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제2의 전두환 나와도 속수무책…"기득권 대물림 끊어야"

박다영 기자 2023. 4. 13. 05: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T리포트-미납추징금 31조, 숨기긴 쉽고 뺏긴 어렵다]③'전두환 추징3법' 국회 계류 중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MT리포트-미납추징금 31조, 숨기긴 쉽고 뺏긴 어렵다]③'전두환 추징3법' 국회 계류 중

[편집자주] 범죄수익 몰수·추징 제도가 유명무실하다. '감옥 갔다와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제2, 제3의 범죄로 이어진다. 범인이 은닉한 수익까지 회수하는 것이 형벌의 완성이자 범죄 예방의 첫걸음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일가의 비자금 의혹 폭로에 나선 가운데 현행 추징금 환수 제도의 법적 공백을 보완하는 입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특히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하거나 사망해 재판이 불가능한 사건 등에서도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있도록 독립몰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6월 발의한 '전두환 추징3법'(공무원범죄몰수법·형사소송법·형법 개정안)이 3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전씨의 미납 추징금을 계기로 현행법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추징금을 미납한 사람이 사망하면 상속 재산에 대해 추징한다는 것이 요지다.

현행법에서는 당사자가 사망하면 미납 추징금 집행 절차가 중단된다. 대법원은 지난해 7월 전두환씨의 며느리 이윤혜씨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별채 압류 처분에 반발해 제기한 소송에서 "몰수나 추징을 비롯한 재산형 등의 집행은 재판을 받은 자에 대해서 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재판을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집행할 수 없다"며 "전씨가 사망한 뒤로는 원고(이씨)를 상대로 추징 집행을 계속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21년 숨진 전씨의 미납 추징금은 922억원에 달한다. 추징금 2205억원 중 환수된 금액은 1283억원으로 전체의 58.2%에 그친다. 전씨 외에도 당사자 사망으로 추징금 집행이 불가능해진 사례가 적잖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200여건, 약 80억원이 당사자 사망으로 추징집행이 불가능한 상태다.

공무원 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개정안은 추징 대상을 넓히는 것이 골자다. 이 법은 공무원의 뇌물죄 및 국고손실죄를 다루기 위해 1995년 제정됐다. 2013년 전두환씨 미납추징 문제로 추징 범위를 제3자로 확대하는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의 지시로 검찰에서 전씨의 추징금 집행을 위한 특별수사에도 착수했다.

이번 개정안은 현행법에서 범죄자가 친족이나 제3자에게 불법재산을 상속했을 경우 상속자가 불법재산이라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하면 추징할 수 없는 규정을 보완하는 내용이다. 제3자가 무상으로 상속, 증여받은 경우에는 불법재산이라는 것을 인지했든 인지하지 못했든 몰수하도록 했다. 또 범죄자로부터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불법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거래 대상이 불법재산이었음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3자가 직접 입증하도록 했다.

형법 개정안에서는 독립몰수제 도입이 핵심이다. 독립몰수제는 범죄자가 해외로 도피하는 등의 이유로 법원의 선고가 이뤄지지 못했더라도 독립적으로 몰수 또는 추징하는 제도다. 유죄 판결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범죄 연관성이 있다고 확인되는 등 요건을 충족했을 때 추징하는 것이다. 현재 미국과 독일, 호주 등에서 독립몰수제를 시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 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입법에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패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 독립몰수제"라며 "부패범죄는 기득권이 지위를 유지하려고 재산을 대물림하는 형태인데 제2, 제3의 부패범죄를 막으려면 반드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전씨의 미납금 추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범죄는 행위시 법률에 따라 처벌하고 처벌 후 만들어진 법에 소급하지 않는다는 형벌 불소급 원칙 때문이다.

승 연구원은 "본질적으로는 형벌 불소급 원칙 때문에 소급 적용은 어려울 수 있다"며 "일단 법안 통과가 우선인데 특정인에 대한 소급이 필요하다면 추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다영 기자 allzero@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