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진해는 어쩌다 대만인 성지가 됐나... 중일 넘는 'K관광'
코로나 거치며 중국·일본 비중 53→16%
'K컬처' 덕에 저변 확대... 미국도 약진
방한 관광객 둘 중 하나꼴이던 중국인과 일본인 비중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확 줄었다. K팝과 K드라마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분전에 힘입은 ‘K컬처’의 인기가 ‘K관광’의 저변을 늘리면서다. 지난해에는 두 이웃나라 국적 입국자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미국인이 한국을 찾더니 올 들어선 연초부터 한국에 꽂힌 대만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초 두 달간 대만 국적의 방한 관광객이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1, 2월 각 5만 명 가까이 들어오며 2월까지 입국자 수(9만7,447명)가 미국(9만5,324명)ㆍ중국(7만830명)을 제치고 일본(16만1,293명)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일단 시기적으로는 대만 연휴의 영향이 컸다는 게 당국 분석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방역 규제가 단계적으로 풀리고 한국행 항공편이 늘면서 오기도 한결 쉬워졌다. 결정적 요인은 부쩍 커진 관심이다. 원래 대만 관광객은 큰손이었다. 코로나19 국면 직전인 2019년에만 해도 대만은 중국(602만3,021명)과 일본(327만1,706명)에 이어 세 번째로 방한 관광객(126만493명)이 많았다. 2018년 초 한 여행사 조사에서 대만인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새 여행지 1위 도시로 부산이 꼽히기도 했다.
장벽은 국경이 아니라 감염병이었다. 하릴없이 나라에 갇힌 사람들은 코로나 유행기에 부쩍 성장한 K콘텐츠를 소비하며 한국에 대한 호감을 키웠다. 회복 기회인 만큼 한국이 공을 들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작년 말 관광공사가 나서 여행 편의 제공과 수요 견인을 위한 관광객 유치 밑작업을 했고, 올 초에는 경남도 등 지방자치단체(지자체)도 가세해 분주하게 뛰었다.
하지만 대만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없었다. 물론 여전히 많이 찾은 곳은 가기 편한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ㆍ부산 등이었다. 다만 관성에만 기대지 않았다. 그렇게 새로 각광을 받게 된 대표적인 곳이 경남 창원시 진해다. 1948년 이승만 전 대통령과 장제스 전 대만 총통이 회담했던 역사적 장소로, 봄마다 군항제가 열리는 벚꽃 명소인 데다, K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온 팽나무가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대만인을 끌어당겼다. 고대 가야 테마공원과 고공 활강 놀이기구가 유명한 김해도 대만인이 즐겨 찾는 명소다. 진해와 김해 등에 가려고 김해공항으로 입국한 대만인 관광객이 3월에만 20만 명이 넘었을 것으로 지자체는 추산하고 있다.
양적 확대 넘어 질적 다양화로
대만 사례는 한국 관광 산업이 양적 확대를 넘어 질적 다양화로 넘어가며 나타나는 징후의 일부라는 게 정부 해석이다. 실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주한미군 배치에 반발한 2017년 중국의 ‘한한령(限韓令ㆍ한류 제한 명령)’에도 2019년까지 전체 방한 관광객의 절반이 넘던(53.1%) 중국ㆍ일본인 관광객 비중은, 코로나가 얼추 지나간 2022년 16.4%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 관광객 비중도 83.4%에서 62.0%로 줄었다. 반면 북미ㆍ중남미(7.7%→20.9%)와 유럽(6.3%→12.7%), 중동(1.4%→3.9%) 등의 비중은 골고루 늘었다.
특히 미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국적별로 작년 방한 관광객 수를 보면 미국(54만3,648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일본(29만6,867명), 중국(22만7,358명), 필리핀(19만9,845명), 베트남(18만5,061명) 순이었는데, 중ㆍ일을 합쳐도 미국 관광객 수보다 적었다. 코로나 침체기에 기염을 토한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이 미국에 K컬처 열풍을 일으킨 결과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정부는 쏠림이 완화한 관광객 구도 변화가 당장 내수 활성화와 향후 한국 관광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한다면 금상첨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연초 대만 관광객 급증을 이끈 것은 대만 측 자체 판촉 행사(프로모션)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자발적 입소문”이라며 “K컬처 소프트 파워 덕에 한국이 굳이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오고 싶어하는 나라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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