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간호법, 오늘 본회의 오른다…쟁점은 '지역사회'

야당-간호계, 당정의 중재안 거부…여야간 합의도 불발
통과 후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 여부 두고 대치 이어갈듯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돼 상정과 표결을 앞둔 간호법 제정안·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의료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지난 11일 간호법 제정 반대 측의 요구를 주로 담은 중재안을 내놨지만 대한간호협회의 반발만 일으켰고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당정의 중재안이나 여야 합의도 불발돼 앞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부의돼있는 간호법의 향배에 의료 대란마저 우려된다.

◇중재안은 제정 반대 측 입맛에 맞춰져…부의돼있는 채로 통과될 듯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 관련 조항을 따로 떼어내 법제화했다.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처우와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간호계의 최대 숙원사업이다.

간호사의 역할이 지역사회 돌봄 등 병원 밖 간호·돌봄 서비스로 확대되고 있는데 의료기관 중심 의료법은 지역사회에서의 간호사 역할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이 법 1조는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 돼 있다.

간호법 반대 측인 대한의사협회 등 13개 단체의 보건복지 의료연대는 '지역사회'를 문제 삼는다.

간호사가 지역사회에서 의사없이 단독 의료행위, 단독 개원할 수 있다는 주장에서다. 이에 대해 간협은 지나친 억측이라고 반박한다. 간협 설명대로 간호사 독자 의료행위를 제어할 조항이 있다.

당초 의원 발의안은 제10조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고 넓게 규정했지만, 국회 보건복지위 논의로 현행 의료법과 같은 '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바뀌었다.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 90여개 국가에서 간호법이 있으나 모두 의사 지도·처방에 따라 환자를 돌보고 있다. 그러나 의협 등은 여전히 간호법을 반대한다.

의료연대는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16일 총궐기대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이후 19일까지 진행될 의협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25일 파업 여부를 정한다.

이런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당정이 지난 11일 내놓은 중재안은 간호법을 간호사 처우에 관한 법률(간호사처우법)로 축소하고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의료법에 존치시킨다는 것이었다.

요구가 관철된 연대는 중재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간협은 불공정하다고 평가했고 야당도 이를 거부했다. 부의돼있는 간호법으로 국회 과반의 민주당 주도로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의료계는 파업 선포 등 실력행사에 들어가며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다른 직역들과 합의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라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간협은 "간호법은 국회법 제86조에 따라 합법적으로 의결된 법안"이라며 "충분히 숙의되고 심의 의결된 간호법 대안을 원안 그대로 통과시켜주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간협은 "만약 이미 부의된 간호법 대안에 대해 계속 반대한다면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 운동본부와 전국 50만 간호사, 12만 간호대생은 끝까지 간호법 제정을 위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 등은 당정 면허취소 중재안에 호응…다만, 민주당 원안 처리 고수

'금고 이상 처벌 시 면허 취소'가 담긴 의료법 개정안 역시 당정의 중재안에는 의협 등의 요구가 수용됐으나 민주당은 원안 처리를 고수했다.

현행 의료법에서는 △정신질환자 △마약중독자 △금치산자 △면허를 대여하다가 적발된 경우 △허위진단서 작성 및 진료비 부당 청구 등이 확인되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를 '모든 법령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대폭 확대한다는 취지인데 의협 등은 과잉 입법이라고 항의했다.

따라서 당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로 한정하는 방향으로 의협 등의 호응을 얻었으나 민주당은 원안 처리를 고수했다. 의료법 개정 통과 또한 의료계 반발을 살 것으로 보인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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