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단상] 폐광기금 소송 유감(遺憾)

김대희 2023. 4.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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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강원랜드 소송전
법학자로서 답답한 마음
‘법인세 차감전 당기순이익’
개념 해석 이견에서 시작
법원 해석 말고 자진해서
폐광기금 더 놓아야한다는 말
법치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어
▲ 김대희 강원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요즈음 강원랜드의 폐광기금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한 강한 논조의 언론 보도가 많다. 요지는 강원도가 강원랜드에 거액의 폐광기금을 부과했고, 법원이 강원도와 강원랜드에 조정을 권고했는데, 강원랜드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문제라는 것이다. 폐광지역 사회에서는 강원랜드가 전향적으로 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한 목소리로 압박을 하고 있다. 그러나 법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답답한 마음을 감추기 어렵다.

이 사건은 ‘법인세차감전당기순이익’이라는 개념의 해석에 대한 이견에서 시작됐다. 폐광지역법은 강원랜드로 하여금 ‘법인세차감전당기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내도록 한다. 문언상 이는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당기순이익, 즉 법인세 비용을 제외한 모든 비용이 차감된 당기순이익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강원도는 지난 20년 동안 강원랜드의 손익계산서상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의 당기순이익을 ‘법인세차감전당기순이익’으로 보아 폐광기금을 부과해 왔다. 그런데 강원도는 최근 폐광기금을 산정하는데 폐광기금이 비용으로 빠지는 것은 이상하다고 보았다. 이에 법인세뿐만 아니라 폐광기금도 차감되기 전 당기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산정하여 2020년 강원랜드에 약 2249억 원의 폐광기금을 추가로 납부하라고 고지하였다. 강원랜드는 불복하여 춘천지방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춘천지방법원은 2021년 강원랜드의 손을 들어 주었고, 강원도는 춘천지방법원의 판결에 항소했는데, 항소심 재판부는 양 당사자가 조금씩 양보하는 것으로 조정하는 것은 어떻겠는지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강원랜드는 소액주주의 반발 가능성이나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이러한 조정에 응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폐광지역 사회에서는 강원랜드가 지역사회 공헌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사회와 언론의 강한 반발은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유감이다. 법치국가는 법률에 의하여만 국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국가이다. 프랑스 대혁명 이래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모든 법치국가의 기본 원리로 자리 잡았다. 이 사건에서는 강원랜드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폐광지역법률의 해석이 문제 된다. 만약 폐광지역법이 강원도의 주장처럼 ‘폐광기금 및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내도록 한 것으로 해석된다면 강원랜드는 강원도가 부과한 폐광기금 전액을 납부해야 할 것이다. 반대로 강원랜드의 주장이 맞는다면 강원도는 강원랜드에 기 납부된 폐광기금을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지역사회에서는 법원의 해석을 받지 말고, 강원랜드가 자진해서 폐광기금을 더 내놓아야 한다고 한다. 그게 강원랜드의 설립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법치국가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강원랜드는 한국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한 상장법인이다. 2023년 현재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의 강원랜드 지분율은 40%가 넘는다. 지역사회의 주장은 강원랜드가 국민과 소액주주에게 돌아갈 재산 중 수천억원 상당의 재산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법치국가에서 다른 사람의 재산을 이런 식으로 빼앗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또한 강원랜드 이사들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다.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그렇지 않은 의사결정을 내리면 회사가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그런데 강원도의 부과처분은 지난 20년간의 관행과는 전혀 다른 부과처분이고, 폐광지역법상 문언에도 배치된다고 볼 여지가 많다. 실제로 강원랜드는 이미 1심에서 승소를 한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강원랜드 이사들이 자진해서 소송을 포기하면 과연 이들에게 법적으로 아무런 책임도 없다고 볼 수 있을까? 실제로 최근 대법원은 강원랜드의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태백시에 기부금을 내게 하였다는 이유로 그 이사에게 손해배상을 하라고 명령하였다. 이미 선례가 있는 이상 강원랜드의 이사들로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함부로 국민의 재산권을 박탈할 수 없다. 국민은 법원에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고, 법원이 판단을 하면 정부는 이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지역사회가 특정인으로 하여금 재산권이나 재판을 받을 권리를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강원도 지역사회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법치주의 국가에 어울리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할 때이다.김대희 강원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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