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41] 대만을 지킨 사막의 방울뱀
1958년 중국 인민해방군의 8·23 포격으로 ‘제2차 대만해협 위기’가 시작된다. 첫날에만 양측 간에 7만 발에 가까운 포탄이 교차했다. 집중포화를 맞은 진먼(金門)섬은 지표가 2미터나 깎여나갔다고 할 정도로 대규모 화력이 동원된 무력 충돌이었다. 당시 중국의 초기 기세를 꺾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미국의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미사일이다.
중국이 소련에서 도입한 미그-17은 대만 공군의 F-86 세이버보다 작전 고도나 속도 면에서 우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신기종이었다. 중국의 작전계획은 제공권 장악을 통해 진먼, 마쭈(馬祖)의 후방 보급로를 차단한 후 상륙전에 돌입한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중국의 공세가 임박했음을 감지한 미국은 대만 공군에 사이드와인더를 원조하는 ‘블랙 매직’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었다. 사이드와인더는 미 해군에도 당시 막 배치되기 시작한 극비의 최첨단 무기였다. 9월 24일 사이드와인더를 장착한 F-86과 미그-17의 첫 조우에서 대만 공군은 총 10대의 미그기를 격추시킨다. 기총 근접전에 우위를 자신하던 중국 미그기들은 어디선가 불화살처럼 날아온 듣도 보도 못한 신무기에 속수무책이었고, 이날 이후 제공권 역전은 전황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사이드와인더는 미국 서남부 사막에 서식하는 맹독성 방울뱀의 이름이다. 사이드와인더를 개발한 ‘해군 항공무기창(Naval Air Weapons Station)’이 소재한 곳은 공교롭게도 캘리포니아주 ‘차이나 레이크(China Lake)’다. 사이드와인더와 중국의 인연이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유다. 미국은 작년 9월 대만 방어 공약을 확인하면서 8500만달러 규모의 신형 사이드와인더를 포함해 총 11억달러에 달하는 무기 수출을 승인한 바 있다. 무력 위협이 상존하는 상대와 대화를 통한 평화 유지를 바라거든 독을 품은 방울뱀처럼 상대를 아프게 할 힘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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