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STO도 예외아니다…시장 선점이 살 길"
"상반기 내 시스템 개발 완료하고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서울=뉴스1) 강은성 박현영 기자 = “STO(토큰증권발행) 사업도 일종의 플랫폼 비즈니스입니다. 토큰이니, 증권이니 새로운 개념처럼 보이지만 이 사업도 판매자와 구매자를 만나게 해주는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이죠. KB증권도 상품과 투자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만나게끔 플랫폼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하우성 KB증권 플랫폼총괄본부 전무는 최근 <뉴스1>과 만나 KB증권이 정의하는 STO 사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현재 하 전무는 KB증권의 STO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STO는 올해 증권 업계에서도, 가상자산 업계에서도 최대 화두다. 국내 금융당국이 지난달 STO 허용을 공식화하면서 본격적인 STO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STO 사업, ‘플랫폼 비즈니스’인 이유
하 전무는 네이버(035420), 이베이, 11번가 등 굵직한 정보기술(IT) 및 이커머스 기업들을 거쳐 증권업계로 들어왔다. 그가 거쳤던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는 STO 사업도 그간 맡아왔던 사업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 전무는 “IPO(기업공개)를 하지 못하는 사업자도 ST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도 그동안 살 수 없었던 자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이런 수요와 공급을 안전한 환경에서 잘 맞춰준다는 점에서 STO도 플랫폼 비즈니스”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안전한 플랫폼 환경을 제공하는 일이다. 실물자산을 토큰화해 토큰증권을 발행하면, 이를 투자자들이 안전하게 사들일 수 있도록 유통 플랫폼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하 전무는 상품의 안전성, 가격의 신뢰성 두 가지를 보장함으로써 안전한 플랫폼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형 커머스 기업이 특정 상품을 유기농이라고 표시하거나, 대규모 세일을 한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믿는다. 이런 상품의 안전성과 가격의 신뢰성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안전한 플랫폼 환경이 블록체인 기반으로 더욱 잘 조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TO가 블록체인의 분산원장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이유다.
하 전무는 “기존 레거시 시스템 기반으로 하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데 블록체인 기반 STO는 비용이나 과정을 훨씬 더 절약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보안 시스템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ST오너스’ 만든 KB…협력업체 무기로 STO 시장 선점
플랫폼 비즈니스를 발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KB증권은 일찌감치 STO 협의체 'ST오너스'를 조성했다. 협의체는 토큰화의 대상이 될 조각투자 업체들, 토큰증권 발행을 도와줄 블록체인 기술 기업 등으로 구성됐다.
주요 참여 업체로는 △스탁키퍼(한우) △서울옥션블루(미술품) △펀더풀(공연·전시) △웹툰올(웹툰) △알엔알(영화 콘텐츠 배급) △하이카이브(STO 플랫폼) 등이 있다. 또 기술기업으로 △SK C&C △EQBR(블록체인 기술업체) △하이파이브랩(분산암호기술 전문기업) △웨이브릿지 (디지털자산 관리 전문기업) 등이 참여했다.
협의체는 토큰증권 발행과 유통을 분리한다는 금융당국의 원칙에 맞춰 구성됐다. 조각투자 업체가 제공하는 투자 자산을 SK C&C 같은 기술기업이 블록체인 상에서 토큰화해 발행하고, 이를 KB증권이 유통하는 식이다.
하 전무는 특히 초기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토큰증권의 발행과 유통에 대한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도 있다고 피력했다.
하 전무는 “토큰증권 발행은 증권사도 할 수 있다. 자산을 토큰화하고 싶지만 기술력이 없는 곳은 증권사가 대신 발행한 뒤 유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며 “발행한 토큰증권이 잘 유통되려면 일단 시장이 더 커져야 하기 때문에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 다양한 방안이 고려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이 형성돼야 투자자도 더 늘어나고, STO 시장으로 더 많은 자산과 투자금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이다.
ST오너스에는 여러 분야의 조각투자 업체가 합류했다. 그만큼 토큰증권화 될 수 있는 자산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그 중에서도 하 전무는 부동산과 지식재산권(IP) 분야가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하 전무는 “부동산과 콘텐츠 IP 분야는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이 높다”며 “부동산은 워낙 청년들도 많이 알고 있는 분야이고, 콘텐츠 IP 분야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흥행으로 콘텐츠에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에 두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IP 분야에서 하나 우려되는 것은 상품성이다. (토큰증권화한) 콘텐츠가 흥행하지 못했을 때 이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려 중”이라며 “부동산은 안전성은 높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토큰증권 발행에는 SK C&C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계획이다. 하 전무는 “블록체인도 요즘은 클라우드 형태로 사용할 수 있고, SK C&C가 프라이빗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이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토큰증권을 발행하라는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관련 기술을 제공하는 SK C&C를 기술 파트너로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상반기 혁신금융서비스 신청”…KB의 단기 계획
STO 시대에 발빠르게 대응한 만큼,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중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서비스,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할 예정이다. 규제 샌드박스에서 승인된 자산부터 하반기에 유통시키는 게 KB증권의 단기적인 목표다.
하 전무는 “ST오너스에 합류한 업체들과 먼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해볼 계획”이라며 “발행은 ST오너스의 협력 업체들이 하고, KB증권이 유통하는 구조로 하반기에는 유통을 시작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STO 시장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당장 수익이 나는 사업이 아님에도 KB증권이 STO 사업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이유다.
하 전무는 “KB는 이미 많은 개발자들과 인력을 투입했다. STO 사업은 플랫폼 비즈니스이고, 플랫폼 비즈니스는 먼저 시작하는 사람이 이길 확률이 커지는 승자독식 시장이기 때문에 시장을 초기에 잡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PoC(개념검증)까지 마친 만큼, 꼭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안전성 있는 상품부터 유통시켜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STO가 잘 돼야 소규모 판매자들도, 자금을 조달하고 싶은 청년 사업자들도 안전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청년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안착되는 데 KB증권이 기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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