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쇼크'에 떠는 기업들…"이대로면 역효과, 중대재해법 손 봐야"
[편집자주] 2022년 우리나라에선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음에도 600명에 가까운 소중한 생명이 일터에서 사라졌다. 처벌만으론 근로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민간 주도의 '위험성평가' 의무화를 추진하는 이유다. 법·제도를 넘어 문화와 인식을 통해 '안전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보자.
경제계가 중대재해법 개정을 호소한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대재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경영계가 공동 입장을 내며 우려를 표했거나 보완입법,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공동 제출한 것만 2021년 1월(경영계 공동 입장), 3월(7개 경제단체 보완입법 요청사항 국회 제출), 4월(6개 경제단체 시행령 제정 건의서 관계부처 제출), 7월(입법예고 관련 공동입장문), 같은 7월(대책회의), 8월(36개 경제단체 시행령 제정 공동건의서 제출), 2022년 1월(법 시행에 대한 경영계 공동 입장), 5월(시행령 개정 건의서 정부 제출), 11월(중대재해감축 로드맵 관련 재계 공동입장), 2023년 3월(삼표그룹 오너 기소 관련 각 경제단체 입장) 등 줄잡아 10여차례다.
중간중간 별도 경제단체들이 따로 개정을 요구한 것과 각 사안마다 입장을 낸 것을 합하면 중처법에 대한 경제계와 사회 전반의 우려와 경고는 횟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전정부의 강력한 중처법 도입 의지에 번번이 기업의 요구가 꺾인데다, 시장에 자유를 주겠다며 출범한 새 정부 들어 발표된 중대재해감축 로드맵에서조차 법의 맹점이 제대로 보완되지 않았다. 재계의 실망감은 더 커진다.
기업들은 또 한번의 실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비록 법 시행 이전에 독소조항들을 바로잡지는 못했지만 실제 기업이 우려했던 오너 기소 사태가 발생한 시점에서라도 현실적으로 근로현장과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거다. 이제라도 손보지 않으면 향후 간극은 아예 좁힐 수 없는 지경이 될 수 있다는게 기업의 우려다.
검찰은 삼표그룹 오너를 '경영책임자'로 보고 기소했다. 자회사인 삼표산업 사고지만 오너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안전보건업무를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한 점 △그룹 핵심사업인 골재채취 관련 주요 사항을 결정해온 점 △채석산업에 30년간 종사한 전문가인 점 △사고 현장의 위험성을 사전 인식한 점 등을 들었다.
오너 처벌규정과 직결되는 해석의 여지를 손보지 않고서는 오너가 안전책임자로 나설 수 없는 구조다. 경총 긴급 인식조사는 현장에서 이미 개선이 아닌 개악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조사에 응한 한 대기업 A법무팀장은 "조금이라도 (오너 처벌) 리스크가 있는 경우 안전에 대한 그룹 차원의 관여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오너에게 보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은 그나마 사정이 좀 낫지만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은 중처법으로 회사의 존폐를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실시한 중처법 기업인식도 조사에서 '대응여력이 부족하다'는 답변이 77%였다. 특히 내년부터 50인 미만~5인 이상 사업장에도 중처법이 확대 적용된다. 국내기업의 90%가 50인 미만 사업장이다.
서정헌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중처법 확대 적용을 2년 유예하고 안전전문가 확보 등 정책지원도 실시해야 한다"며 "무리하게 추진된 중처법이 처벌에 과도하게 무게를 두면서 법적 부작용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중처법 개정은 현 정부의 노동개혁과도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기업들이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 바로 노동조합이 중심이 된 현장 근로자들 역시 안전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거다. 로드맵에 일부 근거는 만들었지만 법 자체엔 근로자 처벌규정이 전혀 없으니 오너나 최고안전책임자가 아무리 강조해도 현장의 관성을 깨기 어렵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 강화도 필요하지만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려는 근로자의 인식제고도 매우 중요하다"며 "노사가 함께 산재예방에 노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하루빨리 보완입법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mt.co.kr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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