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182] 찾아가는 이동식 극장
제한된 토지, 제한된 면적에 사는 도시 생활에서 좀 더 넓은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일상의 과제다. 도심의 마땅한 잉여 공간이 없을 때는 시간별로 나누어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공원이나 길거리, 빈 사무실이나 창고 등을 이용한 팝업이 대표적이다.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는 아예 특정한 구조물을 만들어 도시를 이동하면서 이벤트를 개최하는 사례들이 있다.
건축가 알도 로시(Aldo Rossi)가 디자인한 ‘몬도 극장(Il Theatro del Mondo)’은 원래 1980년 베네치아 비엔날레를 위한 이동식 극장으로 설계되었다. 베네치아가 항구도시고 극장이 바지선 위에 떠있는 구조여서 비엔날레가 끝난 후에도 정박 시설이 갖추어진 세계의 다른 도시들을 다니며 공연을 개최할 수 있는 개념으로 소개되었다.
이탈리아의 커피회사 일리(illy)는 2007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특별한 카페를 선보였다. 영국의 건축가 애덤 칼킨(Adam Kalkin)이 화물 컨테이너를 이용해서 디자인한 구조물로, 원래는 주택으로 설계된 공간에서 가구와 집기를 덜어내고 카페로 꾸민 것이다. 내부에는 기존 주택에 있던 거실, 라운지, 서재의 세 군데에 에스프레소 카운터를 배치해 마치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을 부여했다. 비엔날레가 끝난 후에는 뉴욕의 건물 내 자투리 공간을 이용해 일정 기간 팝업 커피숍을 열고 다른 도시로 옮겨가는 친환경 재활용 개념도 도입했다.
여유가 있는 공간의 일부를 잠시 사용해서 특별한 이벤트를 여는 것은 넉넉하지 않은 도심의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작은 자투리 공간에서 만들어지는 이벤트는 도시에서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예술적 감각을 일깨워 준다. 공원에서, 광장에서, 비어있는 건물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구조물이나 설치미술은 일시적이지만 오히려 그 한정된 시간 때문에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공간, 재미있는 공간을 찾는 요구는 지속되고 있다. 기획력과 디자인, 아이디어가 좋으면 비어있는 공간을 살릴 수 있다. 공간적 틈새에 어떤 스토리로 어떤 스타일을 담는가가 그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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