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대형산불] 개인전 세 달 앞… 수십년 쏟은 열정 잿더미로

2년전 이사 온 자폐화가 이장우씨
400여점 작품보관 수장고 전소
가족들 뼈대만 남은 화실에 눈물

▲ 강릉 산불로 자폐화가 이장우 씨 화실과 자택이 불에 타 작품이 소실된 가운데 12일 이 화가의 어머니인 정용주 씨가 타다 남은 도록과 작품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다.

강릉 대형산불로 자폐화가 이장우 씨가 평생 그려낸 작품 수 백여점과 자택· 화실 등이 전부 소실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년 전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산불 피해지인 강릉 저동에 작업공간과 자택을 마련한 이장우(37) 화가와 그의 가족들.

이번 대형 산불로 수장고이자 작업공간이던 ‘아빠와 장우의 화실’ 건물과 개인 갤러리이자 보금자리였던 자택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장우 화가가 평생을 그려온 400여점의 작품들과 매일 사용하던 화구들, 1000권이 넘는 각종 책과 도록들까지 전부 불에 타버렸다.

이날 오전 피해 현장을 찾은 이장우 화가의 어머니인 정용주(67) 씨는 검게 그을려 뼈대만 남은 처참한 화실과 타다 남은 작품들을 보며 울음을 터트렸다. 정 씨는 “화실 건물 1층은 수장고, 2층은 작업실이었는데, 수장고에는 400점 가량의 작품들이 빽빽하게 보관돼 있었다”며 “집은 다시 지으면 되지만 장우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수 십년에 걸쳐 그려온 작품들은 어쩌냐”며 허망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오는 7월 개최되는 세계합창대회 기간 장우의 개인전을 열기로 했는데 작품들이 불에 타버려 열 수 없게 됐다”며 “장우에게 화실이 불에 탔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망설이다 어렵사리 꺼냈는데 좀처럼 감정표현이 없는 장우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당 화실은 ‘아빠와 장우의 화실’이라는 이름처럼 하늘로 간 이 화가의 아버지가 오롯이 화가인 아들을 위해 선물처럼 준비한 특별한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천재 자폐화가로 유명한 이장우 화가는 2018 평창올림픽 때 전시회를 갖는 등 최근까지 개인전을 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이 화가가 2019년 개인전 ‘강릉인상전’을 열었던 지역 미술관도 안타까움을 전했다. 송성진 갤러리봄아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어제까지만해도 다시는 그림 그리지 않겠다고 했던 이 작가가 오늘은 다시 태어나 힘 내겠다는 말을 부모님께 했다고 들었다”며 “(장우 씨가) 보배같은 친구인만큼 주변에 많이 도와주셔야 힘내서 그림을 이어갈 수 있다.앞으로 좋은 일만 있길 바라는 것이 지역사회의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연제·강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