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약과의 전쟁'을 보면 [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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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오이드(Opioid) 위기'.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를 과다복용하여 사망하는 사례가 늘자 트럼프 정부도 주목한 문제다.
총기 사고와 함께 마약 문제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어두운 면이다.
문제가 불거진 건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이 병원 밖에서 함부로 쓰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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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세계 뉴스를 다루다 보면 미국 쪽 얘기를 많이 보게 된다. '뉴스 메이커'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정부가 내세우는 5가지 정책 주제를 앞으로 빼놨다. 국가안보, 이민 등은 대통령의 색깔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그런데 마지막 한 가지가 낯설었다.
'오피오이드(Opioid) 위기'. 마약성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를 과다복용하여 사망하는 사례가 늘자 트럼프 정부도 주목한 문제다. 총기 사고와 함께 마약 문제는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의 대표적인 어두운 면이다. 지금 미국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남의 일로만 생각됐던 마약 문제는 이제 한국 사회에서도 그냥 넘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미국의 모습에선 어떤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수 있을까.
#.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2010년 오피오이드 관련 사망자는 2만1089명, 그런데 사망자 수는 2020년 6만8630명, 2021년에 8만411명으로 몇 년 사이 급증 추세를 보였다. 전체 약물 남용 사망자는 10만을 넘는다.
문제가 불거진 건 FDA(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을 받은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이 병원 밖에서 함부로 쓰이면서다. 이는 효과가 모르핀보다 50~100배 강력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숨진 유명 래퍼 쿨리오의 사인도 이것 때문이라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
여기에 최근 펜타닐에 동물 진정제인 '자일라진'이 혼합된 물질이 퍼지며 위기감을 키운다. '좀비 마약'으로도 불리는 자일라진은 펜타닐보다 효과가 세면서도 가격은 절반 정도. 헤로인에 중독됐다가 치료 중인 한 남성이 폭스뉴스에 "구식 헤로인을 다시 쓰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피해가 크다.
피부가 썩는 듯한 모양의 궤양이 발생하고, 실제 중독자 여럿이 모이면 "고기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한다. 동물 약 성분이 뒤섞여 기존 오피오이드 치료제도 잘 듣지 않는다. 마약 문제가 심각한 필라델피아 켄싱턴 거리에는 잘 걷지도 서지도 못해 좀비처럼 구부정하게 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이 충격을 준다.
#. 1971년 당시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약물 중독을 "공공의 적, 제 1호"라며 이에 대한 전면 공세를 선언했다. 이후 50년가량 정권이 바뀌어도 마약에 대한 정책 방향은 유지됐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다.
이제 미국에선 마약과의 전쟁은 실패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전쟁'을 벌이면서도 오피오이드 문제가 이렇게 커지기 전 물량 조절 같은 대응을 못해 시기를 놓쳤다. 방향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국가약물남용연구원(NIDA) 노라 볼코브 원장은 2년 전 공영 라디오인 NPR과 인터뷰에서 "약물 사용 문제에 대한 최선의 결과는 당사자를 감옥에 가두는 것보다 의학적으로 치료할 때 나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한 처벌 기조 속에 연방 교도소 수감자 중 마약 범죄자 비율은 최근에도 44.7%를 차지할 만큼 매우 크다. 수감자가 많은 만큼 관련 비용도 늘 수밖에 없는데 이런 비용을 치료, 교육 등으로 쓰자는 대안으로 생각이 이어진다.
사회적인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마약 복용자를 단순히 격리해야 할 혐오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치료가 필요한 연민의 대상으로 보라는 것이다. 이는 적극적인 치료를 유도할 수 있다. 약물 복용과 복용자의 다른 범죄 행동을 구분하자는 뜻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얼마 전 칼럼을 통해 마약통제정책국이 2021년 수십 년만에 처음으로 처벌 등보다 치료 쪽에 예산을 더 쓰기 시작했다며 호평했다. FDA는 지난달 말 일종의 오피오이드 해독제인 '날록손' 성분의 비강 스프레이 제품을 일반의약품으로 승인해 대중의 접근을 쉽게 했다. 방향을 트는 미국의 약물에 대한 정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김주동 국제부장 news9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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