매되며 한도 소진 시에는 조기 종료된다.
이 상품은 1년제 정기 예금 상품으로 3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기본 이율은 연 3.35%이지만 롯데자이언츠 우승 기원 0.2% 포인트, 비대면 채널 가입 0.1% 포인트, 신규 고객 우대 0.1%포인트, 포스트 시즌 실적 최고 0.3% 포인트 등을 적용하면 최고 연 4.05%까지 받을 수 있다.
부산은행은 ‘BNK 가을야구정기예금’ 판매 수익금으로 부산 지역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후원금 3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 상품은 매년 1호 가입자로 롯데자이언츠 선수를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BNK 가을야구정기예금 홍보 모델로 선정된 롯데자이언츠 전준우 선수는 부산은행 사직운동장지점에서 가을야구정기예금에 첫째로 가입했다.
‘야구 사랑’으로는 부산에 뒤지지 않는 광주 역시 연고지에 있는 광주은행이 출시한 기아 타이거즈 응원 상품이 있다. 광주은행은 연고지 팀인 KIA타이거즈 우승기원 예·적금을 7월 31일까지 판매한다. 우승 기원 예금은 500만원부터 최고 1억원까지 1인 1계좌를 가입할 수 있다. 금리 조건은 기아 타이거즈 포스트 시즌 진출, 정규 시즌과 한국 시리즈 우승 등에 따라 최대 연 0.25%포인트 우대 금리를 더해 최고 연 4.05%의 금리를 준다.
적금은 월 10만원부터 최고 1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정액 적립식 상품이다. 예금 우대 금리에다 최종 순위, 팀 승수 등 최대 1.55%포인트가 더해져 최고 연 5.0%를 받을 수 있다.
한편 그간 연고지 팀인 삼성 라이온즈와 엔씨 다이노스를 응원하는 상품을 출시했던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은 올해는 야구 예·적금을 판매하지 않았다. 지난해 두 팀 모두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진한 성적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적금 가입까지 이끌 열정적인 팬심은 곧 좋은 성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비즈니스 포커스]
4월 1일 개막된 ‘2023 프로야구’가 개막전 입장권의 5개 전 구장 매진을 기록했다. 정규 시즌 개막전에 전 구장 매진을 기록한 것은 8개 구단 체제였던 2012년 이후 11년 만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조기 탈락에 이어 쏟아진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4월만을 기다린 야구팬들의 팬심은 쉽게 식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줬다.
야구 개막과 함께 3월이면 금융권이 내놓는 상품이 있다. 야구팬들을 겨냥해 응원하는 구단이 좋은 성적을 낼수록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예·적금 상품이다. 가을 야구를 할수록, 우승에 다가갈수록 더 좋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형식이다.
성적이 좋을수록 고금리가 붙기 때문에 하위권 팀들에는 ‘금융 사기극’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듣기도 한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3%대로 떨어지면서 응원 팀을 잘 고르기만 하면 4%대의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쏠쏠한 재테크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우리 팀 우승하면 ‘최고 4.6%’ 금리
2018년부터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야구의 타이틀 후원을 해 온 신한은행은 2020년부터 시즌 대회 공식 명칭을 ‘신한은행 SOL KBO 리그’로 확정하고 리그 타이틀 스폰서십에도 나서고 있다.
타이틀 후원사인 만큼 신한은행은 야구와 연계한 금융 상품 발굴에도 적극적이다. 신한은행은 3월 24일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을 맞아 야구 응원의 재미와 우대 금리 혜택을 결합한 ‘2023 신한 프로야구 적금’을 출시했다.
‘2023 신한 프로야구 적금’은 신한은행 KBO 프로야구 스폰서십의 대표 상품으로, 10개 구단 중 응원할 구단을 자유롭게 선택해 월 50만원 이하로 자유롭게 저축하는 만기 12개월 적금 상품이다. 기본 금리 연 2.5%에 최고 우대 금리 연 2.1%를 적용, 최고 연 4.6%(세전) 금리를 제공한다. 우대 금리는 △조기 가입 우대 연 0.3%(6월 30일까지 가입 시) △첫 적금 우대 연 0.3%(최근 1년간 적금 미보유 시) △응원 구단 정규 리그 1승당 연 0.01%(최고 0.8%) △쏠(SOL)의 야구 전용 플랫폼 ‘쏠야구’ 콘텐츠 참여 시 1회당 연 0.1%(최고 1.0%)가 적용된다.
신한은행 금융 상품에 가입하려는 야구팬들은 고민을 겪게 된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상품을 가입할 것이냐, 아니면 높은 성적을 거둘 구단의 상품을 택할 것이냐다. 자신의 응원 팀 성적이 좋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겠지만 하위권 팀들은 사정이 좀 다르다. ‘의리’와 ‘실리’ 중 하나를 골라야만 한다.
당초 신한은행이 이 상품을 설계할 때만 해도 응원하는 팀의 상품을 가입하는 비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이전까지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금리를 더 받기 위해 성적이 좋은 팀을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야구적금이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렇다면 상품 가입 비율과 실제 성적은 얼마만큼 차이가 있었을까.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야구 적금에서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팀은 33.8%의 SSG랜더스였다. SSG랜더스는 지난해 12년 만의 정규 리그 우승과 한국 시리즈 우승을 거머쥐고 통합 우승이라는 성과를 올리며 팬심에 보답했다.
SSG에 이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구단은 LG트윈스(15.4%)와 두산베어스(14.5%)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신한은행 프로야구 적금은 서울 연고지인 구단들이 선택을 많이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순위에서는 LG트윈스가 지난해 2위, 두산베어스는 9위를 기록했다.
광주를 연고지로 두고 있는 기아타이거즈는 지난해 프로야구 적금에서 8.5%의 가입자로 4위에 올랐다. 기아타이거즈의 지난해 최종 순위는 5위였다. 즉 신한은행 프로야구 적금 상위 5위에 이름을 올린 SSG·LG·기아가 실제 프로야구 순위에서도 5강 안에 들으며 꽤 높은 적중률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삼성라이온즈는 7.6%의 가입자를 유치하며 5위권에 들었지만 실제 성적은 6위를 기록해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상품 가입의 문이 열린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 역시 신한은행 프로야구 적금에 대한 가입 열기는 뜨겁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한 SSG팬들의 가입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올해는 키움 히어로즈 팬들의 가입 문의도 높은데, 이는 이정후 선수가 내년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사해 올해가 사실상 우승의 적기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팬심이냐 실리냐 그것이 문제
야구가 애향심을 자극하는 스포츠인 만큼 지방 은행들은 각 연고지의 야구팀과 연계한 금융 상품을 출시한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야구 사랑’에 그 어느 곳보다 뒤지지 않는 부산이다. 매년 BNK부산은행이 출시하는 야구 정기 예금은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는 ‘합법적인 금융 사기’라고 불리고 있다. 1992년이 마지막 우승인 롯데 자이언츠는 5년 연속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완판’될 정도로 팬심은 강하기만 하다.
BNK부산은행의 ‘BNK가을야구정기예금’은 2007년 첫 출시 이후 올해까지 17년째 판매되고 있는 부산은행의 대표적인 스포츠 연계 마케팅 상품이다. 올해는 1조원 한도로 5월 31일까지 판매되며 한도 소진 시에는 조기 종료된다.
이 상품은 1년제 정기 예금 상품으로 300만원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기본 이율은 연 3.35%이지만 롯데자이언츠 우승 기원 0.2% 포인트, 비대면 채널 가입 0.1% 포인트, 신규 고객 우대 0.1%포인트, 포스트 시즌 실적 최고 0.3% 포인트 등을 적용하면 최고 연 4.05%까지 받을 수 있다.
부산은행은 ‘BNK 가을야구정기예금’ 판매 수익금으로 부산 지역 유소년 야구 발전을 위해 후원금 30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이 상품은 매년 1호 가입자로 롯데자이언츠 선수를 선정해 홍보하고 있다. 작년에 이어 올해 BNK 가을야구정기예금 홍보 모델로 선정된 롯데자이언츠 전준우 선수는 부산은행 사직운동장지점에서 가을야구정기예금에 첫째로 가입했다.
‘야구 사랑’으로는 부산에 뒤지지 않는 광주 역시 연고지에 있는 광주은행이 출시한 기아 타이거즈 응원 상품이 있다. 광주은행은 연고지 팀인 KIA타이거즈 우승기원 예·적금을 7월 31일까지 판매한다. 우승 기원 예금은 500만원부터 최고 1억원까지 1인 1계좌를 가입할 수 있다. 금리 조건은 기아 타이거즈 포스트 시즌 진출, 정규 시즌과 한국 시리즈 우승 등에 따라 최대 연 0.25%포인트 우대 금리를 더해 최고 연 4.05%의 금리를 준다.
적금은 월 10만원부터 최고 10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는 정액 적립식 상품이다. 예금 우대 금리에다 최종 순위, 팀 승수 등 최대 1.55%포인트가 더해져 최고 연 5.0%를 받을 수 있다.
한편 그간 연고지 팀인 삼성 라이온즈와 엔씨 다이노스를 응원하는 상품을 출시했던 대구은행과 경남은행은 올해는 야구 예·적금을 판매하지 않았다. 지난해 두 팀 모두 가을 야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진한 성적과 연관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적금 가입까지 이끌 열정적인 팬심은 곧 좋은 성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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