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6조 불법외화송금서 은행장은 징계 대상 배제

김형섭 기자 2023. 4. 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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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9개 금융사에 보낸 사전 통지문에서 CEO 제재 빠져
이복현 "CEO 제재 신중"…현행 지배구조법 근거 미약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지난해 금융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16조원대 불법외회송금 사건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제재 절차가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은행장을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들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이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을 강조해온 만큼 은행장에 대한 직접 제재 여부가 주목돼 왔지만 현행 지배구조법상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판단에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착수한 불법외화송금 검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은행 등 범죄에 연루된 금융회사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절차에 돌입했다.

금감원은 불법외화송금이 벌어진 금융사 가운데 9개사에 대해 사전 제재 통지문을 보냈으며 이르면 오는 20일 제재심의위원회에 제재 안건을 상정할 전망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NH선물과 국내은행 12곳 등 총 13개사에 대한 일제 검사 결과 총 122억6000만 달러(84개 업체)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거래 및 외국환거래법 등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 이는 원화로 16조원이 넘는 규모다.

금융회사별 이상외화송금 규모는 NH선물이 50억4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23억6000만 달러)과 우리은행(16억2000만 달러), 하나은행(10억8000만 달러)이 10억 달러를 넘겼다.

이어 국민은행 7억5000만 달러, 농협은행 6억4000만 달러, SC제일은행 3억2000만 달러, 기업은행 3억 달러, 수협은행 7000만 달러, 부산은행 6000만 달러, 경남은행 및 대구은행 각각 1000만 달러, 광주은행 500만 달러 등의 순이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4일 불법외화송금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영업점을 포함해 해당 금융회사와 관련 임직원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임직원 면직 등 최대 수준의 엄중 조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실제 금융사들에게 전달된 사전 통지문에도 다수의 영업점에 대한 일부 업무정지와 임직원 중징계, 과징금 부과 등이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액수가 많고 수사당국으로부터 전현직 직원이 구속 기소된 우리은행과 NH선물의 징계 수위가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은행장 등 CEO에 대한 제재는 이번 사전 통지문에서 일단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상외환거래 제재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대상이 누구이고 (징계의) 정도가 어떻게 될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미 (은행에) 사전통지가 된 상태라서 은행장 등이 제재 대상에 1차적으로 포함이 안 됐다는 것은 언론에서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공공성을 근거로 은행에 투명한 지배구조·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해온 만큼 은행장을 직접 제재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지만 현 상태에서는 직접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금감원이 불법외화송금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규모가 크고 사안이 중요한 만큼 관련 법규에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라면 은행 본점 고위 임원을 포함해 모두 엄중 조치할 계획"(이준수 부원장)이라고 하면서 금융권에서는 은행장도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 원장은 "불법외화 송금으로 인해서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행장 등 CEO를 제재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사실 신중한 입장"이라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개인 의견임을 전제했지만 이 원장이 검찰 출신의 법률 전문가인 만큼 향후 제재심 과정에서도 CEO가 징계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는 현행 지배구조법이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을 규정하면서도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는 불명확하게 규정해 놓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장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은행 직원들의 범죄 행위가 CEO의 내부통제 관리 부실에 따른 것으로 입증돼야 하는데 현행 지배구조법은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

금감원이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불완전판매 사태 때 내린 중징계와 관련한 은행들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법원은 지배구조법에서 경영진이 내부통제 기준이 되는 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내부통제 기준 '준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해석을 내렸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내부통제 총괄책임자인 대표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중대 금융사고로 한정해 총괄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다만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통과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감원은 이번 불법외화송금 사건에서 내부통제 미비를 이유로 CEO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와 관련된 것들은 과거 DLF 불완전판매 사태 때나 라임펀드 사태 이후에 내부통제 미마련으로 인한 법률적 책임이 어느 정도 범위인지에 대해서 많은 논의가 법원에서도 있었고 그것을 중심으로 금융당국에서도 그 전에 보류했던 (제재) 절차들을 진행 중인 것으로 다 알고 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금감원이 협력해서 하고 있는 내부통제 미마련의 위법 기준과 요건을 정하는 절차가 올해 안에 진행될 텐데 (불법외화송금 제재도) 그래서 결국은 그것과 연계돼서 결론이 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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